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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o 수오 Nov 23. 2022

환멸

사건의 결합



아, 인간이 진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온 힘을 다해 힘껏 몸부림 쳐봐도, 결국, 나약한 날갯짓에 불과하구나. 그러한 자신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모르고, 진실을 향해 힘껏 퍼덕이는 저 몸부림이 애통하다. 애써 남겨 놨던 고통의 흔적들은 힘 있는 자의 손길에 의해 비참히 왜곡되고 조작되어 버리는 것을, 그저 무능히, 바라보는 것 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 비참함이 쓰리게 안쓰럽다.


변질된 진실을 마주하느니 차라리 흔적 없이 묻어야 했다. 그래, 차라리 그 편이 저 무지한 자에게 더 이로웠다. 세상 이치를 알지 못했던 저 순진한 자에게 차라리 그 편이 나았다. 처음부터 존재한 적 없던 것처럼, 묵묵히, 삼켜내는 편이 더 나았다. 모호하고 불분명한 진리를 밝혀내기보다는 눈앞에 놓여진 것만—그것이 왜곡되었든 조작되었든—믿는 것이 여기 세상 이치라고, 왜 저 불쌍한 자에게 귀띔해 주는 이 아무도 없었나. 세상은 고귀하고 찬란한 무한의 가능성으로 가득 찬 탐험 세계가 아닌, 악랄하고 오만한 기만적인 곳이라고 왜 저 불쌍한 자에게 귀띔해주는 이 하나 없었나. 조작된 역사보다 어쩌면 오성과 감성으로 그려낸 표상의 세계가 더 참된 진실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파고든 고통은 더욱 깊숙한 곳을 향해 파고, 파고, 파고, 파고든다.

고통의 쓰라림은 이제 쾌인지 불쾌인지 감각되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촉각을 넘어 찌르는 전율은 점점 거칠게 휘갈겨져 여린 신경들을 무참히 끊어내기 시작했고,

질긴 근육마저 강한 파열음과 함께 이내 사방으로 갈기갈기 뜯기고 찢겨 더 이상 몸뚱이에 달라붙어 있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너덜너덜거리기 시작했고,

극치에 달한 신음은 감히 인간이 뱉어 낼 수도 없는 한계에 치닫았는데 소리가 끔찍이 시리고 시려 더 이상 느껴지지도 더 이상 들려지지도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끝 모를 심연 속에 절여진 그자는 아무도 보지 못할 형체로 아무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찢겨진 채 외쳐대고 있었다. 비참하고, 처절하게, 그러나 무능하게. 한때는 꿈꿔왔던 세상을 향해서.



아, 진실로 인간이 진리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구나. 온 힘을 다해 힘껏 몸부림 쳐봐도 결국 비참한 날갯짓에 불과하구나. 자신의 힘이 얼마나 무능한지 알지 못하고 진실을 향해 힘껏 퍼덕이는 저 모습이 애통하다. 애쓰지 말라고 누가 그자에게 귀띔해 주었으면. 애쓴 흔적들은 결국 왜곡되고 조작되어, 차라리, 흔적 없이 사라지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누가 그자에게 일러 주었으면.

그러나, 저 무지하고 순진한 자 멈추지 않고 계속 외쳐되고 있구나. 닿지 못할 곳을 향해 아무도 듣지도 보지도 못할—어쩌면 반대였을—곳을 향해 힘껏 그러나 무능하게, 끝없이 포효하고 있구나.


아, 저 형체 없는 들려지지 않을 신음을 누가 알아차릴 수 있단 말인가. 애절함이 쓰리게 안쓰럽다.



혹시 저 처절한 몸짓과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전지한 분이, 아직 존재한다면, 혹시 그분이 저 자의 비통함을 해명해 줄 전능함까지, 여전히 지니고 있다면,

부디 저 어리석고 가엾은 자의 증인이 되어 변호인이 되어 주시기를.

부디 저 나약한 자를 긍휼히 여겨주시기를.

기꺼이 은혜를 베풀어 주시는 그 분께, 신의 가호가 영원히 함께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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