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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트 Feb 12. 2024

판다가 될 뻔한 메타세쿼이아

Episode 05. 메타세쿼이아

메타세쿼이아 Metasequoia는 '세쿼이아를 닮았다'는 뜻이다. 종종 '메타'를 '다음'이나 '나중에'라고 해석하는 경우를 본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공원을 소개하는 웹사이트에는 '메타는 나중이라는 뜻으로 세쿼이아와 다른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하여...'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표현이 어색할 뿐 아니라 의미도 불분명해진다 (바쁘시겠지만 바로 잡아주세요~).


오랫동안 화석으로만 발견되었기에 멸종되었다고 여겨졌던 메타세쿼이아가 다시 발견된 것은 1940년대의 중국. 2차 세계대전과 국공내전으로 혼란한 시기에도 여러나라의 식물학자들이 부지런히 협력한 결과였다. 1948년, 자생지에서 수집된 종자가 미국의 아널드수목원에 도착한 후 전 세계로 빠르게 보급되었다. 현재 대부분의 메타세쿼이아는 이 종자들의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중국의 공산화가 몇 개월이라도 앞당겨졌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종자의 해외반출은 엄격히 금지되고, 판다 Panda처럼 정치적인 수단으로 활용되었을지도 모른다.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의 국보이자 외국의 우호 교류를 촉진하는 사절로...' 뭐 이런 식으로 묘목을 선물로 줬다가 돌려받고 그랬을지도.


이런 영화 같은 과정들 덕분에 지금은 어디서나 메타세쿼이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집과 전철역 사이에도 400여 미터 길이의 가로수길이 있는데 철마다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봄이면 연둣빛 어린잎이 짝지어 돋고 여름이면 부드럽게 햇볕과 비를 가려준다. 늦가을에 서서히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다가 잎을 모두 떨구고 나면, 마치 새의 깃처럼 간결하고 균형 잡힌 곡선미를 드러낸다.


측백나무과 세쿼이아 속에는 메타세쿼이아를 포함해 단 세 종만이 남아있다. 다른 두 종은 아메리카 대륙 서부해안가에 자생하는 세쿼이아 셈페르비렌스 Sequoia sempervirens(상록수라는 뜻) 와 시에라네바다 고지대의 세쿼이아덴드론 기간테움 Sequoiadendron giganteum(매머드나 거인에 비 할 정도로 크다는 뜻). 메타세쿼이아와 달리 둘 다 상록수이다.


세쿼이아 속 나무들은 모두 세계적인 타이틀 보유자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무는 레드우드 국립공원의 하이페리온 Hyperion으로 115미터가 넘는다. 수분을 그 높이까지 어떻게 끌어올릴까 했는데, 절반 가량은 공기 중에서 흡수한다고 한다. 이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는 세쿼이아 국립공원의 제너럴 셔먼 General Sherman. 나무  한 그루의 부피가 52,500㎥.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돼서 20피트 컨테이너로 따져보니... 무려 1590개와 맞먹는다... 실감이 잘 안 되기는 마찬가지로군요.


원주민들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왔을 이 나무들에 대한 기록은 18세기 후반 스페인 탐험대가 남긴 것이 처음이다. 삼나무처럼 크고 붉다고 팔로 콜로라도 Palo Colorado, 키가 크다고 팔로 알토 Palo Alto로 이름 붙였다. 이후 영국인들에 의해 Red wood, Big Tree 등으로 불리다가 1847년, 오스트리아의 식물학자 스테판 엔들리허 Stephan Endlicher에 의해 세쿼이아 Sequoia로 명명되었다.


미국 정부는 오랫동안 - 19세기 후반 국립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한 때부터 21세기 초까지 - 스테판 엔들리허가 체로키 문자를 만들고 보급한 원주민 Sequoyah를 기리는 마음으로 이 나무들을 Sequoia라고 명명했다고 홍보해 왔다. 그런데 정작 스테판 엔들리허 본인은 그런 말을 한 적도 기록을 남긴 적도 없었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가 미국 땅이 된 것이 1848년이니까 그 당시에는 어떻게든 정통성을 부여하고 싶었으리라 짐작은 된다.


현재 미국 국립공원 웹사이트에는 '사실이 아닌 것 같긴 한데... 그렇게 믿고 있다'라고 살짝 발뺌하는 수준으로 정정되어 있다. 아니면 아닌 거지 이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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