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일일투어 (화이트템플 블루템플 블랙뮤지엄 카렌족빌리지)
7월 11일 화요일
오늘은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까지 가는 일일투어가 있는 날이다. 우리 콘도부터 출발하는지 집합 시간이 7시였다. 지난번 쿠킹클래스 때에는 기사가 15분이나 늦게 왔었는데 6시 55분에 가이드에게 전화가 와서 급히 로비로 갔다. 나이가 지긋하신 가이드 할아버지가 이름과 바우처를 확인했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차에 탔다. 두 번째 그룹은 님만해민 쪽에서 탔고 지금까지 우리의 추측으로는 필리핀 국적 같다. 대화를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고 내가 좀 크게 웃었더니 바로 장난도 쳐주고 인상도 엄청 좋은 부부였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8명의 대가족이다. 부부와 세명의 자녀(여2 남1) 그리고 양가 부모까지다. 국적은 베트남이었는데 엄마를 제외하고는 다들 조용하다. 특히 아빠와 할아버지의 인상이 정말 따뜻하다. 직업은 교감 선생님 또는 국어 선생님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누나가 막둥이 남자아이를 엄청 귀여워해주며 데리고 다녔는데 내가 봐도 너무 귀여운 아이였다.
다행히 그룹 수로는 세 팀 밖에 되지 않아서 집합도 빠르고 다들 매너도 좋고 착해서 하루종일 즐거웠다. 가이드 Toy도 정말 말도 많고 장난도 많이 치고 성격이 E일 수밖에 없는 천성이 가이드인 분이었다. 첫 목적지는 가장 기대했던 화이트템플이었다. 생각보다 이동 거리가 길었다. 적당히 헤드뱅잉 하면서 졸면서 갔더니 도착했다. 규모가 엄청나게 크지는 않았지만 진짜 처음 보자마자 와-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파란 하늘과 대비되게 온통 하얀색의 사원은 어떻게 찍어도 예술이었다. 날씨가 좀 더웠지만 밖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길지 않고 사원의 규모도 적당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사원을 지은 예술가가 아직 살아있고 여전히 짓는 중이라고 한다. 이런 멋진 예술가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도 감격스러웠다. 자세히 본 사원은 약간 공포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들어가는 입구의 조형물을 자세히 보니 사람의 손이 어딘가를 잡으려고 바쁘게 손(?)버둥 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가는 블루템플에서도 사람이 마치 벌 받는 모습들의 조형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사원이라고 해서 마냥 평화로운 분위기라기보다는 진짜 반성을 하게 되는 느낌을 받았다. 가이드 아저씨가 입구에서 자꾸 우리를 이쪽에 서보라 저쪽에 서보라 해서 사진을 열심히 찍어주신다. 고맙다고 하고 사진을 봤는데…. 역시 약은 약사에게 사진요청은 한국인에게.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우리는 15분 만에 금방 보고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아서 좀 쉬었다. 볕이 아주 뜨거웠다. 어제 물 두 통을 사서 얼려왔는데 정말 잘 얼려온 것 같다. 벤치에서 좀 더 시원하게 사원을 바라보니 더 절경이다. 충분히 쉬다가 화장실도 갈 겸 사원 주변을 둘러봤다. 얼굴을 넣고 사진을 찍는 포토 스팟이 있었는데 우리가 찍으려고 하니 중국인 청년들이 자기가 찍어줄 테니 같이 서라고 했다. 고맙다고 하고 사진을 찍은 후 결과물을 봤더니 필터를 조정해서 컬러감까지 살려주고 아주 명작이 나왔다. 이 청년들도 일일투어를 신청했는지 우리와 계속 마주쳤는데 계속 사진을 요청하고 싶을 정도였다. ㅎㅎ 화장실은 세계에서 제일 멋진 화장실이라는 가이드의 설명대로 대단했다. 변기 한 칸 한 칸이 방으로 되어있었는데 금장식이 화려하다. 이런 곳에서 용변을 봐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이번 여행지는 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어서 그런지 화장실이 깨끗한 편이었다. 다 가본 것은 아니지만 화이트템플과 마지막 출발 전에 들렀던 상점 화장실은 깨끗했다.
다음은 점심 코스였다. 예전에 대학생 시절, 중국여행 중 중국인 패키지에 끼어 만리장성 일일 투어를 갔었는데 점심이 아주 맛없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래서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화이트사원에서 차로 3분 정도 가니 있었던 식당이다. 이런 투어팀을 주로 받는 식당 같았다. 우리 팀이 제일 먼저 들어왔고 줄줄이 2-3팀이 더 들어왔다. 밖에서 보면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맛집인 줄 알겠다. 팟타이 볶음밥 커리 샐러드 과일까지 뷔페 메뉴는 괜찮은 편이었다. 혹시나 탈이 날 수도 있으니 너무 배불리 먹지는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서 한 접시만 간단하게 비웠다. 가이드 아저씨가 더 먹으라고 해서 배 부르다고 했더니 어디서 바나나 2개를 챙겨 오며 “내가 이미 팁을 지불했으니까 가방에 넣어둬. 이따가 배고를 때 먹어.”라고 하신다. 그래서 내가 두 손을 묶는 제스처로 이러다가 감옥 가는 거 아니냐고 하니 괜찮다고 하며 웃는다. 그런데 옆 테이블의 필리핀 커플의 아저씨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자기도 바나나 두 개를 챙긴다고 같이 감옥 가잖다. ㅎㅎ
다음 코스는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블루템플이다. 말 그대로 앞 사원은 온통 하얀색, 이번 사원은 온통 파란색이었다. 블루템플은 화이트템플을 만든 사람의 제자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더 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더 현실적인(?) 느낌의 사원이다. 아까 언급한 것처럼 사람 얼굴의 조형물이 있었는데 각각 피부가 벗겨지거나 눈이 없거나 온통 멍이 들거나 하는 식으로 죄를 받는 모습을 표현했는데 오싹했다. 그런데 사원 안에 흰색 불상은 정말 멋졌다. 매력적인 옥색 빛의 불상은 블루템플의 파란색 배경에서 뭐랄까 굉장히 영롱한 느낌을 내고 있었다. 가이드 아저씨가 우리를 앞세우더니 사람들이 사진 찍고 있는 걸 제치고 들어가 앉아보라고 하더니 사진을 찍어줬다. 정신없이 찍고 나왔는데 장소가 워낙 예술이라 이번 사진들은 다 마음에 든다. 나와서도 아저씨가 여기저기 스팟을 지정해주며 계속 찍어줬다. 너무 웃겨서 그 모습들을 동영상으로 담았다. 블루템플에서 또 유명한 게 코코넛 아이스크림이다. 블루템플 앞에서 파는 아이스크림답게 파란색인데 데코레이션이 정말 예쁘다. 40 밧트라 저렴한데 맛도 있었다. 파란색(식용 꽃을 넣고 30초를 우리면 된다고 한다.) 코코넛 워터도 같이 주는데 더운 날씨에 너무 필요한 시원함이다. 여기서도 한 시간이 주어졌는데 화이트템플보다도 작은 규모여서 사람들이 일찍이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고 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다.
다음 코스는 블랙뮤지엄이다. 이름 그대로 검은색의 목조 건물의 미술관이다. 숲 속에 위치해 있는 너무 멋진 곳이었다. 미술관 본 건물뿐 아니라 곳곳에 작업실 등의 공간이 있는데 너무 잘 꾸며져 있었다. 하지만 이미 더위를 먹은 친구는 한 걸음 한 걸음 에너지를 쥐어짜 내고 있었다. 내가 지난주에 더위를 먹고 지쳐있던 모습과 비슷해서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ㅎㅎ 본관은 이미 본 터라 우리는 시원한 그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하루 종일 투어를 따라다니니 우리 팀이 아니어도 익숙한 팀들이 눈에 익는다. 다 10분 차이로 같은 코스를 다니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코스는 목이 긴 카렌족이 사는 마을이다. 롱넥빌리지 또는 카렌빌리지라고 한다. 이 소수민족은 글도 모르고 신분증도 없어서 그 마을 밖으로 나올 수도 없기 때문에 이렇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돈을 받는다고 한다. (요즘 태어나는 애들은 의무교육을 받는다고 설해주셨다.) 차로 2-30분 정도 이동 한 것 같다. 나중에 보니 우리만 이 투어를 신청해서 입장은 우리와 7세 꼬마만 무료로 할 수 있었다. (추가 입장은 인당 300 밧트였는데, 다녀오고 보니 그 정도 가격으로 갈 곳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꼬마에게 같이 가자고 했더니 꼬마가 간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 귀여워서 부모님들에게 걱정 말라고 하고 데려갔다. 카렌족은 입장하고 나서 만날 수 있었다. 입구에서 가이드가 기념사진을 찍어준다고 했다. 손님용으로 목에 거는 링이 반쪽짜리가 있어서 같이 하고 찍었다. 생각보다 엄청 무거웠다. 무게 때문에 어깨가 가라앉아 목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한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카렌족 얼굴이 너무 어둡다. 꼬마 장난감을 그 집에서 사줄 걸 그랬다. 안에 들어가니 카렌족이 만든 제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크게 특이하거나 사고 싶은 것은 없었다. 마을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판매하는 곳만 있었고 꼬마도 케어하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꼬마에게 영어로 말을 거니까 못 알아듣는 것 같아서 파파고 앱을 베트남어를 설정해서 말을 걸었다. 부끄러워서 대답도 잘 못하다가 “저 총 장난감 갖고 싶어?”라고 하니까 바로 그렇다고 손으로 ok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장난감을 사주고는 “사람을 향해 쏘지 마세요.”라고 번역해서 알려주니 알았다고 또 고개를 끄덕인다. 일행 사람들도 밖에서 기다리고 안에서 딱히 볼 것도 없는 것 같아서 급히 나왔다. 나오니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셨는데 우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아이폰을 쓰신다고 해서 카렌족과 찍은 아이 사진을 에어드롭으로 전달해 줬다.
이제 돌아가는 길인데 한 시간 정도 가서 화장실을 들렀다가 스낵구경을 하고 (가이드 수수료를 받는 매장 같았다.) 또 한 시간을 더 달려야 치앙마이에 도착한다고 한다. 화장실을 위해 들른 곳은 캐슈넛, 말린 망고 등을 파는 곳인데 역시나 오늘 하루종일 만난 여러 투어팀을 마주쳤다. 살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가이드 아저씨가 한입 두 입 쥐어주고 나도 매장을 두 바퀴 째 도니까 자연스럽게 지갑이 열린다. 버터만 캐슈넛 한 봉지를 샀다. 190 밧트. 물건을 사고 나오는데 비가 쏟아진다. 차이티를 한 잔 사서 차에 탔다. 비가 쏟아지다가 살짝 잦아지더니 앞에 무지개가 떴다.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는 각도였다. 그리고 조금 지나니 비는 멈췄다. 생각보다 길이 막히지 않아서 7시 30분쯤 치앙마이에 도착했다. 베트남 가족이 님만해민의 원님만 앞에서 하차한다고 해서 우리도 저녁이나 먹고 들어갈 겸 여기서 내린다고 했다. 고마운 가이드와 베트남 가족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돌이켜보니 마지막 매장에서 쉴 때 단체 사진이라도 찍을 걸 그랬다. ㅎㅎ
오랜만에 오는 원님만. 저녁의 원님만 분위기는 더 좋았다. 어제 하루동안 코끼리 바지를 사러 돌아다녔는데 오늘 정말 코끼리 무늬 바지를 입고 이곳에 왔으면 입뺀을 당할 뻔했다. 치앙마이 멋쟁이들은 다 모였다. 분위기도 너무 좋고 광장에서 파는 물건들도 볼거리가 많았다. 한 바퀴 돌고 저녁을 먹으러 마야몰에 들어왔다. 오늘 한국에서 초복이기도 하고 며칠 전부터 훠궈가 먹고 싶어서 하이디라오로 갔다. 2-30분 정도 대기가 있었다. 네일 서비스를 해주길래 쳐다보고 있었는데 옆 의자에서 대기를 하는 백인 남자가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내가 다음번 대기자야.” 라며 농담을 한다. 너무 웃겨서 빵 터졌는데 “아직 핑크로 할지 노랑으로 할지 결정을 못했어. “라고 쐐기를 박는다. 나는 또 능숙하게 ”핑크가 더 좋을 것 같은데. “라고 해줬다. 이런 유머 너무 좋다.
우리의 순서가 왔다. 토마토/인삼버섯/마라 이렇게 3가지 탕을 골랐다. 직원이 2개 콤보로 고르는 것보다 이렇게 고르면 더 싸다고 해줘서 쿼터에서 3개를 골랐다. 하이디라오는 역시 명불허전. 배 터지게 추가추가추가추가의 주문까지 다 하고도 5만 원 남짓이 나왔다. 앞으로는 태국에 오면 하이디라오 꼭 먹어줘야겠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친구는 괜찮다고 했지만 더위를 제대로 먹은 게 틀림없어서 내일은 큰 스케줄 없이 편하게 쉬기로 했다. 샤워를 하면서 등을 봤는데 (수영강습에서 탄 등. 그 이후로 화상연고를 열심히 발라주고 있었다.) 이제 붉은 기는 없어지고 완전히 까만색이 되었다. 여기서 산 알로에 수딩젤은 효능이 없는 것 같아서 친구가 가져온 알로에 젤을 발라줬다. 다시 내 피부톤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정말 큰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