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에서의 '불편함'이 신뢰를 쌓는 법
닌텐도 게임칩에는 ‘데나토늄 벤조에이트(Denatonium Benzoate)’라는 세계에서 가장 쓴 맛을 내는 화학물질이 코팅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게임칩을 입에 넣을 경우 강한 쓴맛을 주어 즉각 뱉어내게 하려는 미각 피드백 장치입니다.
이처럼 의도에서 벗어난 행동을 막기 위해, 불편한 경험을 강제로 포함시키는 UX 전략은 심리학에서의 혐오자극(aversion technique) 이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감소시키기 위한 고도의 전략입니다.
흔히, 좋은 UX라고 하면 ‘항상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두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긍정적 경험이 ‘편함’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테슬라 자동차의 경우, 오토파일럿 중 운전 태만 경고가 5회 누적되면, 1주일간 오토파일럿 사용이 금지됩니다. 이 역시 사용자에게 엄청난 불편함을 경험하게 하고,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게 유도하는 UX 전략으로 작동합니다. 단기의 불편함을 넘어서면, 장기적으로 올바른 운전 습관을 형성하는, 운전자의 안전에 귀결되는 긍정적 경험이 되기 때문이죠.
중요한 것은 이런 불편함이 사용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고, 서비스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의도적으로 설계된 불편함이 제공되는 서비스 경험의 일부로 느껴져야, 사용자들은 불편을 공감하고 감정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보통의 게임에서 스태미너가 달면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한다거나, 인벤토리가 꽉 차서 아이템을 더 이상 줍지 못하는 상황은 일시적인 불편함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용자가 게임의 규칙과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받아들이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더 몰입도 높은 게임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됩니다.
UX 설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불편함 자체가 서비스와 사용자간 맥락 안에서 설득력을 갖고 수용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목적이 투명하고 또 이로운지가 핵심입니다. 사용자에 대한 존중 내에서, 그들에게 통제권(선택의 여지를 주거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돌려주는 의도로 설계된 불편함은 오히려 신뢰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행동과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크 패턴이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좋은 불편함은 어떤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