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아버지
그 남자의 아버지가 말했다.
첫째 딸이 왜 그렇게 돈 벌려고 이리저리 뛰면서 사는 이유를 아냐고 물었다. 차서방네 집에 인정받으려고 저렇게 열심히 산다 했다. 차서방네에서 첫째 딸에게 아파트를 사주려고 했었다고 했다. 세금 때문에 첫째 딸의 명의는 아니지만 그 아파트는 첫째 딸네 재산이라 했다. 그러면서 차서방네에서 첫째 며느리보다 당신의 딸을 더 예뻐하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차서방 좀 보라며 사람이 발전이 없다 했다. ‘그렇게 생겼어도 K대 나왔다.’ 그런데 부모한테 ‘돈이 떨어지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표현을 했다. 부모가 부자면 자식이 부모가 돈을 어떻게 버는지 ‘돈을 버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차서방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차서방의 형은 지금 대기업에서 좋은 자리에 있고 임원까지 할 거라며 차서방의 형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당신의 아들은 욕심도 있고 고집도 있고 굉장히 똑똑하다고 했다.
차서방은 중소기업 회사원이다. 그 집의 사위가 된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 남자의 아버지는 그 부자 사위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그 사위 집이 얼마나 부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말미에 너는 집에서 애들이나 잘 키우라고 했다.
- 그 남자의 아버지집
작년 12월 간호사로 근무하는 내 동생이 코로나에 걸렸다. 그때 친정에서 지내고 있었고 친정 식구들이 모두 코로나에 걸렸다. 그 남자는 아이들과 나를 데리고 C시에 있는 그 남자의 아버지 집에 데려다 놨다.
우리 아이들의 생활패턴은 늦은 8시면 밤잠을 자고 이른 6시에 일어나서 7시쯤 아침을 먹었다. 떨어져 있으니 아침에 일어나면 그 남자에게 영상통화를 하여 아이들을 보여줬다.
영상통화가 끝나고 그 남자의 아버지는 말했다. S시 사람들은 지금 한 밤중이다. 새벽에 전화하지 말아라.
이틀이 지나고 큰아이가 열이 났다. 둘째 아이도 같이 열이 높았다. 자가키트는 맞을 리 없었다. 아이가 열이 나서 그 남자에게 말했다. 그 남자는 저녁에 온다고 그 남자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그 남자의 아버지는 나에게 애들 아빠에게 네가 말했냐며 그런 것까지 말한다고 타박을 했다.
그 남자, 나 , 아이 둘 모두 코로나 판정을 받았고 자가 격리를 그곳에서 했다. 겨울이라 그 남자의 아버지는 일이 없었고 12월을 그렇게 나는 시아버지와 아이 둘을 보며 지냈다.
방에서 모유수유를 하고 있었다. 첫째 아이가 그 남자와 침대에서 놀고 있었다. 그 남자의 아버지가 방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내 눈치를 잠깐 보더니 계속 그 남자의 아버지와 한참을 이야기했다.
두 번째였다. 며느리가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데 시아버지가 아무렇지 않게 들어와서 할 말을 하고 나가셨다.
격리기간이 끝나고 그 남자는 S시로 갔고 본격적으로 시아버지와 함께 지냈다. 시아버지는 내가 너희 때문에 노인회관에도 못 간다 하시며 불편함을 토로하셨다.
그 마음도 이해가 됐다. 바쁘게 힘든 일 하시는 분이었고 오랜만에 긴 휴가였을 것이다. 혼자가 익숙하신데 그 옆에 며느리와 손자, 손녀라…
차라리 그 남자의 아버지가 집안일을 시켰으면 했다. 전혀 그런 건 시키지 않으셨다. 그저 나는 내 아이들의 빨래와 식사만 챙기면 되었다. 내가 차린 반찬을 손도 안대는 그 남자의 아버지를 보는 불편함만 가지고 생활을 했다.
그 남자의 어머니가 오는 날. 그 남자의 아버지는 냉장고에 그 남자의 엄마가 만들어 놓고 간 반찬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평생을 같이 살았던 그 남자의 엄마도 그 남자의 아버지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구나..
그 남자의 첫째 누나는 나에게 시아버지 식사 챙기는 시늉이라도 했을 텐데.. 라며 아버지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아. 시댁이라는 곳은 참 무서운 사람들만 있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따뜻한 말조차 나누지 않으면서 남의 딸에게 자신의 아버지 끼니를 챙기지 않았다며 몹쓸 말을 내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