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음식에 진심인가요

멕시코시티 2일차

by 여행하는 루나씨



Day 2



2025년 10월 25일, 멕시코시티



0. 미친 시차


인천공항에서 저녁에 출발했기 때문에 한국 밤 시간에는 비행기에서 아주 잘 잤다. 애틀랜타 공항에도 역시 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미국 밤 시간에도 아주 잘 잤다. 새벽 4시 정도에 일어나긴 했지만ㅎ 7시간 정도 충분한 수면 시간이었다. 세계여행 계속하다 보니 시차 적응도 빠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그럴 리가 있나... 멕시코 오자마자 수면 패턴이 엉망이다. 아프리카 트럭킹 다이어리를 편집하다가 스르륵 잠이 오는 밤 9시경, 그대로 잠들었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자정까지 자는 것도 아니고 깨는 것도 아닌 상태로 뒤척거렸다. 겨우 잠들었다가 다시 일어났을 때는 새벽 3시ㅠ 한국은 대낮인 시간이라 잠이 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가 아침 7시에 다시 잠들어서 정오가 넘은 시간에 일어났다ㅠ 맙소사... 도미토리에 함께 묵는 미국인 친구에게 "Good morning." 이라고 인사했더니 손목시계를 쓱 보고 “Good afternoon." 이라고 답하더라.


하아... 시차는 방법이 없다. 적응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예전에 이집트에서 꾸준히 밤 8시에 자고 새벽 4시에 일어나던 거 생각난다ㅋㅋ 그때는 유럽에서 간 거라서 큰 시차가 아니었는데도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렸는데, 한국과 멕시코의 시차는 무려 15시간(!) 어쨌든 한동안 여기 있을 예정이니 그저 기다려보는 걸로.



1. 코리안걸 H


조그마한 샤워실에 들어가다가 마주친 사람이 코리안걸 H였다. "Are you chinese?" 언제 들어도 기분 나쁜 말이지만ㅋㅋ H가 너무 스윗한 사람이었으므로 넘어가도록 하구요ㅎ 아직 잠이 덜 깬 상태로 인사하고 여행 얘기 나누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스물다섯 살의 그녀는 싱그럽고 힘찬 영혼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썸붕(!)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했고ㅋㅋ 루나씨는 중남미 여행의 시작, 그녀는 중남미 여행의 끝에 있어서 다양한 꿀팁도 얻을 수 있었다. Gracias!




2. 인터넷 카페


비록 오후에 일어났지만 아침 루틴을 놓치지 않는다. 중남미 여행의 컨셉은 무념무상. 여행을 다시 시작하면서 나에게 물었다. 이번 여행의 목표는 뭐지? 다이빙? 하이킹? 휴식? 운동? 사람? 건축? 문화? 예술? 언어? 경험? 새로움? 음식? 쇼핑? 춤? 음악? 모두 No. 원하는 건 그저 평화롭고 잔잔한 일상을 사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운동과 산책과 독서와 글쓰기를 놓치고 싶지 않다. 옥상에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삶은 달걀, 토마토, 치즈를 준비해서 건강한 아침 식사를 마친 시간이 오후 두 시였다ㅋㅋ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스페인 알리칸테 한달살이 다이어리를 한국에서 완성했고, 브런치북을 발간하려고 보니 데스크탑 컴퓨터가 필요했다(!) 모바일이나 태블릿 PC로 드래그하는 방법 아시는 분;; 오늘이 공모전 마감날! 인터넷 카페를 검색했다.



로컬시장 안에 있는 인터넷 카페는 너-무 작아서 (테이크 아웃 전문 카페 안에 있는 카운터보다 작은 것 같았다) 무뚝뚝한 세뇨르 바로 뒤에 붙어서 컴퓨터를 사용해야 했지만, 한 시간에 15페소(1,200원), 속도나 사용 환경도 나쁘지 않았다. 사장님은 영어 따위 전혀 안 먹힐 것 같은 인상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ㅋㅋ "Puedo usar computer?(컴퓨터를 쓸 수 있나요)", "Cuanto cuesto(얼마인가요)?" 더듬더듬 스페인어로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성공적>< 문제는 숫자가 너무 어려워서 매번 가격 들을 때마다 좌절한다는 것. 여행하면서 꾸준히 나아지겠지? 더 큰 문제는 한글 타자가 없다는 거였다ㅋㅋ 오마이갓ㅋㅋ 하지만 해외생활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니고, 휴대폰에 써서 이메일로 보낸 후 복사하여 붙여넣기 신공을 발휘했다ㅎ 소소한 꼼수가 늘어가는 장기여행자입니다, 에헴.




3. 동네 둘러보기


인터넷 카페가 시장 안에 있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맛있는 음식이 많아서 막 설렌다. 길거리 음식은 위생적으로 좀 위험해 보였는데 시장 안이니까 괜찮은 느낌? 단백질 보충을 위한 고기도 많고 루나씨가 애정하는 더운 야채도 눈에 띈다. 요리 고민할 필요 없이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센트로에 있는 호스텔을 예약했기 때문에 멕시코시티에서 가장 유명한 유명한 소칼로 광장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 마침 토요일이라서 또다시 신도림역 같은 인파를 만날 수 있었고@.@



대도시는 참.. 서울 같고 도쿄 같고 방콕 같고 바르셀로나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정이 가는 게 멕시코의 꾸준한 매력이 될 것 같은 느낌. 길거리 음식과 거리 공연 등으로 북적북적 축제 분위기가 가득한 날이었다. El día de muertos(죽은 자의 날)에 맞춰서 멕시코에 오기로 한 건 탁월한 결정이었다!



소칼로 광장을 둘러보느라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성당으로 도망쳐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람도 많고 소음도 많은 멕시코 시티... 성당도 고요하지는 않았지만ㅎ 그나마 바깥보다 나았어...




4. 당신도 음식에 진심인가요


올해 세계여행을 하면서 두 번이나 한국에 다녀왔다. 첫 번째는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리웠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추석 때 베프와 남해 여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오래 머무르다 보니 한국 문화가 낯설어 보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는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 중 하나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음식에 진심이라는 것. 루나씨도 한국 다녀오면 사진첩에 음식이랑 술 사진이 가득, 아무리 오래 있어도 (두 번째는 23일간) 겹치는 메뉴조차 거의 없다.


멕시코에 와서 느끼는 첫 번째 친밀감. 멕시코 사람들도 음식에 매우 진심이다. 우선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의 다양성에 놀라고,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간식을 들고 다니는 모습에 놀란다. 루나씨도 소칼로 광장 가는 길에 현지 사람들 틈에 끼어서 타코를 하나 사 먹었다.



“Uno quince pesos, tres cuarenta."


하아.. 숫자 때문에 정신이 어질어질하고 사장님과 그의 아들, 가족 손님까지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나를 주목하고@.@ 세네 번쯤 다시 물어본 후에 하나는 15페소(약 1,200원)인데 세 개 사면 40페소라는 뜻을 이해하고 하나만 주문했다ㅎ 그래도 말이 통하는 게 어디야>< 영어가 안 통해서 차라리 더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중남미 여행의 시작. 스페인어 마스터가 되어 보겠다! 으하하!


저녁에는 한식에 진심인 코리안걸 H와 함께 순두부찌개와 제육볶음을 먹었다>< 순두부찌개는 한국 식당에서 먹던 맛이었고(아마도 순두부 양념 파우치ㅋ), 제육볶음은 많이 달았지만 반찬 구성이 대단했다. H가 와하까에 있을 때 한인민박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곳이라고 하던데, 멕시코에 살거나 여행하는 분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인 것 같았다. 달걀말이 리필해 주시는 미모의 사장님 친절은 덤. 맛집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