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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뱡인 Aug 12. 2023

나의 구속기 (0)

0. 가정폭력범 연행 그 후 16년

그 사건은 무려 16년 전, 2년 간의 별거 후 법정에서 이혼의 모든 절차를 마치고 타주의 로스쿨로 떠나온 것은 14년 전. 정말 긴 시간이 지나서야 이 이야기를 꺼내고 그 과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한동안은 덮어두는 것이 옳다 믿으면서 기억 저편으로 보내려 애썼지만 새 출발을 정당화하는 과정에서 되씹기를 반복했고 그렇게 뇌리에 박힌 그날의 기억은 십수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생생하다.


이제 와서 왜 이런 이야기를 꺼내어 내놓는지 의아해하는 가족들에게 “타국에서 구치소 가본 경험을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라고 답했지만 솔직한 마음은 알게 모르게 이런 경험을 했던 사람 또는 하게 되는 사람이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하지만 이런 경험도 알고 보면 별 거 아닐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또 그날의 경험 자체도 이야깃거리이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경험이 나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놓았는지 그 후 십 수년의 시간을 존버한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시간을 지나오면서 나는 그래도 존버의 반열에 들어섰고 그 진부한 과정도 살면 살아진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나누고 싶어진 것이다.


어떤 이들은 나에게 특별하게 살아왔고 많은 것을 이루었다 말해주지만 실상은 하루하루 애쓰기도 하고 나부러져있기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왔다. 어쩌면 그 일로 인해 나는 더 이상 남들과 비교가능한 인생을 사는 것은 틀려먹었다는 어리석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쟁구조, 상대적 박탈감 등등은 더 이상 해당사항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살게 되었고 이 점이 바로 이 경험으로 인한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짧고 시시한 경험이었지만 어찌 되었던 나는 그 후 분명 달라졌고, 이제 내 이야기를 조심히 꺼내어 나누고 보고 싶다. 나의 이야기를 통해 지금 많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분들이 잠시 고민을 멈추고 진짜 이 고민이 나를 집어삼킬만한 고민인지 인생이 나를 움직이게 하려고 던져준 과제 중 하나인지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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