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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션으로 읽는 미술 Nov 08. 2023

[패션으로 읽는 미술] 11월에 볼 만한 전시

미술은 어렵지만, 패션은 쉽다

왜 패션으로 읽는 미술일까?


  [패션으로 읽는 미술]이라는 타이틀로 블로그 및 유튜브에서 전시를 소개한 지 약 5개월이 되었다. 패션으로 미술을 읽는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혹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그래왔듯 "패션이 예술인지 아닌지"그리고 "예술이 패션보다 우월한지 아닌지"에 대한 물음의 대답은 남겨두고자 한다. 대신, '담백하게' '조금 더 쉽게' 미술에 접근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자 한다.


  미리 밝히지만, 여기서 소개하는 모든 전시가 '패션전시'는 아니다. 패션전시는 패션브랜드의 전시나 옷을 매개로 하는 전시를 말하나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는 주로 '미술전시'를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패션의 관점으로 읽을 수 있는 미술전시를 소개한다. 패션의 관점이라고 하면 패션(fashion)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상업성', '유행', '일시적', '섬유', '여성성', '시각적', '현대적', '대중성' 등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시각을 말한다. 이를 더 깊숙히 파고 들어가면, 자칫 논문이 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해서는 글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천천히 풀어내보려고 한다.




#1.

미스치프 MSCHF : Nothing is Sacred


  첫 번째 전시는 오랜만에 대림미술관에서 선보이는 <미스치프 MSCHF: Nothing is Sacred>이다. 미스치프는 미국 브루클린에 본사를 둔 아티스트 그룹이다. 이들은 우리가 당연시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도발적인 시비를 걸어 우리의 관념을 비틀고 무너뜨리며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이들은 '드롭(#drop)'이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발표한다.


(left) 에르메스 버킨백으로 만든 버킨스탁 샌들 (right) / 가짜 앤디워홀 작품 fairies를 만드는 미스치프


  2021년 2월, 미스치프는 에르메스(Hermes) 버킨(Birkin) 백 4개를 구입하여 버켄스탁(Birkenstock) 브랜드 신발의 이름을 딴 'Birkinstocks 드롭 #39'의 샌들을 선보인 바 있다. 이 샌들은 에르메스 가방을 잘라 만들었고, 처음 에르메스 가방 크기에 따라 3만 4천 달러에서 7만 5천 달러에 이르는 가격으로 판매를 했다.

 

  또한 2021년 10월에는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작품 'Fairies'를 2만 달러에 구매해 가품 999점을 똑같이 만들었고, 이를 진품과 섞어 사람들에게 판매를 했다. 어떤 것인 진품인지 가품인지 모를 이 1000개의 작품들은 개당 250달러에 판매되었고, 무려 10배 이상의 수익을 냈다. 심지어 이 작품들은 또다시 웃돈을 받고 재판매하는 리셀이 되기도 하였다.

      

  이번 전시는 이런 미스치프의 장난기 가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수수께끼 같은 방식으로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장난기 가득한 관점으로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이들의 작업은 대중의 심리를 꿰뚫으며 사회 현상의 이슈들을 드러내기도 한다.


기간 : 2023. 11. 10 - 2024. 03. 31

장소 : 대림미술관 /서울

운영시간 : 화-일 10:00~19:00(월, 공휴일 휴무)      

가격 :  성인 기준 15,000원     



#2.

이경준 사진전 : 원스텝 어웨이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 추천하는 두 번째 전시는 <이경준 사진전: One Step Away>이다. 뉴욕기반의 포토그래퍼 이경준은 거대한 도심 속에서 재미있는 패턴을 발견한다. 그는 도시에서 드러나는 기하학적 구조,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하나의 패턴을 포착하여 사진을 촬영한다.      


  또한 그는 '요즘 시대 작가답게' 패션브랜드 헬무트 랭(Helmut Lang)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 바가 있다. 브랜드는 2022년 Pre-Fall 캡슐 컬렉션 '엽서(Postcard)'에서 헬뮤트 랭이 디자이너로서 첫 발을 내디딘 빈, 뉴욕, 파리 3개 도시의 이미지를 응용한 제품들을 선보였는데, 그때 이경준이 뉴욕의 이미지를 촬영하였다. 그의 뉴욕 사진은 헬뮤트 랭의 후드, 티셔츠 등에 프린트되어 제품으로 출시되었다.


이경준, 헬뮤트 랭 콜라보레이션 2022년 Pre-Fall Collection

       

  이렇게 요즘 시대다운 이경준의 사진전은 그라운드시소가 새롭게 오픈한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에서 열린다. 그라운드시소는 요즘 MZ들에게 '핫플'로 유명한 공간이다. 그라운드시소를 처음 들어봤다면 MZ가 아니다고 할 정도이니 그 인기는 대충 실감이 난다. 이러한 유명세답게 그라운드시소에서 2020 선보였던 <유미의 세포들 특별전> 당시 1위를 기록하였고, 이어 2021년 <요시고 사진전> 역시 높은 순위를 기록하였다. 이처럼 그라운드시소는 요즘의 정서와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철저하게 대중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그라운드시소가 새로운 공간에서 선보이는 <이경준 사진전>은 감히 지금의 흐름에 부합하는 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숨 가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 숨겨진 영화와 같은 장면들을 바라보며 요즘 시대에 부합하는 소재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기간 : 2023. 10. 27 - 2024. 03. 31

장소 : 그라운드시소 센트럴/서울

운영시간 : 화-일 10:00~19:00(첫째 월요일 휴무)     

가격 : 성인 기준 15,000원     



#3.

이신자 : 실로 그리다


  세 번째 추천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진행하는 <이신자, 실로 그리다>이다.

이신자는 한국 1세대 섬유공예가이자 섬유예술가이다. 본래 섬유는 여성적이고 일상적인 재료로 과거에는 미술의 재료로 인정받지 못했다. 1960년대 이후 섬유 재료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을 받으면서 ‘섬유예술’이라고 불렸고, 더 넓게는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한 장르로서 ‘부드러운 조각(soft sculpture)’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가 있는데, 청계천에 설치된 커다란 조각품이 그의 작품이다.

클래스 올덴버그의 작품


  현재는 미술 재료의 경계가 모호해진 만큼 특정 재료를 사용하여 제작하는 장르를 따로 구분 짓지는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수나 태피스트리, 직조 같은 공예적 특성이 강한 장르는 여전히 섬유미술 혹은 섬유공예라고 부르고 있다.  


  이신자는 섬유가 하나의 장르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기부터 다양함 섬유재료를 여러 가지 기법을 통해 태피스트리로 작품 활동을 했던 한국 1세대 섬유예술가이다. 특히 그녀는 밀포대, 방충망, 벽지, 종이 등 일상적인 재료를 활용하여 섬유의 장르를 새로운 예술로 승화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반세기에 걸친 그녀의 생애와 작품을 회고하는 이번 전시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 한국 섬유예술의 변천사와 한국 현대공예를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간 : 2023. 09. 22 - 2024. 02. 18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과천관/경기

운영시간 : 화-일 10:00~18:00(월요일 휴무)     

가격 : 성인 기준 2,000원     



#4.

일리야 밀스타인 : 기억의 캐비닛


  네 번째 추천전시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선보이는 <일리야 밀스타인: 기억의 캐비닛>이다. 일리야 밀스타인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작가는 과도할 정도의 세밀함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이런 그의 작품들은 전시의 제목처럼 캐비닛 속에 있는 작가의 기억과 생각들을 꺼내어 보는 듯하다.


 

  작품 속 하나하나의 디테일함은 그의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읽게 만든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그의 작은 부분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수많은 기억들을 소환하듯 작가의 경험을 공유하게 된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세밀한 자신의 경험을 읽어 내려가며 함께 공유하기랄 바란다. 그리고 작가는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전시에서 그의 캐비닛은 총 4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자아와 사회적 목소리가 반영된 첫 번째 캐비닛부터 작가의 가족 및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모습을 그려낸 두 번째 캐비닛, 그리고 뉴욕 맨해튼에서 작가가 경함 한 기억들을 참고하여 공공장소, 번화가, 군중 등을 묘사한 세 번째 캐비닛이 있다. 마지막으로 관람객이 직접 그림의 한 부분이 되어 볼 수 있는 모두의 캐비닛인 네 번째 캐비닛이 있다.

  

    

  복잡하지만, 그의 그림은 따뜻하다.


  아마도 우리는 바쁜 나날을 보내며 우리 주변에 있는 일상의 작은 부분에 많은 추억이 담겨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행복을 찾아보라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처럼 그리고 나를 찾아가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작가의 말처럼.


  전시를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우리만의 기억들을 캐비닛에서 꺼내어보며 행복감을 찾아보면 어떨까. 작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나 생활하는 주변 환경 곳곳에는 분명 우리의 행복한 기억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기간 : 2023. 09. 20 - 2024. 03. 03

장소 : 마이아트뮤지엄/서울

운영시간 : 화-토 11:00~19:00 (일, 월 휴관)     

가격 : 성인 기준 18,000     



#5.

박보마 : 물질의 의식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 추천하는 마지막 전시는 리움미술관에서 열리는 <박보마: 물질의 의식>이다. 그녀는 물질이라는 것을 탐구하기 위해 건물에 들어가 돌발적 행위를 하기도 하고, 리본을 묶기도 하는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행해왔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특히 비주류 혹은 저급이라고 치부되었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여기서 비주류 혹은 저급이란 과거부터 오랫동안 굳어져 온 '이상적'이라고 간주된 것들과 반대되는 것들을 말한다. 즉 과거 서구철학에서는 감성보다는 이성을, 여성보다는 남성을, 부족함 보다는 완벽함을...'이상적'인 것이라고 간주해 왔다.  


  전시는 이런 그녀의 관심을 기반으로 가상의 회사를 연출하였다. 가상회사의 공간에는 임원들의 초상화가 있는데, 명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는 여성의 그림자들이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버려진 것들이나 석고로 만든 담배꽁초 등 비주류 혹은 저급하다고 여겨지는 물질들을 함께 설치해 두었다.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하늘색’이다.


  작가에게 있어 '하늘색'은 반짝이는 빛, 순간의 변화와 같은 일시적 속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늘의 색은 시시각각 색이 변하기도 하고, 반짝이는 빛의 위치가 바뀌기도 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순간적이고 변화하는 하늘의 느낌을 버려지고 소외받는 물질들에 비유한다.     


  전시에서 진행된 그녀의 퍼포먼스 역시 부질없고 허망한 물질에 대한 탐구 작업이다. 위엄 있고 거대한 건물 안에서 즉흥적이고 완성되지 않는 퍼포먼스 연출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데, 작가는 이로써 건물이 지닌 단단한 느낌의 의미를 지우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전시에서 특정한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하기 위해 소리와 향기도 연출하였다. 그녀의 전시는 "예쁘지만'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시를 통해 오랜 시간 동안 굳어져온 원칙이나 철학들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기간 : 2023. 07. 25 - 2023. 12. 24

장소 : 리움미술관 /서울

운영시간 : 화-일 10:00~18:00(월, 설, 추석 당일 휴무)     

가격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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