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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불편함

UX에서의 '불편함'이 신뢰를 쌓는 법

by 버터멜론

닌텐도 게임칩에는 ‘데나토늄 벤조에이트(Denatonium Benzoate)’라는 세계에서 가장 쓴 맛을 내는 화학물질이 코팅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게임칩을 입에 넣을 경우 강한 쓴맛을 주어 즉각 뱉어내게 하려는 미각 피드백 장치입니다.


스크린샷 2025-04-21 174513.png 닌텐도 스위치 카트리지


이처럼 의도에서 벗어난 행동을 막기 위해, 불편한 경험을 강제로 포함시키는 UX 전략은 심리학에서의 혐오자극(aversion technique) 이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입니다.


흔히, 좋은 UX라고 하면 ‘항상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긍정적 경험이 ‘편함’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테슬라 자동차의 경우, 오토파일럿 중 운전 태만 경고가 5회 누적되면, 1주일간 오토파일럿 사용이 금지됩니다. 이 역시 사용자에게 엄청난 불편함을 경험하게 하고,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게 유도하는 UX 전략으로 작동합니다. 단기의 불편함을 넘어서면, 장기적으로 올바른 운전 습관을 형성하는, 운전자의 안전에 귀결되는 긍정적 경험이 되기 때문이죠.


스크린샷 2025-04-21 174601.png 운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오토파일럿 기능이 중단됩니다. / 출처 cars.com


중요한 것은 이런 불편함이 사용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고, 서비스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의도적으로 설계된 불편함이 제공되는 서비스 경험의 일부로 느껴져야, 사용자들은 불편을 공감하고 감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통의 게임에서 스태미너가 달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한다거나, 인벤토리가 꽉 차서 아이템을 더 이상 줍지 못하는 상황은 일시적인 불편함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가 게임의 규칙과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더 몰입도 높은 게임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9534211773bf6a39672babda638a821f106fae04a78183ec51ee9c562456eefe.png?expires=1745228940&key=7ZCZRhuaTQ3bfXbRdzrocw&type=orig [마비노기] 규칙을 이해하면 몰입할 수 있습니다.. / 출처 arca.live/b/mabi/98213467


UX 설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함 자체가 서비스와 사용자간 맥락 안에서 설득력을 갖고 수용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목적이 투명하고 또 이로운지가 핵심입니다. 사용자에 대한 존중 내에서, 그들에게 통제권(선택의 여지를 주거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돌려주는 의도로 설계된 불편함은 오히려 신뢰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행동과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크 패턴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좋은 불편함은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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