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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재 박종익 Dec 10. 2023

어두일미 魚頭一味

2023 예술시대작가회 <태양의 깃털>에 원고발표

어두일미 魚頭一味


                                   우재(愚齋) 박종익


대가리는 아버지 차지였다

식구들에게 넘겨준 몸통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살점이 발라지고 등뼈만 남았다

아버지는 고등어 대가리를 맛있게 빨거나

뼈째 깨물어 드셨다

나는 아무리 뼈를 곱씹어도

아버지 입맛을 도통 모르겠는데

아버지의 식성은 누구도 따라잡지 못했다

어린 날 아버지가 생각나서

홈쇼핑 채널에서 생선 대가리를 찾아봐도

어두일미라는 말은 안 보인다

오로지 뼈를 발라낸

고등어 순살 이야기만 가득했다

총알 택배를 타고 날아온 새벽 밥상에

순살 자반고등어 한 마리가 올라왔다

아버지가 길동무 삼았을까

고등어 대가리가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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