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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Happy Letter Nov 23. 2024

“드레스 코드”에 관하여


주말을 맞이하여 문득 떠오른 짧은 단상을 한번 써본다. 평소 좋아하시는 음악 틀어놓고 커피나 차 한 잔 마시며 또는 세탁기 돌아가는 동안 읽을 수 있는 가벼운 글이다.

   



제목처럼 그냥 '옷'과 관련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다. 예전에 지금 먹고 있는 음식이 지금 그 사람 ‘얼굴’이라는 말을 우연히 접했는데 그 이후로 한동안 밥 먹을 때마다 자꾸 다시 생각 나 좀 기죽어지는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물론 ‘외모’ 이야기는 아니다.) 행여 그렇다면 - 문득 떠오른 필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 지금 입고 있는 ‘옷차림’은 과연 지금 그 사람의 ‘마음가짐’ 정도라도 되어야 할까?


곧 연말 이벤트나 각종 사교 모임들이 많아지는 시즌이다. 거울 볼 일도 많아지고 또 옷장을 뒤적이게 될 일도 자주 생기는 것 같다. 독자(작가)분들은 옷장에서 과연 어떤 옷을 골라 입고 나가시려 하는가?


우리는 톡이나 문자, 전화로 많이 모임에 초대하고 또 초대를 받기도 하지만 공식적인 행사나 이벤트가 아니라면 그 옷차림은 어떠해야 한다는 드레스 코드(dress code)를 사전에 통보받는 경우는 드물지 않나 생각한다.


서양식 초대장에는 대개 초대 안내와 더불어 참석여부 회신요청(RSVP*)뿐만 아니라 종종 이 드레스 코드를 명시하기도 한다.(정장 드레스 또는 캐주얼casual 등등) 따라서 그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면 되지만 우리는 가까운 모임이나 행사에 그냥 그 모임과 행사의 성격, 장소, 참석자 구성원 등을 감안해서 (으레 그렇게 해왔던 것처럼) 각자 잘 알아서 "적당히" 입고 참석하면 된다고 알고 있고 또 그렇게 행하고 있다.


여담이지만 이 옷차림을 사전에 미리 숙지 못하고 가면 낭패를 당하는 수도 있다. 비록 드물지만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간혹 일부 돈 많은 부자들이 가는 럭셔리 고급 레스토랑의 경우 넥타이를 매지 않은 남성들은 입장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어느 정도 "고급"식당이길래 하시겠지만 예를 들어 왼쪽 오른쪽 각각 포크 3개, 나이프 3개 정도 세팅되어 있고 그리고 앞쪽 위에 스푼들도 따로 놓여있는 식당말이다.(물론 1인 기준으로)


그래서 이런 경우는 사전에 초대한 주체 또는 식당 측에 어떤 지정된 드레스 코드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면 된다. 여기서 지인썰 찬스를 좀 쓰자면, 연인끼리 어떤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 무심코 들어가려 했다가 "입뺀"(입구에서 거절한다는 MZ식 은어) 당했다는 에피소드를 들은 적도 있다. 나이가 너무 들어보여서도 아니고 또 얼굴이 너무 "안 생겨서" 입구에서 거절당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같이 동행한 남자가 반바지를 입어서 입장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때로는 슬리퍼가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이미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종교적 유적지나 성지, 그런 장소나 건축물에 들어갈 때 남녀불문하고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입구에서부터 제지를 당하고 들어갈 수가 없다.




드레스 코드, 옷차림 하면 떠오르는 말 중에 최근 우연히 읽은 "바둑알 콘셉트"라는 말이 생각난다. 이 말은 친구나 지인, 친인척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할 때 그날의 주인공인 신부를 빛내주기 위해 하객의 옷차림 패션은 모두 다 검은색 계통으로 옷을 입고 가는 “K-문화”를 설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얀 드레스를 입은 신부에만 오롯이 집중되기 위해 그리고 민폐 하객이 되지 않기 위해 결혼식에 참석하는 하객들이 신부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지 않는 것은 어느새 불문율(不文律)로 자리 잡힌 듯하다. 그런데 다른 화려한 색상을 못 입는다거나 아예 거의 검은색 계통으로 (흑백으로만 이루어진 바둑돌처럼) 통일해야 한다는 인식은 - 필자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엔 - 너무 지나친 발상이 아닌가 싶다.


대개 사람들이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라고들 하는데, 최근 유명한 연예인이 갑자기 작고하시어 동종업계 선후배 및 동료들이 상심한 마음으로 급하게 조문 다녀오는 것을 화면을 통해 본 적이 있다. 장례식장이니 모두들 검은색 옷을 입고 예(禮)를 차리며 조문을 왔지만 일부 연예인은 거의 ‘반짝이’옷에 가까울 정도로 화려한 옷을 입고도 장례식에 급하게 도착한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가 개인적으로 어떤 사정이 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고인과 어떤 관계이며 그곳에 올 때 어떤 생각과 스탠스를 갖고 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조금 전 어떤 ‘행사’를 막 마치고 장례식장에 도착한 것인지, 아니면 조문을 마치고 곧바로 멀리 행사장으로 급히 가야 하는 처지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잡 다양한 세상사에 뭐든지 다 하나로 예외 없이 백이면 백 다 통일해야 한다는 방식은 지나치지 않나 생각한다.




결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옷과 관련된 '옛날이야기' 하나 덧붙이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예전에 필자는 초등학교 시절에 사복(자유복)을 입고 등하교했었다. 그때 그 당시 어린 마음에 거의 매일 같은 옷(사복)을 입고 학교 가는 것이 무척 싫었다. 매번 알록달록 예쁜 옷들, 멋진 옷들로 새로 갈아입고 학교 오는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 물론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 이 옷 저 옷 사 줄 형편이 못된다는 것을 속으로만 탓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서 필자는 어서 중학교를 가길 바랐다. 왜냐하면 그 당시 중학교엔 모두 다 교복을 입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필자는 드디어 그 자유복(사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중학생이 되었다. 똑같은 교복을 - 그것도 매일 - 같이 입고 등하교하게 된 것이다.(이런 교복이나 유니폼이 군사(군대) 문화라든가, 일제의 잔재라든가 하는 이슈는 일단 여기선 논외로 한다.)


중학교 첫 등교하는 날, 그러니까 입학식을 마치고 새로운 교실에 모두 다 똑같이 검은색 교복을 입고 책상의자에 앉아있는 데 뒷줄 한 명은 사복(자유복)을 입고 앉아 있었다. 선생님이 왜 지정된 교복을 입고 등교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그 친구는 집에 교복 살 돈이 없어 그냥 평소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등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필자는 그날 하루 내내 몹시 부끄러웠다.


이 글을 쓰면서 어떤 경우에도 모두 다 반드시 “같은” 옷만 입어야 하는 “문화”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에 왕족, 귀족들은 시중드는 사람 없이는 혼자서 못 입을 정도로 옷 입는 관례와 풍습이 많이 복잡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내일 지인 모임에 나는 무슨 옷을, 또 어떻게 입고 나가야 할까?



















드레스 코드(dress code) : 시간, 장소, 상황에 어울리도록 옷의 스타일, 격식, 모양, 색상 따위를 정해 놓은 옷차림.

RSVP : (프랑스어) 회답 요망: Répondez s'il vous plaît.(=reply, please). (파티 등의 초대에 참석 여부를 알리는) 회답을 하다.(다음 [어학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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