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nzibar Stone Town

아프리카 트럭킹 21일차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21



2025년 9월 19일, Stone Town, Zanzibar, Tanzania



0. 아름다운 아침이다.


선베드에 앉아 간단한 요가를 하며 눈을 감으면 야자수 잎 사이로 빼꼼히 걸어오는 햇살의 조각들.




1. Spice plantation tour


별로 관심은 없지만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는 향신료 농장 투어를 다녀왔다. 일단 너무 더웠고ㅠ 투어 중에 점심시간이 지나버려서 배가 고팠다. 당 떨어져서 예민하고 날카로운 상태라서 투어 설명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멋쟁이 바이커 언니 H가 물과 간식을 나눠주었다;; 제발 투어 시작 전에 물과 간식이 필요하다고 공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개인적인 고민에 빠져있던 날이기도 해서 한껏 불만이 많은 시간이었다. 계속 끝나는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 찬란한 날이라서 사진은 잘 나왔네@.@




2. Spice Palace Hotel


비치 리조트에서 2박을 보내고 새로운 호텔에 체크인하는 날이다. 스톤 타운은 비치 사이드와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인도 캘커타의 낡은 골목을 떠올리며 좁은 길을 지나면 하룻밤에 100달러가 넘는 호텔이 나온다. 그 정도 수준은 아닌 것 같은데..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바가지가 엄청나다. 작지만 예쁜 수영장이 있어서 잠시 다녀왔다. 이 호텔에서 그나마 그럴듯한 시설이었다;; 루프탑에 바와 레스토랑이 있지만 조식도 그럭저럭.. 밤늦게 올드패션드를 주문해 봤는데 아프리카는 칵테일도 개성이 넘친다(좋은 뜻 아님). 시설도 별로인데 방배정이나 1박 추가 등의 과정이 엉망진창이라 다들 돈 아까운 마음을 토로하기 시작하는 시기였다ㅎ



3. 우연히 들어온 호텔 루프탑 뷰의 축복


자유 시간이 많아서 행복한 잔지바르 여행! 그동안 너무 바쁘게 이동하고 살아야 했다. 느긋하게 하루를 즐기고 싶은 마음.


많은 멤버들이 노예 박물관이나 프레디 머큐리 전시관에 간다고 했다. 루나씨는 노예 박물관 같은 거 보고 싶지 않네요@.@ 비극적인 역사를 보관하고 전시하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동안 혹시나 잊고 있었던 슬픈 역사를 돌이켜보며 미래를 도모하기 위함일까? 루나씨는 비극의 역사 앞에서 감정적으로 너무 많이 영향받고 무너지는 사람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나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영화를 본 적 있는데, 너무 울어서 집에 가기 힘들 정도였고 몇 달간 알 수 없는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비극이 반복되면 안 된다는 메시지는 늘 충격적인 방식으로 전달된다. 노예 매매에 관한 문헌은 예전에 보고 오랜 시간 충격에 시달렸기 때문에 다시 반복하지 않기로 했다.


이디스와 쇼핑을 가기로 했다! 21명의 멤버 중에 가장 소비 욕구와 왕성한 두 사람은 홍콩에서 온 이디스와 캐나다에서 온 제이크였다. 루나씨가 드레스나 액세서리, 마그넷 같이 소소한 것에 관심이 있는 정도라면 제이크는 그림이나 조각품 같은 것을 자꾸 사들이고 (그와 그의 파트너는 내년 5월까지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어떻게 들고 갈 예정?) 이디스는 그릇에 관심이 많았다(!) 아, 그래서 그녀의 캐리어가 그렇게 큰 거였어. 20인치 캐리어로 여행하는 사람은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쇼핑목록이었다.



쇼핑이 점점 길어지고 루나씨는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좀 쉬겠다고 했더니 이디스는 자기만의 쇼핑을 하러 가고ㅋ 너무 더워서 가장 가까운 카페를 찾았다. (알고 보니 호텔의 루프탑이었다;;;) 1층 카페에서 음료를 요청하니 위층으로 올라가라는 안내를 받았다. 1층,,,, 2층,,, 3층,,, 4층,,,? 이쯤 되니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서기에는 너무 늦었어ㅠ 그렇게 헉헉 숨을 몰아쉬며 도착한 루프탑바는 스톤 타운 최고의 노을뷰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술은 마시고 싶지 않은 날, 웨이터가 자꾸 더 마시거나 먹을 생각 없냐며 집요하게 영업을 하기는 했지만ㅋ 콜라 한 병 마시면서 멋진 노을을 감상할 수 있었다. 탁 트인 하늘이 ‘너, 잘하고 있어’ 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결국에는 나만의 행복을 찾을 거라고. 오늘 우연히 발견한 저녁의 풍경처럼.



4. Girl's night


자유 일정이 많다는 건 식사도 우리가 찾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노르웨이걸 H는 심각한 땅콩 알러지가 있어서 신중하게 레스토랑을 골랐다. 알러지에 민감하지 않은 투어가이드를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가 추천하는 로컬푸드마켓에는 가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여성 9명의 걸스나잇이 성사되었다. 술친구 O와 와인도 한 병 나눠 마시고, 세비체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터무니없는 가격에 비해 아쉬운 음식이었지만 오랜만에 레스토랑 외식이라 뭐든 즐거웠던 것 같다.



H의 알러지 이슈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투어가이드의 태도가 주된 대화 주제였다. 그는 점점 일하기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있었고 영국 소녀와 썸이 진행되고 있는 듯하여 많은 이들의 불만을 사고 있었다. 젊은 사람들이니까 사랑할 수 있지, 하지만 자기 업무 소홀히 하면서 저러면 누가 봐도 욕먹을 일 아니겠어요. 그 후 그의 만행은 투어 마지막까지 이어졌고 결국 많은 이들이 팁을 아주 적게 주거나 주지 않았다는 결말. 3주 가까이 함께 여행을 하는 가이드의 역할과 책임이 정말 중요한데 매우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들 엄청난 리뷰를 쓰겠다며 벼르고 있었는데 게으른 루나씨는 결국 못 썼습니다;; 한국어로 적는 것도 귀찮은데 영어는 더...ㅎ


뒷담화로 끈끈해지는 우리들의 밤, 호텔 루프탑바에서 칵테일까지 한잔씩 하고 기분 좋게 잠이 들었다.



@ Spice Palace Hotel


Johannesburg to East Africa Overland Safari & Participation Camping (27da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