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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빈 May 16. 2024

조회수 10,000을 넘기며...

네이버가 아니라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이유

(조회수 기념을 빙자해 그간 하고 싶었던 말을 마구 쓴 글입니다.)


조회수가 드디어 10,000을 넘겼습니다. 작년 10월에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브런치를 개설했으니 반년 조금 넘게 걸렸네요.



사실, 저는 브런치가 처음이 아닙니다. 오래전에 다른 인기 주제로 브런치를 운영했었는데, 그때는 한 달인가 두 달 만에 1만을 넘었기 때문에 특별한 감흥은 없습니다. 그저 팔레스타인을 주제로 글이 이렇게까지 널리 읽히고 있다는 게 너무나 놀랍고 반가울 따름이지요. 특히, 브런치 내부가 아니라 외부 사이트에서 링크를 타고 와서 읽어주시는 분들이 정말로 많고, 한 번에 여러 글을 읽어보신 후 최종적으로 책을 구매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신기하고 감사합니다.


그런데 뭐 맨날 말로만 감사하다고 이러고 있는 건 제 성격에 맞지 않아서 조촐한 감사 이벤트라도 할까 싶습니다. 추첨 같은 건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신간 발매 기념으로 모든 구독자 분들께 선물을 보내드릴 계획입니다. 10년 전에 팔레스타인에서 사 온 작은 선물용 기념품이 있는데, 소소하지만 나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가의 창고에 보관 중인데 문제는 몇 개나 남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만약 신청자 수가 선물 수보다 많으면 기다렸다가 나중에 팔레스타인 한 번 더 다녀와서 새로운 걸로 리필해서 드리겠습니다.


작년 11월 30일에 책을 출간하고 다섯 달하고도 보름이 흘렀습니다. 놀랍게도, 700권 판매를 코앞에 두고 있습니다. 긴가민가하긴 한데 출판업계 종사자들 말로는 이 정도면 상위 10% 이내라고 하네요. 심지어 일반서적이 아니라 전문서적, 그것도 한국인 저서 중에서는 1년권이 나올까 말까 하는 두꺼운 니 신기합니다. 사실, 3월에 500권을 넘긴 뒤로 판매량이 주춤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2024 한국에서 가장 지혜로운 책'으로 선정되면서 다시 올라갔습니다.


물론, 수상 이상으로 판매량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당연히 전쟁이지요. 전쟁 이후 현재까지 어느 정도 팔린 책은 총 5권입니다. 4권은 번역서이고 제 책만 유일하게 한국인이 쓴 책입니다. 아마 번역서에 도전하시다 책을 덮고  찾으신 분들이 꽤 될 거라 추측합니다. 번역서 중 2권은 그냥 단편적인 책이라 궁금증을 해소할 수 없고, 나머지 2권은 전문서적이라 어려워서 배경지식이 없는 분은 반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게 참 안타까운 현실인데,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외에서는 너무나도 깊이 연구되어 있다 보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들은 모두 지나치게 어렵습니다. 게다가 팔레스타인, 시온주의자, 영국의 시각 중 하나만 선택해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고요. 저도 처음엔 좋은 책 있으면 그냥 번역하려 했는데 우리 현실에 맞는 건 어디에도 없더군요. 그래서 직접 연구해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아마 제 책만 읽어보신 분들 중에는 어리둥절하신 분도 있을 겁니다. '이거 읽어보니까 많이 어렵던데?' 네, 맞습니다. 배경지식이 없는 분들에겐 제 책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외서는 더더더 어렵습니다. 제 책은 수많은 쟁점을 805쪽이란 짧은 분량에 압축적으로 적어서 어려운 거고, 외서는 반대로 특정 사안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심층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책이 나오고 나서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 종종 인터넷으로 서평을 찾아봅니다. 보통 책을 출간하면 서평이벤트를 유료로 진행하지만, 제 책은 그렇게 해봐야 형식적으로 쓰는 분들밖에 없을 것 같아서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알라딘에 4편, 교보에 3편, 그리고 블로그나 SNS 등에서 대여섯 개 정도 서평이 올라왔습니다. 대부분 호평이고, 블로그와 SNS에서는 극찬하신 분들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사서님은 책을 현대사 교과연계도서로 지정하셨고요. 이 기회를 빌려 책을 주위에 알려주신 모든 분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현재까지 두 편의 서평이 단점을 지적했습니다. 하나는 알라딘 서평으로, '내용은 정말 좋지만 이해나 흥미를 돋울만한 그림이 부족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최근에 블로그에 올라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주위에서 극찬을 해서 샀는데 내용은 둘째치고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아마 어렵다는 말을 에둘러하신 듯합니다. 이 분은 결국 읽기를 포기하신 듯합니다.


요새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문해력이 낮아졌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유튜브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저는 보다 근본적으로 '인터넷 서점'의 등장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어릴 때를 한번 떠올려보시죠. 옷이 우리 몸에 맞는지 확인해 보고 샀던 것처럼, 책을 살 때도 항상 내 수준에 맞는지,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지 등을 확인해 보고 샀습니다. 그래서 그 시절에는 관상용 책이란 개념은 없었습니다. 서재에 꽂힌 읽어본 책들이죠.


그런데 인터넷 서점이 등장한 후로는 바뀌었습니다. 광고 문구나 주변 추천만 듣고 책을 사게 되니 나한테 맞지 않는 책을 사는 일이 빈번해집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말고 서재에 꽂아만 두게 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게 습관화되어 버렸습니다. 다들 100% 공감하시지요? 저는 이런 현상이 독서 습관을 크게 해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책을 읽다가 포기하신 분을 예로 들어보지요. 이 분이 만약 오프라인 서점에서 책을 한번 훑어봤다면 본인에게 맞지 않는 책이란 걸 미리 아셨을 테고 다른 책을 골라서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인터넷 서점의 편리성 덕분에 평판만 듣고 책을 주문했을 테고, 결국 생돈 2만 5천 원을 날리셨습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책을 멀리하게 되겠지요. 이게 당장 제가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온라인 주문 자체가 두렵습니다.


치수가 맞는 옷을 입어야 하듯이, 책도 자신에게 맞는 걸 읽어야 합니다. 제 책은 준학술서적입다. 자체는 수능언어 3등급 이상이면 읽을 수 있도록 쉽게 썼으나, 다루는 내용은 대학전공서적보다 상세하며 종합적입니다. 천천히 꾸준히 읽으면 초심자도 충분히 100% 이해할 수 있으나, 소설이나 교양서적 읽듯이 훌훌 읽고 넘기면 중도포기하기 마련입니다. 반드시 대학에서 공부하듯이 세심히 읽으셔야만 합니다.


8년 간 책을 쓰면서 주위에서 격려보다는 질타나 걱정을 많이 받았습니다. 뭘 그렇게 많이 쓰냐, 그러면 아무도 안 읽는다, 어렵게 쓰지 말고 쉽게 써라, 그림을 많이 넣어라 등등. 그런데 세상일이 어찌 그리 단순하겠습니까. 취업할 때 회사가 자기소개서 2000자로 평가하는 건 오만하다고 비판하면서, 수억 명이 백 년 이상 다퉈온 역사를 짧고 쉽게 쓰는 건 가당키나 할까요?


팔레스타인 문제는 실시간으로 인명 피해를 낳고 있는 가장 심각한 분쟁 중 하나이자 그 어떤 분쟁보다도 찬반논쟁과 역사 왜곡이 심합니다. 국내에 출간된 아무 책이나 끄집어내서 읽어본 후, 다른 입장에서 쓰인 책을 읽어보십시오. 뭐가 정답인지 하나도 모르게 됩니다. 역사라는 게 무슨 수학 문제처럼 직접 풀어서 검증이 가능한 게 아니잖습니까. 그저 저자가 말하는 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데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책을 보면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 팔레스타인 분쟁은 이렇게 논박이 치열한 쟁점이 무려 백 개가 훨씬 넘습니다. 그래서 찬반논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저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직접 1차 사료를 연구해서 정답을 찾아낸 후, 이를 가능한 쉽고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책은 인간 사회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구입니다. 다루는 내용이 복잡할 때는 당연히 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 출판 시장은 안타깝게도 독서문화를 망쳐놓았습니다. 좋은 책을 파는 것보다 그저 많이 팔아 돈 버는 시장 원리로만 운영되다 보니 독자층이 넓은 쉬운 책만 출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평생 제가 쓴 책 같은 건 구경도 못해본 독자가 수두룩합니다. 이는 결국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의 질과 양이 제한된다는 의미입니다. 해외에서는 두꺼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허다한데 말이죠. 독해를 위해 그림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연구한 팔레스타인 외서 500 종 중 삽화가 있는 건 손가락으로 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저는 많이 읽히는 책보다는 분쟁의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알리는 책을 쓰는 게 목표였기 때문에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805쪽으로 책을 냈습니다. 사실, 글자 크기 등을 작게 해서 그렇지, 85만 자(공백포함)가 넘고 일반 소설책 기준으로 4.5권 분량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독자를 찾기 어렵고, 해외에서 더 많이 읽힐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외교부공무원 등 특정인을 제외하고는 지인들한테 책을 읽어달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장식용으로 전락할 확률이 너무 높으니까요. 그런데도 책 사서 보겠다는 분들한테는 먼저 도서관에서 빌려 보시라고 권합니다.


사실상 제가 책 광고하는 채널은 브런치가 유일합니다. 브런치 글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팔레스타인에 그만큼 관심이 있으시다는 거고, 브런치 글 이상으로 제대로 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방법은 제 책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특별히 브런치 작가님들께 책을 권유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이건 제가 네이버 블로그가 아니라 브런치에서 글을 쓰는 이유와 관련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브런치는 팔레스타인을 주제로 글을 쓰기에는 적합한 공간이 아닙니다. 실제로 독자 유입 경로의 절반이 검색과 링크(직접입력)입니다. 다음 메인에는 노출된 적도 없고요. 이를 예상했는데도 브런치를 선택한 것은 이곳에서 활동하시는 수많은 작가와 작가지망생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사회의 지식문화를 선도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아니, 내가 무슨 지식문화를 선도해...?" 라고 부끄러워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지식사회의 리더가 됩니다. 특히, 브런치는 일반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와는 다릅니다. 선별된 사람들이 글을 쓴다는 특이점 때문에 이곳에 올라오는 글들은 다른 온라인 사이트에서보다 신뢰감을 줍니다.


분쟁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일은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해낼 수 없습니다. 다른 수많은 스피커가 필요하고 저는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읽는 작가님들이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분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목소리만 높이고 논박을 주고받기 때문에, 그저 팔레스타인이 피해자야 라고 소리만 쳐서는 되려 분쟁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올바른 지식을 습득한 이를 조심스럽지만 명확한 언어로 풀어낼 수 있는 지식인들이 필요합니다.


지식인의 의무에 대해 자각하는 분이시라면 제 책을 읽어보시고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소리를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특히, 여성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독서 관련 통계를 보면 정치/역사 부문의 여성 관심도가 1%대에 불과합니다. 유리천장은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만들어내는 측면이 강하지만, 여성 스스로가 자초하는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무엇이 올바른지를 모르는 사람은 수동적이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권위와 기여도를 높이고 싶다면, 올바른 지식의 습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여성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올바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함께 해주시길 바랍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너무 글이 길어졌으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끝으로, 조회수 10,000을 채워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2024.5.16. 정환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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