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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재 박종익 Dec 05. 2023

공전

2019년 ATOPOS 동인 시집 [생의 방법론]에 원고 발표

공전 


                                   우재(愚齋) 박종익


해바라기와 태양 사이에는

무언가 살고 있다

태양은 해바라기 근처를 빙빙 돌면서

무른 불씨를 밀어 넣는다

올여름 태울 거 다 불사르고 나서

무슨 심술 동했는지 모르지만

갈바람 앙칼지게 시샘 부리며

낮은 곳으로 더 깊은 골짜기로

벼랑 끝으로 나를 밀어 넣어주는

씨앗의 중심


그래, 움트는 여기가 마지막 무덤이라고

죽을힘 다해 생의 모가지를 비틀다 보면

꿈속에도 나타나는 알라딘의 요술램프로

어느 봄날, 산들바람 주문이라도 걸어오면

제 몸보다 더 크게 솟아나는

둥근 생명의 기운


한 시절 저 하늘에 잎사귀 내고 가지 뻗다 보면

생의 시작이나 종말은

어차피 따로 정해놓은 게 없다고

살아 꿈틀거리는 이 순간

지금이 바로 생의 절정이라 노래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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