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 중반부터
돈 버는 법을 좇아 10년을 살았습니다.
직장생활, 사업, 부동산 투자, 코인, 주식, 블로그, 마케팅, 앱개발 등등
흔히 인터넷상에 검색되는 각종 부업을 포함하여
돈 번다는 많은 것들을 해보았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처음부터 돈을 보고 살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많은 돈보다는 소소하게 여행 다니는 삶을 꿈꾸었고
어디에도 묶이지 않는 자유를 갈망하여
돈이 되는지와는 상관없이
흥미를 따라 많은 일들을 벌리곤 했습니다.
이런 제가
언제부터 돈을 좇게 되었을까요?
이십 대 중반 다소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큰 상실을 겪고
사회초년생으로서의 부푼 기대와는 달리
나라는 사람이 조직생활에 맞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 제 삶의 기준이던
자기만족, 행복, 깨달음들이
너무 모호하고 흐릿하게 보이면서
사회가 인정하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돈'이라는 가치로 인정받고 싶어 졌습니다.
때마침
부동산, 가상화폐, 경제적 자유, FIRE족 등
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큰 때였습니다
저 역시 그런 모든 흐름 속에
휩쓸려 들어간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저는 외부적인 것들에 취해
돈이 최고라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실제로도 돈은 머리 아픈 많은 문제들의 손쉬운 해결책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점은,
이전보다 분명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좀처럼 만족감이나 성취감 행복감등이 썩 높지 않았습니다.
분명 내가 가진 파이의 크기는 커졌지만
파이를 담던 그릇도 같이 커져서 결국 내 파이의 크기는 계속 작게만 보이는 듯했습니다.
끝없는 비교의 늪에 빠져가는 걸까요?
쇼핑몰로 돈을 잘 버는 사람
가상화폐 투자로 큰돈을 번 사람
부동산 경매로, 아파트 투자로
상가 투자로, 블로그로, 사업으로...
무의식적으로 나와 그들을 비교하게 되고
그 기준은 나날이 높아져갔습니다.
어느새부터인가 성취에도 기쁨이 사라졌습니다
내가 지나온 길보다 갈 길이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이 방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맞는 길일까?
이게 정말 행복한 삶일까?
경제적 자유라는 허상을 좇아 지나온 십여 년의 세월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나는 왜 경제적 자유를 원하는가?
나는 왜 돈을 원하는가?
그 시작점을 되짚어 봅니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마치 상상 속에 존재하는 낙원처럼 들렸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마음과 생각을 떠올려보니
마음자체가 조건적인 행복을 수용하고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나는 꺾여버린 자존심을
나의 상처받은 자존감을
돈을 통해서 회복하려 했습니다.
내가 쓸모 있는 사람임을
인정받길 원했습니다.
그러려면
나는 SNS 속에 누구보다 잘나거나
최소한 비슷한 수준이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어떠냐고요?
끝없는 이 터널 속을 걸어가기를 포기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옆 비상구로 빠져나와 나만의 템포로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내려놓은 채 살고 있습니다
그때의 삶이 맞는지
지금의 삶이 맞는지 물으신다면 정답은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과거의 내가
인정받고 싶어 하며 끝없이 나를 증명해내고자 하는 욕구였다면
지금의 저는
마치 영화를 보듯
그런 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나를 거리를 두고 지켜봅니다.
굳이 따지면
예전에 내가 역할에 너무 몰입하여 자신의 연기가 곧 현실이라 착각하는 배우였다면
지금의 저는 그런 배우를 지켜보는 감독 혹은 관객과 같달까요?
처음 이글의 제목을 보고
경제적 자유를 좇아 결국 부자가 되었다거나 또는
경제적 자유를 좇아봤는데 부질없다거나 하는 내용의 글이 아니라
품었던 기대와 궁금증이 해소되지 못했다면 죄송합니다.
다만 행복을 위해 막연히 경제적 자유를 원하신다면
재고해 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행복은 저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삶이란 순간의 행복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내 목표를 달성한 미래의 어느 순간
그간의 불행을 씻어내듯 딱 저축된 만큼의 행복이 쏟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행복은 조건적이지 않습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면 행복할 거야
부자가 되면, 잘생겨지면, 포르쉐를 사면,
이러한 조건 아래에서만 행복하다면 그 행복은 가짜입니다.
행복은 어떤 상황에도 내 안에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갑니다.
행복이 조건적이지 않고 저축되지도 않는다면
지금 당장 행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