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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김 Jul 07. 2023

한번쯤 삶의 먼지일랑 털어보라

술바람의 노래-나만의 장진주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그야 두말할 나위도 없이, 먹고 마시는 것이겠지.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당신과 나, 그리고 술이 아닌가?

 나에게 술하면 떠오른 건, 이백의 장진주(將進酒)이다.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이요,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이라, 인생 뜻을 이루면 즐겨야지, 공연히 황금술잔 빈 채로 달을 마주대하지 마라.”

 언젠가 술바람에 취해 이백의 장진주처럼 읊조려본 술에 관한 자작시 한편, 나만의 장진주가다. “한잔 술에 술술 잘도 돌아가니/외로워서 한잔에 일렁거리고/괴로워서 두잔에 새롱거리고/즐거워서 세잔에 짠짠대면서/술향기에 흠뻑 취한들 어떠리./ 너나들이 삼백잔에 속고 속아도/하세월 타령 한잔술에 정이라면/심술 꽃술이랑 사부랑거리면서/술바람에 하롱하롱 술렁거린다.”

 남녀사이의 러브정키의 상징인 술담배 관련 영화까지 계속 만들어지거나 아예 그걸 소재로 한 영화들도 수없이 선보였다.   

 한번 마시면 중독을 부르는 거품의 위력탓으로,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주인공 오드리 햅번은 자기가 먼저 키스하면서 능청스럽게도 “샴페인을 마신 탓인가 봐요”라고 둘러댄다. 가증스런 애교술이라고나 할까. 어디 그 뿐인가. 고전영화 <카사블랑카>에 등장한 샴페인 ‘뵈브 클리코’는 세기의 대사를 낳으며 명품으로 탄생했다. 여주인공 잉그리드 버그먼에게, 험프리 보가트가 샴페인을 건배하면서 내던지는 러브샷,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Here’s to looking at you, kid : 원뜻은 내 사랑 당신을 바라보며)’가 바로 그것이다. 

 와인에 관한 최고의 영화 <사이드웨이>에선 캘리포니아산 피노누아와 샤르도네라는 명품와인이 등장하는 장면인데, 주인공 마일즈의 ‘피노예찬’이다, “피노는 카베르네처럼 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생존자가 아니야. 피노는 항상 돌봐주고 관심을 주어야 하지”라는 대사처럼 최고의 맛을 선사 후에 생을 마감한다는 와인음미법이 나올 정도다. 

 나 역시도 중년을 맞이하면서 일주일에 한번 꼴은 술잔을 기울이곤 한다. 마셨다 하면 초반에 식사겸 반주로 시작하여 맥주로 입맛을 다신다. 그리곤 라거와 에일을 넘나들며 권커니 받거니... 다음 2차엔 선술집 술자리로 옮긴다, 전주에서 이름난 단골 가맥집에 들려 속풀이겸 촉태를 안주삼아 한참을 즐기다가 3차는 와인바로 넘어간다. 한잔 또 한잔 술술 넘어가다 보면, 추억타령, 신세타령 에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짠짠 건배주를 들이키는 식이다.

 마치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이란 시집에 나오는 싯구처럼 말이다. “지금은 취할 시간! 당신이 학대받는 시간의 노예가 벗어나려면 취하시오! 쉬지말고 취하시오! 술로, 시로, 취향에 따라...”

 그렇게 나의 인생살이는 지쳐버린 일상으로부터 벗어나고픈 심정으로 탈출구를 찾아 술자리에 빠지곤 했는지도 모른다. 

 오늘밤에도 술잔이 머리 속을 아른거린다. 한잔 또 한잔에 우정을 담아, 사랑을 담아, 추억 한잔 더 마셔볼까? 아무튼 잠시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러브샷을 외쳐볼까 하노라.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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