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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은 Jul 01. 2023

[공동 창업자의 퇴사 회고] 창업 생활 마침표

7년간 함께 만들어 온 회사에서 퇴사합니다.



회고를 하는 이유


작년 11월 안식월을 통해 현실에 쫓기듯 해오던 업무에서 벗어나 회사와 서비스에 대한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했다면, 퇴사를 결정한 이후에는 내가 어떤 업무를 진행해 왔는지 타임라인을 그려보고, 그를 통해 어떤 경험을 쌓았으며,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나의 커리어적인 강점이 무엇인지, 부족했던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보완하고 싶은지, 미래의 나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는지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공동 창업자의 이탈은 회사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 있기에 그동안 주변 분들에게 퇴사 소식을 전하기가 매우 조심스러웠다.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 오히려 오랫동안 일궈온 회사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퇴사 결정한 순간 이후에도 대표와 함께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회고 글을 작성하는 부분 역시 고민이 많았다. 고심 끝에 지나치게 개인적인 부분을 제외하고 업로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이유는 회고를 통해 다음 스텝에 대한 강력한 동기부여를 만들고 싶었고, 일련의 시간 동안 해오던 것들에 대한 자기 객관화 할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창업자로서의 시간이 길다보니, 주변에 있는 분들이 회사 또는 서비스를 통해 맺은 인연이 많았고, 그렇다 보니 ‘퇴사했어요’라는 말을 가벼이 하기 어려워 글로 전하고 싶었다.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7년간의 생활


2016년 신도림역에서 대표를 처음 만난 날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생생하다. 우리는 일면식 없는 사이에서 서로의 대학 동기 추천으로 만났다. 그때 당시 해외 기획 또는 마케팅 전략 포지션으로 대기업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전혀 스타트업과 창업에는 관심이 없었었다. 그리고 대표와의 여러 번 만남 끝에 ‘정보의 비대칭에서 오는 여행의 문제를 해결하고 현지인처럼 여행할 수 있도록 해보자’라는 말에 공감하며 합류했다. 한 편으로는 대기업에서 해외 전략 포지션의 업무를 수행하기 전(물론 채용이 확정되었던건 아니었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검증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2016년 방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앱 출시(중국 타깃으로 먼저 타겟팅), 2017~2018년 잦은 정치적 이슈에 따른 중국 내 인프라 구축: 중국법인 설립, 2019년 중화권 여행객 타깃 상품 출시 및 판매, 2020~2022년 코로나 이슈 발생으로 인한 오프라인 BM 테스트(로컬단위 팝업 숙소), 스마트관광 참여, 내국인 대상으로 브랜딩에 가장 힘쓴 프로덕트 부로컬리 탄생 그리고 MHQ 이름으로 합병하기까지. 돌이켜보니 우리의 7년의 경험의 범주는 넓었고, 나는 또래 친구와는 조금 다른 경험을 쌓아 나갔다.


숨 쉴 틈 없는 7년간의 생활이었다. 출퇴근 시간, 공휴일, 휴가 등을 포함한 나의 24시간은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돌이켜 보았을 때 가장 크게 생각나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개인을 단단한 사람으로 많들지 않으면 스타트업 오랜 생태계를 달릴 체력이 많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모든 게 처음이었던 그 시절 어떻게 지금까지 오게 할 수 있었는지 놀랍다는 것. 그 시절, 우리는 참 당찼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절이라 할 수 있었다고 종종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때로 돌아가 이 회사에 합류할 거라고 묻는다며 또 다시 같은 결정을 내릴 것 같다. 아니면 조금 더 사회적인 경험을 쌓고 창업을 하거나. 창업을 통한 7년은 많은 경험을 압축적으로 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에, 이 시기를 가졌다는 게 다행이고 감사하다. 다만 사회적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창업에 뛰어들면서, 과감하기도 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참 많다. 다시 돌아간다면 그때 나보다 조금 더 현명하게 문제에 접근하고 해결하고 싶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고, 무엇을 얻었는지


나는 종종 어떤 업무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공동 창업자가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물론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회사에서 필요한 무엇이든지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우리는 역할의 경계와 배분을 확실히 했지만 그 영역은 넓었다. 대표는 투자 유치, 운영 자금 확보 및 외부 미팅과 관련된 업무를 맡아 진행했고, CTO는 프로덕트 개발과 연구·개발 연구 부분을 담당했다. 그리고 나는 내부적으로 필요한 운영에 전반적인 부분을 맡아 이끌어왔다. 내부적인 일이라고 함은 프로덕트 방향성을 정하고, 브랜드・ 마케팅・ 프로덕트 운영을 맡아 담당하고, 내부 조직을 관리하고, 새로운 방향을 기획하고, 외부 B2G, B2B 연계된 프로젝트 관련된 실무 업무까지 맡아왔다. 이런 역할을 맡아 임해 오면서 내가 얻은 몇 경험을 몇 가지로 압축해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1. 0에서 1로 만드는 전 과정을 함께한 경험


처음에 맡은 일은 중국 APP 시장 리서치, 프로덕트 운영 기획과 홍보 마케팅이었다. 그 이후에는 부딪치는 이슈들을 해결하면서 중국 법인 설립, APP 프로덕트 마케팅과 운영을 진행했고, 때론 신규 사업 발굴 및 프로젝트 기획, 외부 협업 프로젝트관리 및 조직 인사관리 등 회사에서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을 함께했다.


확실한 것은 회사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세스에서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라는 것이다. 실무를 직접 해왔기 때문에 작은 디테일적인 부분을 확인할 수 있는 기준점이 생기기도 했고,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미래에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했기 때문에 비즈니스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고 사고가 깊어졌다. 업무 관련 상황 변화나 문제점들에 대해서 빠르게 맥락을 잡아 움직일 수 있고, 특히 경험이 있던 분야는 해당 팀원들과 업무 우선순위를 부여할 경우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나 역시도 모든 것이 처음이었기에, 순탄하지도 순서가 정해져 있지도 않았지만 결국 돌아보니 그로 인해 다양한 직무에 대한 경험과 인사이트가 생겼고, 초기 커뮤니케이션 과정보다는 7년 후 내 모습은 많은 성장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2.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팀 빌딩과 조직 관리


업무상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부분이 조직 관리라고 생각한다. 사실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부분 역시 이 부분이었다. 대학 졸업 후 창업한 회사가 첫 조직(인턴십 제외)이었기 때문에, 조직 관리 경험이 매우 부족했었다. 팀원이 많아질수록, 회사가 성장할수록 고민은 깊어졌고, 초반 마이크로 매니징을 시작으로 위임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낼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여전히 이 부분은 성장이 필요한 영역임이 분명하다.


7년 동안 많은 시도 끝에 깨달았던 점은 다섯 가지로 축약해 볼 수 있다.

(1) 회사가 목표로 하는 데 꼭 필요한 직무와 역량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

(2) 리더를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위임할 수 있는 환경 구축 마련

(3) 단기적, 중장기적 방향을 공감하게 하고 팀의 목표 설정하고 능동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구조화

(4) 업무 우선순위 기준을 확실히 하여 커뮤니케이션에서 효율성 극대화

(5) 가장 중요한 부분인 우리 조직에 맞는 프로세스를 정립


'스타트업에서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팀 빌딩'이라는 대답을 하곤 했다. 물론 스스로 미흡함에 많이 반성하고, 고민도 많이 하고, 자기 개선에 대한 시도가 가장 많이 했던 부분이고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목표 및 업무 관리 관련해서 수많은 개선시도가 있었는데, 미숙한 과정에 함께 해준 팀원에게 감사하다.




3. 위기를 풀어내는 시도와 대처 경험


비즈니스를 하면서 우리에겐 너무 많은 위기가 있었다. 특히 우리에겐 외부적인/사회적인 이슈가 정말 많이 발생했다. 초반 인바운드 대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던 방한하는 중국 여행객을 타겟팅하면서 정치적 이슈(한-중 관계)에 대한 직격탄을 맞았다. 그것도 APP 오픈하고 3개월도 안된 시점에서. 대신 그때 그 위기로 우리는 인프라를 확충하고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덕분에 한국 내 다른 여행 플랫폼과 차별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 타이틀을 얻었고(중국내 인프라와 법인을 가지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중화권으로 시장 확장이 조금 더 빠른 시기로 더 당겨졌다. 물론 이 결정이 Best 답변은 아니지만, 위기 사항에서의 빠르고 과감했떤 시도와 대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한중 관계 이슈 문제를 해결한 후에는 우리에게 또 다른 큰 어려움이 닥쳤다. 여행업계 큰 고난의 시기, COVID 19. 겨울 상품을 판매하던 그때 우리는 우한 봉쇄 이후, 0에 수렴하는 매출을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매출을 낼 수 있는 시도들을 진행했다. 우리 만의 재한 외국인 대상 로컬소모임 여행 상품 출시,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시도(팝업 숙소 프로젝트 이상한 일상)와 브랜딩에 특히 힘쓴 부로컬리 프로덕트 서비스 출시를 진행했는데, 결과론적으로 보면 우리의 자산의 방향성을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었던 시기가 되었다.그때 이후에는 우리는 위험을 가지고 갈 영역과 미래를 위한 투자의 영역으로 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위기 속 신규 사업 발굴과 기획을 빠르게 실행하는 것 그리고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에 대한 대응의 유연함을 조금 더 가질 수 있었다. 





어떤 부분이 아쉬웠는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보완하고 싶은지


돌이켜 봤을 때 하나하나 따져보면 아쉬운 것 투성이지만  '그때 그랬더라면 지금 더 좋았겠지?’ 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는 몇 가지를 적어보았다.



1. 회사 업무와는 별도로 개인의 능력을 키울 만한 시간을 갖지 못한 점


T자형 리더가 되고 싶었다. 한 분야의 최고의 전문성을 가지고, 폭넓은 경험과 교양, 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춘 리더. 비즈니스의 폭넓은 경험에 대한 부분을 지난 시간 동안 성장했다면, 확실한 전문 분야를 위한 투자가 부족했다는 사실이 매우 아쉽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1년 생존율은 약 65% 밖에 안되는 이 생태계에서 우리는 생존을 위한 시간을 오랫동안 보내면서, 회사에 무척이나 몰입해 왔다. 하지만 투자받으면 받을수록, 조직이 커지면 커질수록 고민이 깊어졌다. 초반 1인으로 실무를 맡을 때는 업무를 통한 빠른 흡수와 성장이 되었다면, 후반에 팀원이 많아지면서 관리의 힘쏟는 시간이 길어졌다. 별도의 시간을 마련해서 회사 성장 속도에 앞선 나만의 기반을 만드는 과정을 지속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빠른 성공의 변곡점에 있던 시기에, 기반을 갖춰놓지 못했다고 스스로 많이 반성했었다. 바빠서 할 수 없다는 자기 합리화였던 건 아닐지.



2. 초기에 빠르게 위임 환경을 만들지 못한 점


 현실 업무에 치여 미래 조직을 위한 기반을 빠르게 만들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 레퍼런스를 삼을만한 비즈니스가 없었던 상황에 초반에 합류한 팀원분들은 사회 경험이 없던 신입이거나 외국인이 많았기 때문에 마이크로 매니징을 선택했다. 동일한 환경이 주어졌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도 간혹 들었지만, 위임할 수 있는 시기를 더 단축했다면(인재 채용에 대한 투자와 같은), '회사의 성장이 조금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후 위임을 한 후에는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앞으로 비즈니스 확장에서 필요한 작은 테스트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 의사 결정권자 간의 깊은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했던 점


앞서 우리는 역할에 대한 분배가 확실했는데, 그러다 보니 많이 고민하는 단계에서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하기보다는, 확정하고 정하면서 회의안에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 많았다. 각자의 업무가 많기 때문에 각자 포지션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했는데, 오히려 회사 전체 상황을 바라보면서 다음 성장 스텝을 밟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미스 커뮤니케이션과 효율적이지 못한 업무 우선순위 배분 등에 문제가 나타났다. 이후에 서로 간 대화를 나누면서부터 깨달은 건 우리의 목표는 같지만 방법론이 다르다는 점이었고, 그 이후 비즈니스 방법론에 대해서 다양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함께 하는 팀원들에게 더 구체적인 회사의 방향을 이야기하고 업무를 구성하고 세부 목표를 세우기가 더 수월했다. 연인사이에서도 말하지 않으면, 서로가 이해하기 힘들듯 회사의 방향을 함께 이끌려면 서로 더 많은 업무를 공유하고, 결정에 대한 고민을 더 나누고, 문서화해서 팀 전체에 알리는 그런 프로세스 적용이 필요했었다고 생각이 든다. 영원히 소규모 스타트업으로 있지 않을거라면.




다음 여정을 준비합니다.


퇴사를 결정하고 나서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사실 꼭 좋았던 건 만은 아니었다. 왜인지 모르는 상실감이 오기도 했다. 회사에 몰입하면서 모든 것이 내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더 이상 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게 없다는 사실이 문득 들어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그랬던 것 같다. 부모님을 비롯해 오랜 기간동안 나의 스타트업 창업 생활을 지켜보았던 친구들은 1년 정도 쉬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라는 제안을 많이 했다. 한 달 정도 지난 세월을 회고를 해보니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보다는 전문성의 깊이를 더 할 때라는 것.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1년 뒤의 나는 최근 몇 년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믿고 함께 따라주었던 팀원(동료)들과 고민이 많을 때마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을 준 많은 분들의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나서 많은 오퍼를 받았는데(감사합니다), 회고를 한 덕분에 내가 다음 스텝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명확했다. 



아무튼 저는 퇴사합니다. 그럼 다음 스텝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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