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오묘한 부의주

게으른 할머니 농부되기

by 김성희

언제부터인가 발효음식을 먹으면 속이 편하다는 어르신들 말씀에 공감하게 되었다. 아이들 밑반찬으로 물김치를 만드는 건 원래 익숙했었고, 요구르트를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하고 전통술 녹파주를 재미있게 만들어보기도 했었다.


농업 관련 사이트를 참고해 전통방식으로 녹파주를 빚다 보니 항아리와 용수 등 낯선 도구를 준비해야 했고, 혼자서 하기엔 절차상의 번거로움이 있어 그 이후 다시 만들어보지는 못했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전통술을 제대로 배워보아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던 차에 기회가 생겼고, 첫 과정으로 부의주(동동주)를 만들게 되었다.


찹쌀 1kg

물 1ℓ

누룩 200g

세 재료를 잘 빚어 투명 용기에 넣고 소중히 집으로 가져와 통풍이 잘되는 거실 탁자 위에 두었다. 며칠 전 만들어 둔 매실청도 나란히 두고 익는 과정을 흐뭇하게 지켜봤다.


처음 이틀간은 아침저녁으로 부의주 담근 병의 뚜껑을 열어 재료를 잘 섞어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 교육장에 가서 소중한 첫 작품인 부의주를 거르고 시음도 했다. 왠지 시큼한 맛이 나는 듯해 날씨가 더운 탓에 너무 많이 익은 건지, 아니면 6일째 날도 뚜껑을 열어 괜스레 내용물을 저어준 게 잘못된 건지 강사님께 여쭤봤다. 강사님은 똑같은 과정 또는 동일한 사람이 해도 맛은 차이가 난다고 하셨다.

오묘했다.


집으로 돌아와 유리병에 소포장해 보관하고, 한 병은 언니네로 가져갔다. 맛을 본 소감을 물으니

“너 여기다 매실청을 넣었어? 매실청 맛이 강하게 나는데” 하였다.

매실청 담근 병 옆에 나란히 두었을 뿐인데.

오묘했다.


공기 중에는 자연효모가 있어 의도치 않게 발효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던 강의 내용이 생각났다. 혹 자연효모가 매실청을 거쳐 부의주에 영향을 끼칠 수 있었을까? 너무나도 작지만 자기들만의 거대한 세계를 가진 미생물이란 존재를 포함한 자연이 만든 작품은 나의 무지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따름이다.

오묘하다.


나의 손을 빌리긴 하였으나, 내가 오롯이 혼자 부의주를 만든 게 아닌 것이다. 6명의 교육생이 똑같은 레시피에 따라 공통의 재료와 용기를 가지고 만들었으나, 미생물, 주변 환경, 보관장소의 온도와 공기, 채광 등 자연에 영향을 받은 다른 맛의 부의주가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역시 자연은 오묘하다. 나는 무지하였으나, 자연은 매실청 맛이 나는 부의주를 만들어내었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중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겸손하게 살아야 함을 또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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