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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mhell Sep 05. 2023

처음 일을 받은 순간 (먕먕편)

가장 혼란을 겪었던 첫 업무, 와이어프레임

[목차]

1. 가장 혼란을 겪었던 첫 업무, 와이어프레임

2. C레벨이 아닌 팀원들과의 이야기

3. 좌충우돌 시행착오

4. 대망의 와이어프레임 공개 



1. 가장 혼란을 겪었던 첫 업무, 와이어프레임


입사 후 가장 먼저 했던 것은 COO님과의 미팅이었다. 내가 합류하기 전까지 디자인을 맡아오셨기 때문이다.

전반적인 기능 설계 상황과 팀원 간의 진행상황을 듣게 되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든 부분은 아직 열려있으며 기능을 삭제해도 되고 추가해도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어떻게 보면 기능에 대한 결정권이 갑자기 나에게 온 것이다.


CEO님과 논의했을 때는 모든 기능은 픽스되어 있다고 했다. 개발팀과 CTO님과 논의를 해본 결과 개발 일정은 모든 팀원들이 약 3개월가량 남은 것으로 합의되어 있었고, 기능에 대해 정리된 것이 없다고 했다. 

그야말로 대혼란 상황. 즉, 팀원 간 서로 알고 있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더 큰 문제는 기획 마감일을 한참 넘긴 상황에 내가 합류했던 터라, 팀원들은 모두 예민하고 지쳐있었고 이 상황 속에서 나에게 떨어진 것은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첫 업무였다. 당시 PM 역할을 어쩌다 보니(?) 맡고 계셨던 CTO님 역시 잠시 휴가를 다녀왔던 터라, 돌아오신 CTO님과 내가 함께 기능을 이해하고 구조에 대한 합의를 함께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니어 개발자와 조무래기 신입 디자이너가 협업하는 상황.


나는 첫 업무였고, 심지어 함께 업무를 하게 될 분이 무려 CTO님이었기 때문에 매우 긴장과 부담을 가진 채로 매일 밤을 새우게 되었고, 아무리 봐도 기능이 이해가 되지 않는 물음표 가득한 상황이 되었다. 정말.. 막막했다.

중간 공유를 하고 싶어도 CTO님과 함께 하기 때문에 더 부담이 되었고, 부족함이 너무 보이는 게 두려워서 계속 만지다 보니 시간이 계속 흘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그러면 안 됐다.



2. C레벨이 아닌 팀원들과의 이야기


가장 혼란스러운 부분은 팀원들이 서로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달랐으며, 특히 마케팅, 고객 담당 팀과 직접 구현을 맡는 개발팀이 서로 이해한 부분의 차이가 가장 큰 것이 문제였다. 첫 합류한 나로서는 팀원들에게 내용을 물어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저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차 싶은 순간이 정말 많았다. 


가령 마케팅, 고객 담당 팀에서 이야기 나온 부분을 개발팀과 이야기하면 '그런 얘기는 없었는데요?' 라든가, '그건 안 돼요. 안된다고 이미 회의했었어요'라는 등의 예민한 대화가 오갔다. 중간에 들은 나로서는 점점 눈치가 보이고 말을 거르게 되는 상황... 자칫 잘못 대화를 나눴다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상황이 되어버리거나, 묘하게.. 마케팅, 고객 담당 팀인 customer 팀과 제품을 직접 구현해 내는 product 팀 간의 대립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정말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도..


게다가 직무 특성상 중간에 끼어버린 나 신입 uiux 디자이너 (돌이켜보니 product designer..)

기업에서 왜 커뮤니케이션을 그리 중요시하는지 알 것 같은 순간들이었다.



3. 좌충우돌 시행착오


'이것이 스타트업이구나'를 느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스스로 해내야 한다. 도움을 요청할 순 있지만, 질문을 잘해야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에 나 스스로 무엇이 궁금한 건지 잘 정리해야 한다. 돌이켜보니 내게는 이게 부족했던 것 같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한편, 스타트업은 아무리 수평구조라곤 하지만 나 스스로에게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업무를 하면서 느낀 건, CTO님은 내가 함께 협업해야 할 팀원이면서도 내가 속한 그룹의 가장 상위 리더였기 때문이다. 또한 PM역할도 사실상 도맡고 계셨기에 나는 CTO님과 업무를 공유할 때 고민을 나눌 팀원으로 대하기도, 상급 리더로 대하기도 묘하게 애매했다.


또한 내가 아직 팀 분위기와 팀 성향에 대한 파악을 못했기 때문에 소통의 오류도 있었다. 실제로 와이어프레임을 언제까지 제작하면 좋을지 CTO님과 공유하는 상황에서 서로 생각하는 범위가 달랐다. 나는 지금까지 나온 모든 기능을 완벽하게 정리한 와이어프레임을 생각했고, CTO님은 정말 러프하게 대충 이런 기능이 있다는 걸 같이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생각하셨다. 이렇게 달랐던 생각 차이는 기간을 정할 때도 어려웠다. 이런 생각이 있었기에 나는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CTO님은 당장 이번주에 보자고 하셨던 것. 그래서 나는 이 그룹이 정말 빡세구나 라고 오해했다. (사실 맞긴 했다ㅋㅋㅋ)



4. 대망의 와이어프레임 공개


처음으로 내가 모든 팀원을 소집(?)하여 그 좁은 공간에서 티비를 보며 발표했다. 기능도 참 많았고, 10명가량의 인원들의 의견을 모아모아, 분산되어 있던 자료, 3가지 이상의 와이어프레임 자료를 합쳐서... 하나의 와이어프레임을 만들었더니 정말 정말 많은 양의 결과물이 나왔다.


대체 이걸 다 설명하려면 얼마나 시간을 잡아야 할지, 그리고 그 시간 안에 다 발표는 할 수 있을지, 모두가 이걸 다 이해하는 게 가능할지.. 그렇다고 따로 또 시간을 잡는 건 아닌데.. 등등 오만가지 고민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부딪혔다. 다 보여줄 순 없으니, 아카이빙을 했고 핵심 화면만 말하고 넘어가기로. 나머지는 공유된 자료를 보고 언제든지 질문을 달라고 했다.


발표가 끝나고 나니 팀원들은 그간 서로 다르게 생각했던 부분들로 인해 질문 파티가 되어버렸다. 눈앞이 아득했고 아찔하더라. 이 무수한 질문들과 앞으로 나의 작업,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하고 캄캄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이 합의해오지 못했던 지난 시간이 한 달 만에 내게 몰려온 것 같았다.






스타트업을 다녀보면서 느낀 건, 개개인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다. 팀워크, 팀문화에 따라 각자의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겠다고 느꼈다. 돌이켜보면 아쉬운 것도 있고, 후회되는 것도 있고, 다시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까?부터 더 잘할 수 있겠다. 하는 것까지 다양한 생각이 든다.


첫 업무는 참 부담되고, 어렵고, 막막한 것 같다. 처음 내가 팀원들에게 실력을 보여주는 자리이자,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팀원들의 기대도 있을 것이며 이 순간을 아쉽게 넘기기엔 후회가 참 많을 것 같아서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다'라는 위안이 되는 말이 있지만, 아직은 이런 시행착오가 참 부끄러워지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부끄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온보딩되어 본 실력이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팀 문화가 있는 곳이라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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