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베니김 Jul 10. 2023

오늘도 바람처럼 하루가 열리겠지

오 세라비! 바람같은 세상이여

찔레꽃머리에 마을 뒷동산 밭으로 가는 꼬부랑 길섶에서 산딸기와 마주쳤다. 두렁길에 마주친 산딸기 유혹하는지라, 잠시 발길 멈추어 ‘따먹을까 말까’망설이다가, 그냥 갈 수 없어서 우선 사진 한장 찰칵 핸드폰에 담아본다.                    

 밀짚모자에 호미한자루 들고서 홍화밭 잡초뽑으러 가는 산길인데, 한여름 뜨거운 맛과 달콤한 맛 사이에서...입맛을 자극하는 소소한 것일지라도 오감을 자극하는 욕망은 어쩔 수 없는 가 보다. 

 무엇보다도 내가 자연의 풍경소리를 귀담아듣거나 들꽃무리만 보아도 사진을 찍어대는 건, 그저 여여행의 순간을 만끽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언제나처럼 찾아오는 하루가 내편이든 딴 편이든  세월이야 바람처럼 시나브로 열리겠지. 우연과 필연사이를 넘나들면서 운명이 내편이면 오늘의 삶도 내 것이니, 마냥 감싸안고 살아가면 그뿐이다.

 그래서였을까? 오스트리아의 거장 로베르토 무질은 <특성없는 남자>에서 “하루하루 흔들리며 또 한주를 만든다”고 했지.  

 세월이야 구름처럼 밀려왔다 바람따라 갈피갈피 스미어 갈뿐, 동그마니 펀둥거리면서 살다가도 괜찮아. 어차피 어제가 강물처럼 흘렀으니 오늘을 맞이했고, 오늘도 쨍하고 맞이했으니 시나브로 바람처럼 열릴 테니까. 그렇다고 바람만이 그리운 것 도 아니요, 영원한 것도 아닐 것이다.

세월타령인가 바람타령에 생각나는 건, 자작시 ‘꽃바람 얄리’한편이라...

는 세월 오는 세월이야 늘 한결같은데

의 마음도 덩달아서 일렁일렁 거리걸랑 

정하게 듬뿍 사랑을 담아 우정을 담아

라라 바람꽃 향기에 흠뻑 취하나니

하루야 지나가고 또 다시 하루가 활짝 열리면

가나다라마바사아자차카타파하읊조리며

오늘도 얄리얄리 얄라셩 바람처럼 훨훨 누빌레라.     


바람하면, 언제나 생각나는 노래, 가왕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도 귓가를 스쳐간다.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꽃이 지는 이유를/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에게 하루란 ‘신이 나에게 다시 한번 잘 살아보라고 허락해준 소중한 24시간’이니까.  성서에서도 말했지. “그러므로 내일의 일을 걱정하지 말라. 내일은 내일이 걱정할 것이요, 한날의 고통은 그날로 족할 테니까.”

 오늘 또 하루는 그냥 머물다 가는 게 아니라, 계속 돌고 도는 바람같은 세상일 뿐이다. 오! 세라비(그런 게 사는 게지)......          


작가의 이전글 한번쯤 삶의 먼지일랑 털어보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