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o 수오 Jun 29. 2023

in a vacuum

실험과 관찰


‘에로스 손길이 닿으면 누구든 시인의 자질을 갖추게 된다. 정신적 충만에 이르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름다움은 출산된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는 이렇게 다시 고쳐본다.


'하데스 숨결이 온몸을 감싸면 살고자 하는 이는 글을 쓴다. 아직 어떠한 형체도 기능도 부여받지 못한 핏덩이가 울컥 쏟아 나온다. 영양과 사랑을 왕왕 받아 완전한 모습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분만되는 것이 아니다. 돌연 출연한 변이 세포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주변을 전부 삼켜내 전체가 잠식되어 버리기 전, 살고자 한 의지를 가진 존재가 그들을 추방한 것이라. 그만 사산되었어야 마땅하나 아직 질긴 숨을 연장하고 있다. 어떠한 유용성도 가치도 그렇다고 아름다운 형상도 갖추고 있지 않은, 얇은 숨만 연명하고 있는 추한 덩어리들은 즉시 제거되어야 마땅하나 버티는 모양새가 가엽다. 일단 다른 살아있는 것들과 아무런 관계도 형성할 수 없는 비어 있는 흰 공간 속에 내던져 격리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중랑천 뚝방길 화학실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