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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영 Jan 05. 2024

이젠 안녕

어느 시골학교 졸업식

"우리 처음 만났던 어색했던 그 표정 속에 

서로 말 놓기가 어려워 망설였지만..."


성당 중고등부 시절, 수녀님이 떠나시거나 누군가와 작별할 때면 미사 후반부에 이 노래를 합창하곤 했다. 통기타 반주에 함께 부르기 좋은 멜로디, 그때 처음 이 노래를 알게 되었다. 다시 가사를 읊어보아도 한국사람이라면 느낄 수 있는 정서가 담겨있다. 공일오비 원곡을 듣다보면 기교를 부리지 않은 정직한 목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그 시절 순수한 소울이 느껴진다. 


그러다 커서 대학생 때나 회사 회식 때 노래방에 가면 마지막곡으로 누가 이 노래를 예약하곤 했다. 언제 끝나나 하며 후렴구를 계속 부른 기억이 있다.


"어느 차가웁던 겨울날 작은 방에 모여 

부르던 그 노랜 이젠

기억 속에 묻혀진 작은 노래 됐지만 

우리들 맘엔 영원히"


그 노래를 오랜만에 시골학교 졸업식에서 듣게 되었다. 인구소멸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통합 운영되다 보니 졸업식도 한 번에 치루는 자리. 졸업생은 초등학교 3명, 중학교 3명이었다. 가족, 선생님, 지역주민들의 축하 속에 이뤄지는 졸업식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온풍기가 틀어지는 겨울, 꽃다발, 단정한 차림, 졸업앨범을 살펴보는 할머니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6년 혹은 3년 동안 정들었던 친구들과 선생님과 헤어지는 시간, 시골학교의 친밀도는 가족과 마찬가지다. 낮 동안 많은 시간을 함께한 곳이다. 초등학교 졸업생들이 단상으로 나와 자축공연으로 댄스를 선보였고 이어 "이젠 안녕"을 선생님과 같이 불렀다. 아이들의 개미 목소리와 공일오비 세대이실 선생님의 열창하는 목소리가 강당에 울려 퍼진다. 한 남자아이는 노래를 부르다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는다. "울지 마!" 외치는 축하객들, 그 아이는 "저를 키워주신 어머니 아버지, 저희 졸업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닦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왠지 눈물이 난다.


이 아름답고 풋풋한 아이들은 이제 어떤 길을 걷게 될까? 지역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타지로 떠나거나 지역에 남아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는 이 작은 학교이지만 이곳에서 보낸 추억과 온기는 그들 기억에 남아있을 것이다. "이젠 안녕" 노래와 함께...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지요.

다시 만나기 위한 약속일꺼야 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 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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