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L 창작 시(詩) #234 by The Happy Letter
마트 앞 줄지어 늘어선 너를 보고
근조(謹弔)화환 같아 흠칫 놀랐다
평생 함께 할 것처럼 애지중지(愛之重之) 사육되었다가
하루아침에 무참히 도살(屠殺)되는 운명(運命)인가
뿌리를 잃은 채 서서히 말라가다
해 바뀌면 냉정하게 내버려지고 말 너를 보고
어쩌면 사람들은 삐까뻔쩍 장식하며
보름 남짓 ‘반려식물’이라 부를지도 모르겠다
어떤 화해(和解)도 예고(豫告)할 수 없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위태로운 시계(視界)에도
아무도 미리 예약하지 못한다는 그 장례식 날짜조차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
마트 앞을 지나가던 군상(群像)은
그 죽어가는 나무 앞에 예견된 애도(哀悼) 미리 하듯
가던 길 멈추고 깊이 허리 숙여
하나하나 프라이스택price tag을 확인하는구나
by The Happy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