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쿠바 대학교 이주(Yi Zhu) 박사는 일본 지로 라멘 가게 AKI(가명)의 의식적 관행과 상징을 통해 기업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탐구했다. 매사추세츠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AKI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았고, 수익성 높게 운영되고 있었다. AKI에는 사람들의 꿈을 공유한다는 철학이 있었다. 지로 라멘은 돼지고기 차슈, 두꺼운 면, 그리고 선택 사항인 마늘과 함께 나오는 양이 많은 큰 그릇 라멘이다. 이 연구를 위해 박사는 2017년 5월 AKI 매장에서 필드워크를 진행했고, 참여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 대상은 AKI의 매니저, 정규직 직원 및 자원봉사자 등 총 5명으로, 모두 20대에서 40대의 남성이었다. 연구자는 AKI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의식적 관행과 상징이 구성원들에게 스며들어 집단 정체성 형성에 기여하게 되는 과정에 주목했다. 또한, AKI 창업주 타나카(가명)의 철학이 구성원들에게 얼마나 깊이 이해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참여 관찰과 심층 인터뷰를 활용했다.
기업 정체성 형성의 세 가지 패턴
이 연구는 코넬리센(Cornelissen) 과 엘빙(Elving)이 설명한 기업 정체성의 세 가지 주요 패턴을 따라 시행되었다. 첫 번째 패턴은 로고와 같은 회사의 상징적인 외부 표현에 대한 것이다. AKI에서는 매장의 물리적 배치와 상징적 표현을 통해 이러한 패턴이 반영된다. 파란색의 매장 간판, 벽과 의자에 그려진 꿈과 관련된 메시지, 테이블의 배치 등은 모두 AKI의 외부 정체성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물리적 상징들은 타나카 철학을 반영하며, AKI를 대중에게 독특하고 인식 가능한 정체성으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두 번째 패턴은 조직을 인격화하고 그 안에서 개인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과 관련된다. AKI에서는 모든 구성원이 꿈 공유 과정에 참여하고 집단적 목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권장된다. 직원들은 일일 브리핑에서 자신의 꿈을 공유하고, 그 진행 상황을 보고한다. AKI의 철학은 구성원들이 자신의 목표를 표현하고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개인의 권한을 강화한다. 이 두 가지 패턴은 실무자의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세 번째 패턴은 조직을 하나의 유기체로 간주하고 조직의 문화와 가치를 탐구하여 기업 정체성을 이해하려고 한다. 이 세 번째 패턴은 의식적 실천과 상징적 행동을 통해 내부자와 외부자 간의 경계를 구축하는 것과 관련된다. AKI에서는 꿈 공유 의식과 직원과 고객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체성이 강화된다. 라멘을 다 먹고 꿈을 공유하는 고객은 주목과 칭찬을 받으며, 이를 통해 AKI의 “나카마(가족)”와 외부자를 구분하는 경계가 형성된다. AKI는 공유된 의식적 실천과 상징을 통해 내부 구성원과 외부인을 구별하는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창업자의 철학
AKI의 창업자 타나카 씨는 1979년에 태어나 일본의 엘리트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로 가서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추구했다. 당시 많은 동급생들이 유명 대학에 진학했지만, 타나카 씨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다른 길을 선택했다.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라멘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고, 그곳의 분위기와 라멘의 맛에 매료되어 라멘에 대한 진로를 결정하게 되었다.몇 년간 그 가게에서 일하며 매니저로 근무한 후, 그는 자신의 라멘 가게를 교토에서 열었고, 몇 번의 실패와 재개장을 거치면서 가게는 성공을 거두었다.
타나카 씨는 자신의 라멘 가게를 "꿈의 작업장"으로 부르며, 라멘을 단순한 음식이 아닌 꿈을 공유하고 실현하는 도구로 여긴다. 그의 철학은 사람들이 라멘을 먹으며 꿈을 나누고, 그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도록 돕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과정을 라멘 한 그릇을 완성하는 것에 비유하며, 힘들지만 즐거운 과정으로 여긴다. 또한, 타나카 씨는 AKI라는 라멘 가게를 통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사람들과 꿈을 나누는 문화를 강조한다. 그는 단순히 금전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 연결과 지지를 제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는다.
꿈을 나누는 공간의 물리적 배치와 상징
AKI는 타나카의 철학을 반영하여 고객들이 꿈을 공유하고 협력할 수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모든 좌석은 부엌을 마주하도록 일렬로 배치되어 있으며, 이는 고객들이 셰프를 마치 영적 지도자처럼 마주 보고 꿈을 나누는 종교 의식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의자 뒷면에는 "나는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와 같은 메시지가 적혀 있고,벽에는 고객들이 공유한 꿈이 기록되어 있어 꿈의 성취를 독려한다. 꿈을 공유하는 과정도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며, 라멘을 완전히 다 먹은 고객만이 꿈을 나눌 자격을 얻게 되는 규칙이 있다. 매장의 외부와 내부 디자인은 파란색 배경에 흰색 글씨로 쓰인 간판과 다양한 그림들로 장식되어 있으며, 메뉴에는 "꿈을 공유하는 데 0엔"이라는 문구가 있어 라멘보다 꿈을 나누는 것이 더 큰 가치로 여겨짐을 강조한다. 이러한 물리적 배치와 상징들은 고객들에게 꿈을 공유하는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AKI를 단순한 라멘 가게가 아닌 꿈을 이루기 위한 워크숍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타나카 철학의 실천
타나카 철학의 핵심은 꿈 공유와 커뮤니티 구축이다. AKI에서 꿈은 목표, 과업, 소원과 같은 개념으로, 성취 후에 진정으로 원하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AKI 꿈 워크숍은 사람들이 꿈과 목표를 공유하는 장소로, 큰 그릇의 라멘을 다 먹는 경험을 꿈을 이루는 과정에 비유한다. 이 과정에서 무언가를 희생할 필요가 있을 수 있지만, 그 도전적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타나카 씨는 믿는다. 타나카 철학에서 희생할 무언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내해야 할 것들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큰 그릇의 지로 라멘을 먹기 전에 간식이나 식사를 거르는 것과 같은 준비가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양의 마늘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다음 날의 일정을 고려해야 하는 등 일상적인 편안함을 희생해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타나카 씨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상에서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타나카 철학은 타나카 씨의 상징적 행위를 통해 팀원들에게 전파된다. 어느 날 타나카 씨는 직접 무릎을 꿇고 가게 바닥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이 행동은 단순히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겸손함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위였다. 이를 본 팀원들은 타나카의 행동을 본받아 함께 가게를 청소하고, 팀워크를 다지는 기회를 가졌다. 팀원들은 꿈 공유 활동을 통해 매일 자신의 꿈을 나눈다. 팀원들은 타나카 철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고민할 뿐 아니라 동료의 꿈을 함께 응원하고 서로를 지원한다.
의례적 실천
AKI의 기업 정체성은 구성원 간의 일상적인 조례(Chorei)와 고객들이 꿈을 공유할 때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조례는 매일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례적 실천 중 하나로,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일일, 월간, 연간 목표와 꿈을 공유하는 시간을 포함한다. 구성원들은 꿈을 공유하고 서로의 목표를 독려하며 진척 상황을 논의하는데, 이는 구성원들 간의 연대감을 강화하고 타나카의 철학을 심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조례에서는 규칙적인 신체 활동(예: 팔굽혀펴기)과 함께 업무를 분담하고, 이를 통해 멤버들이 팀으로서 서로를 지원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의례적 실천은 단순한 회의가 아닌,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꿈을 상기시키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과정으로, AKI의 독특한 정체성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고객의 꿈 공유와 커뮤니티 형성
AKI에서 꿈을 공유하는 행위는 고객들에게 심리적 자극이 된다. 고객들이 꿈을 공유하는 방식은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지만, 꿈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라멘의 국물까지 모두 다 먹어야 한다. 라멘을 다 먹고 나면, 고객들은 꿈을 공유할지 혹은 가게를 바로 떠날지를 선택할 수 있다. 만약 꿈을 공유하기로 선택한 고객은 주방을 향해 서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이때 주방의 직원들은 그들에게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격려한다. 반면, 꿈을 나누지 않고 떠나는 고객에게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AKI 팀의 이러한 차별적 반응 때문에 꿈을 나누지 않은 고객들은 때때로 불편함이나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며, 이러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고객들이 더 나은 커뮤니티에 속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또한 라멘을 완전히 다 먹어야만 꿈을 공유할 자격이 주어지는 방식은 고객들로 하여금 더 큰 도전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며, 자신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한다. 이를 통해 AKI의 정체성인 “꿈의 공유”라는 목표가 더욱 강화되며, 고객들은 이 과정에서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AKI의 정체성 형성
AKI의 정체성은 창업자 타나카의 철학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의식적 관행을 통해 형성된다. 타나카는 꿈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으며, 이는 단순한 협력을 넘어서 구성원들이 서로의 꿈을 감시하고 긍정적인 압박을 주는 과정을 포함한다. 젊은 세대들이 사회 진입 후 희망을 잃어버리는 현실에 대한 타나카의 좌절감은 그의 철학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이를 통해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AKI는 매장 레이아웃과 상징물들이 타나카의 철학을 반영하는 신성한 공간으로, 꿈을 이루는 과정을 지로 라멘을 다 먹는 행위와 비유함으로써 고객들이 꿈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특히 브리핑 세션과 같은 의식적 관행은 구성원들이 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중요한 자리이며, 이는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율성과 통제가 공존하는데,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꿈을 나눌 수 있지만 그 과정은 규범적으로 관리되고 모니터링된다.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도 AKI의 정체성은 더욱 공고해진다. 모든 고객이 꿈을 나눌 권리를 가질 수 있지만, 라멘을 완전히 먹은 사람들만이 꿈을 공유할 자격을 얻게 된다. 꿈을 나누지 않은 고객들은 종종 죄책감을 느끼며, 이러한 환경은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꿈을 공유하도록 비공식적으로 압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AKI는 고객과 구성원들 간의 경계를 허물고,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며 외부로부터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AKI 사례의 시사점
이러한 사례는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기업 정체성은 관리자의 강압적인 통제가 아닌 구성원들 간의 자율적인 상호작용과 신념 공유를 통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이 같은 신념과 목표를 공유할 때, 강력한 집단적 정체성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둘째, 꿈을 공유하고 상호 지원하는 과정은 조직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나카의 철학은 사회적 공익을 중시하는 점에서 단순한 경제적 이익을 넘어서는 사회적 영향력 비즈니스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구성원들의 개인적 이익과 충돌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목표를 더욱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경영자들은 구성원들의 관점을 반영하여 조직의 목표와 미션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이 기업의 목표를 자신의 사고방식에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AKI의 사례는 기업 정체성이 구성원들 간의 신념 공유와 자율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예이다.
Cornelissen, J. P., & Elving, W. J. (2003). Managing corporate identity: an integrative framework of dimensions and determinants. Corporate Communications: An International Journal, 8(2), 114-120.
Zhu, Y. (2017).Creation of Corporate Identity: The Roles of Rites and Symbols in Management. International Journal of Business Anthropology, 7(1), 3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