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관계의 변화
1편에서는 체류시간과 트래픽을 통해 돈을 버는 플랫폼 비즈니스와 함께 등장한 크리에이터에 대해서 다루었다. 이번 편에서는 생성형 AI가 만들어낼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변화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풀어보려고 한다.
1편을 못보신 분들은 이곳을 보시면 됩니다.
https://brunch.co.kr/@6beee4c23661489/31
링크 클릭이 귀찮으신분들을 위해, 그리고 오늘 글을 이어가기 위해서 잠시 이전 글의 일부를 발췌해보려고 한다.
플랫폼 자체 수익의 특성상 팔로워 수가 많아질수록 수익을 독식한다는 점 때문에 최근 컨텐츠의 트렌드는 어떻게 하면 자극적인 쇼츠 컨텐츠를 뽑아내냐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서 소수의 취향을 맞춰주는 채널들은 지속가능성 문제로 사라져 가고 온갖 렉카스러운 컨텐츠가 만연해지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방향성이 이러한 렉카 컨텐츠 플랫폼이 아니라면, 이 비즈니스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언제나 이 두 가지이다.
1. 충분한 규모의 팔로워에게 의미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는 마땅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2. 플랫폼은 충분히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무수히 많은 컨텐츠를 확보하고 이를 좋아할 것 같은 유저에게 연결해야 한다.
최근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이제 정말 인간의 지능을 대체할 수준의 강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라는 의견들이 힘을 받고 있다.
앞서 플랫폼에서는 팔로워에 비례하는 수익구조로 인해서 의미있는 컨텐츠보다는 자극적인 컨텐츠들만 생성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고객의 이탈을 끌어낼 수 있다.
이로 인해 소수의 취향에 맞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들은 더더욱 관심을 받지 못하고 컨텐츠 제작을 포기하고 이탈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플랫폼에서는 이들을 위한 여러 크리에이터 펀드를 통해서 컨텐츠 생성을 장려하고 있다.
만약에 앞으로 컨텐츠를 만들어주는 AI가 등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1. 플랫폼과 크리에이터의 공생관계는 사라진다.
#긍정의견
초기부터 플랫폼은 트래픽을 데려올 컨텐츠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그 컨텐츠를 만드는 주체가 크리에이터였기 때문에 그들과의 공생관계가 생겼을 것이다.
물론 과도기 단계에서는 생성 AI툴을 활용해서 컨텐츠 생산 비용을 낮추는 크리에이터들이 수익을 버는 구조이지만, 애초에 플랫폼이 이들조차도 대체가능한 모델이 있다면 굳이 이들과 공생하는 구조를 선택할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실제로 아마존, 쿠팡, 무신사와 같은 커머스 업체들은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그들의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PB 상품을 만들었고 빠르게 매출을 가져왔다.
그동안의 추천 알고리즘 연구를 통해서 플랫폼은 유저의 컨텐츠 선호도를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리고 그 선호도를 반영한 컨텐츠를 AI 모델을 활용해서 만들어낼 수 있다면?(넷플릭스가 하우스 오브 카드를 만든것처럼?)
#부정의견 (만약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넷플릭스의 AI 관리자 채용에 대해서 할리우드가 파업을 한 것처럼 누구나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행동은 정당화될 수 있다. 결국 이해관계자와의 싸움으로 그 진행이 더뎌질 수도 있다.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n4gep56vypo
비노드 코슬라가 이끄는 코슬라 벤처스에서도 향후 10 ~ 15년 후의 미래에서 컨텐츠의 다양화, 개인화를 얘기했지만, 그 허들이 될 요소로 incumbent resistance(의역. 기득권의 반발)를 뽑았다.
최근 SORA를 활용해서 여러할리우드 전문가들이 만든 영상들이 공개되었는데 우선은 과도기 단계에서 크리에이터에게 이 툴을 사용해서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것부터 시작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2. 대중 문화라는 것이 사라질 것이다.
서브컬쳐라는 단어가 대세가 되기 시작했다. 미디어는 꾸준히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형태로 발전해왔다. 기술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소수의 주파수를 통해서 정보, 컨텐츠를 전달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관 자체도 자본 문제로 일년에 손을 꼽을 정도로 볼 정도로 미디어를 접할 기회가 적었다. 그렇기 때문에 메세지 전달 권한을 가진 매체(방송국, 신문사)의 힘이 매우 컸다. 듣는 사람의 입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정보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고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매체가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만 힘이 생기는 사회가 되었다.
컨텐츠 역시도 동일하다. 이제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서 모두가 좋아하는 컨텐츠는 없고,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만 보여지고 있다. 컨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자신의 구독자나 알고리즘에 반응한 오디언스를 위한 컨텐츠를 만든다. 정치인들도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을 위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아래 슈카월드 영상은 이전에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반대편 지지자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에 발언을 조심하고 모두를 위한 발언을 했다면, 이제는 SNS 알고리즘의 발달로 어차피 자신의 의견은 알고리즘으로 지지자들에게만 전달되기 때문에 더 강한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방을 비방하면서 점차 분열되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다룬다.
https://www.youtube.com/watch?v=-ODk240Uwh4
AI가 생성된다면 더더욱 이는 심화될 것이다. 만일 GPT와 같은 텍스트 형태로 영상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면? 기존의 크리에이터들은 영상에 자신의 영감이나 주고자 하는 메세지가 있었다면, AI를 통해 만들어지는 영상들은 주로 오로지 "유저가 좋아할만한 영상"을 만드는데에 초점이 만들어질 것이다. 프롬프트를 통해서 크리에이터의 생각이나 주관이 들어가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면 더더욱 유저는 자신이 좋아할만한 관심사로 구성된 컨텐츠만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 이는 결국 대중 문화에서 최근에는 minority culture, sub culture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문화라는 단어를 쓰기도 어색할 정도로 철저히 Personalized된 contents를 소비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3. 숏폼의 대세감은 끝나고 더 몰입감있는 컨텐츠가 성공할 것이다.
숏폼은 어쩌면 늘어나는 컨텐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서 이에 대한 솔루션으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넷플릭스에서 더 글로리 파트1이 나온 이후로 파트2가 나오기까지 4개월이 지났다. 이는 장편 컨텐츠는 아무리 인기가 있더라도 생산 비용이 크기 때문에 그 수요에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만일 더 글로리와 같은 컨텐츠를 매일 1개씩 만들어낼 수 있다면 지금의 틱톡 주도의 컨텐츠 플랫폼 구도가 이어질까?
AI도 역시 만들 수 있는 컨텐츠의 형식이 처음부터 장편으로 가기 어렵고 숏폼 -> 롱폼 형태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플랫폼은 점차 CGC(Creator Generated Contents)보다는 AGC(AI Generated Contents)를 알고리즘에 많이 태울 것이고,(자의, 타의 둘다) 그렇다면 결국 현재의 크리에이터들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시간의 길이 혹은 VR, 게임과 같은 좀 더 큰 규모의 컨텐츠를 만드는 시장으로 뛰어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누구나 영화/게임/메타버스 디렉터가 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4. 오히려 사람이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들어간 컨텐츠는 고급화 브랜딩이 될 수도 있다.
공장을 통해 식품/의류 산업이 발전하더라도, 오늘날에도 여전히 수작업 형태의 장인 정신을 추구하는 레스토랑과, 의류 브랜드는 살아남았다.
오히려 그 수작업으로 인해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차별화된 요소로 동작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는 어디가 될까?
1차적으로는 이런 영상을 만들 수 있는 모델을 소유한 기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오픈AI 정도 되는 빅테크 정도가 가능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 모델에게 있어서 일종의 지능이란, 원하는 요구사항을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차원의 형태로 변환하고 이를 사람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다시 변환시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영상을 만든다는 것은 물리학적 원리를 이해해야하고, 현실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든다는 것, 장기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고차원의 형태인 지능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모델이 다루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세부 테스크들에 대해서는 디테일하게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빅테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스타트업들이 디커플링을 통해서 조그마한 시장에서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켜가면서 새로운 시장이 탄생하는 것처럼 말이다.
두번째로는 위에서 말한 모델이 만들기 어려운 AR/VR/게임/메타버스 컨텐츠를 만들어주는 툴이나 해당 컨텐츠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크리에이터들은 수익을 쫓아갈 수밖에 없다.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못한 크리에이터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AI가 할 수 없는 영역을 찾아갈 것이다.
세번째로는 소수의 팔로워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플랫폼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최근 온리팬스 같은 플랫폼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물론 성인물이 주된 요소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소수의 팔로워로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의 가능성을 볼 수 있다.
비슷한 접근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활용해서 해결하겠다는 스타트업들이 꽤 있었는데 꼭 블록체인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접근을 하는 스타트업 중 성공한다면 시장의 큰 파이를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컨텐츠 비즈니스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샘 알트먼이 말하는 기본소득이 존재해야할 정도로 AI가 생산성을 극대화시켜 모두가 풍요로운 사회를 살게 된다면 사실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었던 컨텐츠 생산에 대한 보상 메커니즘의 필요성이 사라질 수도 있다. 플랫폼 역시도 그런 부를 벌어야할 이유 조차도 사라질 수 있다. 그런 사회가 된다면 오히려 로마 시대에 철학이 발전했듯이 더 다양한 컨텐츠들이 생산되고 실험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여기까지가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비밀의 숲, 킹덤, 지옥같은 컨텐츠를 정말 좋아하는데 내가 꿈꾸는 미래는 내가 좋아하는 컨텐츠를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언제나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On-Demand 형태의 컨텐츠 플랫폼이 생기길 기대한다. (그 부분에 기여하고 싶은 꿈도 있다. 얼른 그런 비전을 그리는 회사가 등장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