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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니김 Jul 20. 2023

오늘도 바람처럼 하루가 열리겠지

오늘도 와인한잔의 낭만을 마신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좋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신다면? 아무튼 불러주면, ‘와인한잔 함께 마셔줄 사람’이라 말하겠어요.”

 와인백작기사 자격까지 보유한 만능재주꾼 L교수는 오랜동안 나와 함께 한 술친구이다. 매달 혹은 매주 한번 꼴로 만나는지라,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스트레스를 푸는 힐링의 시간을 가지곤 했다. 그 중에서도 와인은 우리들의 특별한 낭만의 건배주였다.

 어느 날 저녁, 나는 L교수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와인 한 병을 손에 들고 그의 세컨하우스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나를 반겨준 그는 기쁨 가득한 표정으로 맞이해주었다. 우리는 거실에서 편안하게 앉아 이번에 마시게 될 와인을 열어봤다. 와인의 마법처럼, 술잔이 비는 대로 우정의 밤은 더욱 깊어져가고, 서로를 위로하는 건배의 순간들은 또 하나의 새김꺼리를 남기곤 했다.

 어떤 날은 업무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며, 어떤 날은 나의 가족 문제에 대해 조언을 구하곤 했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새 흐르고, 와인 잔은 점점 비어갔다. 비록 우리의 술잔은 비어간다 해도, 우정의 잔은 결코 비워지지 않았다. 

 와인하면 생각나는 건, 아들 며느리다. 술과는 담을 쌓고 사는 아내와 달리, 며느리는 젊은 MZ세대라서 그런지, 시아버지의 와인건배에 응해준다는 것이다. 간혹 시갓집에 올 때면 거북할 때도 있겠지만, 늘 싱글생글 당당하게 어울릴 줄 아는 모습이 참 예뻐 보였다. 시아버지인 내가 와인 한잔 권커니 주거니 받거니 할 때면, 꼭 짠짠 거려주는 건배주라니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도 원래는 와인을 좋아하기 전에는 맥주광이었다. L교수와의 인연으로 와인의 진가를 알아버린 이후, 줄곧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거의 매일처럼 와인 한잔을 마시곤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와인을 마신다고 고민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걸랑, “현재를 즐기다보면 서나서나 무지개처럼 빛나는 순간이 올 거야.”흔들어줄수록 뽐내는 낭만도 흔들리면 내 맘도 아리송하니 흠뻑 취한들 어떠리.‘샤토 슈발블랑’이란 와인처럼 제멋을 뽐내며 삶을 마감하듯, 세상 한번 맛보고 나면 그만인 것을... 여기선가 저기선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와인 한잔의 낭만적인, 너무나 낭만적인 순간에 취하면 또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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