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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마스d Aug 21. 2023

끝없이 가라앉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이상하게 허전한 날이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해도 집중이 안되고 힘이 나지 않습니다.

명상을 해도 좋아하는 드라마를 봐도 

곧 다시 가라앉고 맙니다.


마치 어두운 수면아래로 계속해서 가라앉는 느낌입니다.

수면 위로 올라가려 안감힘을 써봐도

얼마 있으면 올라간 것보다 더 아래로 다시 가라앉고 맙니다.


다리 끝에 무거운 족쇄 같은 것이

나를 계속해서 아래로 끌어당기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발에서 떼어내려 노력해도 쉽사리 떨어지지 않습니다.

마치 상황이 점점 더 꼬이는 것만 같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문득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받아들여집니다.

그리고 비로소 마음의 저항이 사라집니다.


이제 어디든 그냥  

가라앉아버리기로 합니다.


어두웠기에 얼마나 깊은지도 모른 채

막연히 두려워했을 뿐

저항을 멈추고 나니 이내 지면에 발이 닿음이 느껴집니다.


한없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었음을 깨닫습니다.


평안은 생각보다 너무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족쇄와 같았던 발끝의 무게는 어느새 내게 안정감을 주고 나를 굳건히 잡아주는 느낌입니다.


잊어버린 수면 위가 떠올라 다시 올려다보지만

도통 어딘지 찾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가 그토록 갈망했던 곳에 내가 존재하고 있음을요.


상황을 바꿔보려 애쓰며 저항하던 내가 사라진 자리에는

다름 아닌 깊은 평안함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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