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벤의 서재 Nov 16. 2023

9년 동안 육군장교로 복무하다가
전역하게 된 이야기

마침내 나의 신념을 찾았다


나는 직업군인이었다.

20대를 전부 군대에서 보냈고, 군대는 나의 전부였다.


직업군인이 된 이유는 가난했던 집안 사정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내가 좋아하는 일이 되었고, 

또 잘하는 일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인정받고 누구나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행복했고, 보람을 느꼈으며,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번아웃이 왔다.

그리고 회복되지 못할 정도로 점점 더 지쳐갔다.

불면증이 생겨 잠을 이루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으로 몇 날 며칠을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는 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전역하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했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22년 8월. 나는 결국 전역을 결심하게 된다.

전역을 마음먹고 나서 이후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계속 계속 고민해 보았으나 전역을 한 달 앞둔 올해 

4월까지 답을 내리지 못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방법만 생각하다 보니 그만두지 말아야 하나 까지 생각하게 되었다.

직장이 안정적이다 보니 하는 일을 계속한다면 돈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3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첫 번째, 나는 왜 이 일을 하게 되었지?

두 번째, 나는 언제부터 이 일이 좋아하고 잘하는 게 되었지?

세 번째, 나는 언제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지?


당장 머릿속에 있는 생각만으로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가 없어서 고민을 하다가 결국 2가지 도구를 통해서  답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책'과 '일기장'이다.


나는 앞으로 삶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서 답을 찾기 위해 작년 8월부터 닥치는 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2월부터는 1년에 100권의 책을 읽어보자라고 다짐했다. 

그러다가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회사를 단단하게 만드는 힘은 문화다. 그러므로 직원으로부터 ceo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강력한 신념과 가치관이 필요하다.'


이 글을 읽고 경영자의 시선이 아닌 직원의 시선으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직장에서 행복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추구하는 신념과 교집합이 있어야 하는구나.


그렇다면.... 나의 신념은 뭐지?


나는 군에 입대한 21살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일기를 쓰고 있었다. 그래서 나의 신념과 질문의 답을 일기장 속에서 찾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9년 동안 작성한 일기장과 다이어리들


일기장을 펼쳐서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질문의 답의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하나씩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랐다.

나도 모르게 신념의 방향대로 삶의 방향을 일치화 시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신념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남을 돕기 위해 일한다.'


군대라는 곳은 타인을 돕기 위한 집단이다.

육군의 사명은 이렇게 쓰여있다. 


'국군은 대한민국의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아가 국제평화의 유지에 이바지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


첫 번째 질문, 나는 왜 이일을 하게 되었지?


나는 어려서부터 소방관, 경찰 등 국가에 헌신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직업을 동경해 왔다.

21살에 대학교 등록금을 낼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돈을 벌고자 군대에 입대했지만 사실은 나의 신념과 교집합이 있는 집단이었기에 선택하게 된 것이었다.


두 번째 질문, 나는 언제부터 이 일이 좋아하는 일이 되고, 잘하는 일이 되었지?


내가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니다. 군대라는 집단은 폐쇄적이기 때문에 상당히 강압적인 조직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육군 3 사관학교에 사관생도로 편입하고 나서 기초군사훈련이 끝날 때까지 매일매일 힘들어서 울었다.

나는 어떠한 개기로 인해 내 직업이 자랑스러운 직업이라고 확신했다. 

바로 12사단 GOP철책에서 북한군과 대치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우리 군의 모습을 봤을 때다.



직접적으로 국가를 수호하는 그 모습을 보고 상당히 강력한 인상을 받았고, 나도 반드시 휴전선일대에서 

군복무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나는 졸업 후 임관을 할 때 GOP에서 근무할 수 있는 '보병'으로 병과를 선택했고 근무지 지망에 

'접적'지역을 1,2,3 지망으로 작성했다.

나는 마침내 GOP소대장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신념과 직업이 교집합이 있으니 매일매일 행복했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 첫 번째 순간이었다.

나는 더 직접적으로 국가를 위해 일하고 싶어 비무장지대 내부에서 북한군과 1km 남짓 한 지점에서 24시간 경계근무를 하고 있는 GP로 지원을 했고 9:1의 경쟁률을 뚫고 GP장이 되었다.

나의 신념과 조직의 신념, 조직문화와 내가 모시는 리더의 신념까지 일치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이때 매일매일이 행복했고 즐거웠으며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다. 매일 잠도 많이 못 자고 일했지만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고 하루하루 즐기면서 살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다른 사람에 비해 엄청나게 앞서나간다는 것도 몰랐다.

이때 지금까지 내 삶에서 가장 빠르고 크게 성장했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 세 번째 질문, 나는 언제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지?


두 번째 질문에서 중요한 사실을 알았다.

조직과 나의 신념만 일치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조직문화와 내가 모시고 있는 리더의 신념까지 일치해야 

비로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조직과 신념이 일치하는 리더를 만났을 때에는 같은 마음으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했다.

나는 어느 순간 내가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진급과 이익을 위해서 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 시키는 일에 대한 명분이 명확하지 않은 리더를 만났을 때부터 나는 일의 흥미를 잃었다.

그때의 일기장에는 부정적인 감정들만 나열되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절정에 치다랐을때는 군대는 나에게 돈을 버는 직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나는 그때부터 워라밸을 주장하고 근무시간 외에 업무를 하는 것, 전화가 오는 것에 엄청나게 민감해졌으며

내 직업에 자부심은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결국 나는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나의 신념과 삶의 방향을 일치시키면 어떠한 일을 하건 보람을 느끼고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


결론을 내렸다.

미련 없이 그만두자.

그리고 다음 직업도 정할 수 있었다. 


바로 북카페 사장이 되는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