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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25. 2023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드프리덤!

스스로 정한 금기를 깨부수는 순간 자유로워진다

이번 챕터 표지 사진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 맛있어 보인다

- 계란 샌드위치는 어떤 맛일까? 저 음료는 무엇일까?

- 난 샌드위치는 별로인데

- 음식 사진이구나


다이어트의 'ㄷ'자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혹은 다이어트 세계에서 탈출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사진을 하나의 음식과 음료로 인식할 것이다.

다음 생각들은 하나의 음식, 음료로 인식하지 못하고 평가를 내리고 있는 만년 다이어터의 모습이다.


- 저 샌드위치 칼로리가 저만큼 하는구나

- 음료수도 달아 보이는데 저거 다 먹으면 칼로리가 얼마지?

- 계란 속에 마요네즈가 많이 들어갔을까?

- 그래도 계란은 단백질이니깐 괜찮겠지?


만약 사진을 보는 순간 샌드위치 포장지에 적힌 칼로리가 눈에 띄고, 아메리카노가 아닌 음료수에 조금이라도 거부 반응을 보인다면 당신은 모든 음식에 선과 악을 구분 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불과 3달 전까지만 해도 음식에 선과 악을 부여하는 미련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 나쁜 음식은 없다

'샐러드는 착한 음식이고, 빵은 나쁜 음식이야. 살이 찌는 음식은 모두 나쁜 음식이니깐 먹으면 안 돼. 그런데 오늘 빵을 먹어버렸네. 나쁜 음식을 먹으니깐 죄책감이 들어.'

이렇게 음식을 흑백으로 구분하면 뇌에서는 '금기'가 형성된다.

금기: 금하는 것

금기를 어기면 벌을 받고, 죄를 지은 사람이 된다.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음식은 그냥 음식일 뿐이다. 우리에게 삶을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주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기도 하며,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고마운 존재다. 달달한 디저트를 먹던, 아삭아삭한 식감의 샐러드를 먹던 당신이 그 음식을 먹고 싶었던 거라면 먹으면 된다. 점심에 친구들과의 약속에서 치킨을 먹었기 때문에 벌로 저녁을 굶고 운동을 2시간 해야겠다는 생각은 더욱더 '치킨'이라는 음식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 끝에는 폭식이라는 결말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심리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스스로 탈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첫 목표를 세웠다.

음식에 대한 금기를 깨부수자. 피어푸드를 하나씩 없애보자.

피어푸드: 자신이 나쁜 음식이라고 구부지은 음식으로, 먹고 싶었지만 살이 찔 것 같아 두려워서 금기했던 음식

치킨, 크림류 디저트, 빵, 밥 등 피어푸드가 무수했지만 다이어트를 하고 폭식을 하면서도 이것만은 먹지 못했던 존재가 하나 있었다. 바로 액상과당 음료수였다.

나는 단 음료수는 싫어.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제일 좋아.

당시 그렇게 생각했지만 지금 돌아보니 두려움을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기 위한 합리화였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가장 낮은 칼로리인 샌드위치를 사지 않고, 맛있기로 소문난 '바닐라크림콜드브루'랑 에그 샌드위치를 샀다. 음식에 대한 금기를 깨부수는 첫 순간은 행복했다. 어떤 음식이던 다 먹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렇게 선악의 구분을 없애고 피어푸드들을 하나씩 지우다 보니 매일 먹을 수 있을 것만 같던 치킨이나 크림 도넛도 어쩌다 당길 때 한 번씩 먹는 음식이 되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크림류 보다는 꾸덕한 질감의 버터바나 쿠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며, 한 입에 다양하고 풍부한 맛이 나는 샌드위치나 김밥을 좋아한다. 생각보다 나 자신이 대식가가 아니었음도 깨달았다. 정해진 1인분에 충분히 만족하고 가끔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는 정도이다. 항상 굶주려 있었기에 자극적인 음식이 당기는 것이었으며, 치킨 1마리와 도넛 6개를 먹어야 배가 차는 식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거였다.

나는 언제든지 맛있는 음식을 만족할 때까지 먹을 자격이 있다.

이 생각을 가지고 앞으로 마인드풀 이팅을 한다면 자연스레 음식에 대한 집착은 사라질 것이다.



마인드풀 이팅(mindful eating): 마음 챙김 식사라고도 불리며, 지금 이 순간 음식을 먹고 있는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음식과 소통하는 식사법

처음에 직관적 식사를 시작할 때, 그동안 자유롭게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한 피어푸드들을 먹고 싶을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사 먹었다. 이전에는 배달 온 상태, 포장된 상태 그대로 뜯어서 허겁지겁 먹었다. '맛'보다는 '먹는다'는 행위에 일시적인 쾌감을 느꼈다. 직관적 식사를 시작한 후, 접시 위에 만족할 수 있는 양만큼 덜어서 맛과 식감, 치킨의 모양에 집중하면서 눈과 입, 코로 음미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로 예쁜 접시에 담아 티타임을 가지듯이 여유롭게 먹었다.

시간이 2주 정도 지나자 더 이상 치킨이나 크림빵들이 미친 듯이 떠오르지 않았다. 점점 식욕이 안정되면서 나에게 맞는 식사량을 발견했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니 어느새 음식은 자연스럽게 내 일상에 녹아들게 되었다. 한 달에 10번은 배달을 시켜서 vip 등급을 달았었는데 이제는 먹고 싶은 만큼만 밖에서 포장하고 요리에 취미를 갖게 되면서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배달을 시키게 되었다.

초반에는 감정일기를 통해 직관적 식사하면서 어떤 감정들을 느꼈는지 기록했다. 내가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글로 표현하면 내가 왜 기뻐했는지, 왜 두려워했는지 원인을 짚어볼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진다.

다음 사진들은 나의 감정 일기 중 일부이다. 하루에 모든 음식을 기록한 것은 아니며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라 형식이 없음을 명시한다.

직관적 식사로부터 한 달 뒤쯤 간단한 요리를 하면서 음식을 만들고 맛보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다.

케이크를 배달시켜서 허겁지겁 먹는 것이 아닌, 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여유롭게 음미하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몸은 매일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을 찾지 않는다. 그러니 똑똑한 몸에게 모든 음식을 허용해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다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이 원해서 생기는 것이지, 살을 빼겠다고 노력해서 의지력을 발휘하는 것은 반발심만 생길 뿐이다. 이브랑 프시케도 자신들에게 주어진 금기를 어겼지만 결국 자신의 방식대로 행복하게 살았다. 금기를 어긴다고 자신이 우려하는 일(다이어터들에게는 살이 쪄서 불행해지는 삶)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이브, 프시케와 달리 우리는 '스스로' 금기를 세웠다. 금기를 어기는 것을 넘어 없앨 수 있으니 얼마나 자유로운가?


오늘도 하루종일 당신의 피어푸드를 먹을지 말지 고민하느라 배달앱을 들락거리고, 가게 앞을 서성이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는가? 지금 당장 사서 먹어보자. 대신 '맛'에 집중하며 미식가가 되어보자. 주체할 수 없는 식욕을 원래 상태대로 돌이킬 수 있는 첫걸음은 음식을 흑백으로 나누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음식과 대화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한 마디로 먹어라!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함께하고 있는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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