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패션으로 읽는 미술 전시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 주목하는 따뜻한 봄날 3월에 볼 만한 전시를 소개합니다.
첫 번째 추천전시는 더 현대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는 폼페이 유물전입니다.
전시는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폼페이부터 화산재로 묻혀버린 폼페이까지, 화려한 유물과 비극의 암울한 대비로 관람객들을 끌어들입니다.
전시에서는 화산재 속에 숨어 있던 유물들인 그리스 로마 양식의 조각상부터 프레스코 벽화, 그리고 각종 공예품 등 로마인들의 유희적인 삶은 물론, 그 당시의 시대적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 로마 문명은 서구문화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인체의 아름다움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습니다. 전시에서 조각상들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이는데요, 모두 콘트라포스토(contraposto) 즉, 한쪽 발이 몸의 무게를 지탱하고 자유로운 자세로 서있는 특징을 보입니다. 좌우가 불균형적이면서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는 방식이죠. 이러한 포즈는 오늘날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fashion figure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7등신과 같이 신체 길이를 ‘머리’로 측정하는 그리스식의 카논이 체계화기도 했죠.
이렇게 비례, 조화, 균형에서 미의 최고의 원칙을 찾아내는 당시의 미 개념은 조각상뿐 아니라 건축물, 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드러납니다.
화산폭발로 뒤덮여 끔찍하게 사라진 비극의 도시 폼페이.
전시를 통해 통째로 멈춰진 고대 도시로의 여행을 떠나 폼페이 사람들의 생활과 아름다움 그리고 쾌락과 죽음의 공존을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간 : 2024. 01. 13 - 2024. 05. 06
더현대 서울/서울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6층)
월-목 10:30~20:00 / 금-일 10:30~20:30
성인 20,000
두 번째 추천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그리스가 로마에게, 로마가 그리스에게>입니다. 첫 번째 전시에 이어서 그리스 로마의 신화와 문화를 주제로 합니다. 이 전시는 2027년까지 열리기 때문에 조금 여유롭게 보셔도 좋겠습니다.
전시는 3층 세계문화 고대 그리스 로마 관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점은 그리스와 로마 두 문화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두 문화를 골고루 살펴본다는 데에 있는데요. 전시는 총 3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 신화의 세계에서는 그리스인과 로마인 일상의 일부였던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살펴볼 수가 있죠.
두 번째 인간의 세상은 당시 사회와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조형물로서 인간의 모습을 재현한 인물상들을 전시합니다. 그리스 시대에는 미술품 속에 처음으로 누드가 도입되었는데요, 이는 아름다운 신체가 도덕성까지 곁들여 있다는 그리스인들의 인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집트 예술에서 영향을 받은 그리스 인물 조각상은 7등신에 가까워지고, 움직이는 인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옷 주름 표현도 더욱 정교해졌습니다.
로마 사람들은 이런 그리스 작품을 똑같이 만들며 그리스 문화를 향유했고, 초상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전시에서는 이런 초상을 통해 당시의 유행을 보여줍니다.
3부에서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신화를 통해 죽음에 대해 서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던 그리스와 로마의 모습을 전시합니다.
그리스는 로마에게 다양한 문화를 전하고, 로마는 그리스 문화를 즐기고 전파하면서 오랫동안 남길 수 있었습니다. 전시를 통해 아름다운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간 : 2023.06.15. - 2027. 05.30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서울 용산구 용산동 6가 168-6)
월-일 10:00-18:00(수, 토 ~ 21:00)
무료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 추천하는 세 번째 전시는 <매그넘 인 파리>입니다. 이전까지 그리스 로마를 여행했다면, 이번에는 파리를 여행할 수 있는 전시인데요. 전시는 매그넘 포토스라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그룹의 눈으로 포착한 다양한 파리를 보여줍니다.
이 전시에서 드러난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지난번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니깐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보시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낭만과 예술의 도시 파리를 넘어 파리의 역사와 변화를 조망하면서 다양한 파리의 면모를 관람할 수 있게 합니다.
가령, 마크 리부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파리의 우아함과 1950년대 파리 노동자의 현실을 기록하고, 로버트 카파의 이 작품은 경마장에서 파리의 부르주아들을 그려냅니다.
전시에서는 파리지앵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도시의 산책자라 부리는 플라뇌르들이었는데요. 한때 낭만과 예술이 넘쳐난 파리에 모여들어 아무 목적 없이 한가롭게 돌아다니는 예술가, 작가, 학자들을 말합니다.
이러한 창조계급으로서의 플라뇌르들은 스타일의 도시 파리를 더욱 빛나게 했습니다.
전시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패션도시로서의 파리인데요. 전시에서는 매그넘 작가들이 포착한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진화하는 패션의 양상을 보여줍니다. 특히 패션의 이면을 보여주면서 패션의 실체를 드러내는데요,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패션 자체를 사유하고 그 심연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패션은 화려하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욕망이 내포되어 있어 사치나 환경오염 혹은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같은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기도 하죠.
이렇게 매그넘 포토스 작가들이 전달하는 심오하면서도 다양한 파리의 모습을 전시를 통해 경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기간 : 2023. 12. 15 - 2024. 03. 24
성남큐브미술관/경기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757)
화-일 10:00 - 18:00(월 휴관)
성인 15,000원
네 번째 추천전시는 뮤지엄그라운드에서 열리는 <Zoo in the ground>입니다. 이 전시는 동물에 대한 인간 중심적인 현대사회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동물을 주제로 하는 국내 3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자연친화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전달하는데요. 여기에는 방탄소년 뷔가 구매해 큰 주목을 받았던 김우진 작가의 deer 작품 시리즈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우진 작가는 버려진 폐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조각을 겹겹이 이어 붙여 동물 조각상을 만드는데요, 이는 그가 어릴 적 키우고 싶었던 동물들을 재현한 것입니다. 환상 속의 감성을 현대사회에 반영해 인간과의 공존을 판타지하게 풀어갑니다.
그리고 김영성 작가는 물고기, 달팽이, 개구리 등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생물들을 그려냅니다. 사진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그림인데요.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작가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작가는 생명의 귀중함과 생명을 경시하는 현대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동시에 비추고자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재형작가는 미디어 아트 기술을 이용해 도시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보여줍니다. 작가에게 있어 인공조명은 문명화된 사회를 대변하는 시대적 아이콘인데요, 이런 인공조명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가는 LED를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습니다. 특히 동물들 몸에 내장된 LED소자들은 개별생명체로써의 모습을 의인화하여 현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동물을 이용하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치기도 합니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에 대해 고민해 보면서 공존에 대한 생각을 자유롭게 만드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간 : 2023. 11. 01-2024.05.19
뮤지엄그라운드 /경기 (경기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 400-5)
수-일 10:0~18:00(월, 화, 설날, 추석연휴 휴관)
성인 12,000
마지막 추천전시는 빈칸 압구정에서 진행하는 <tattoo!>입니다.
사실 이 전시에 대한 소개보다는 예술의 영역에서 문신이라고 하는 요소와 이 책을 추천하고 싶었는데요.
전시 역시 타투를 예술이라는 분야로 조명합니다. 하지만 전시는 문신에 대해 조금 더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사실 문신은 우리 사회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함께 갖고 있기도 하죠. 이 책은 이런 문신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이런 역사적 기원에 대한 답사야 말로 오늘날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문신을 깊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죠.
즉 문신을 정체성의 표현 매체로서 그리고 새로운 대중문화로서 다루는 이런 오늘날의 전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신에 대한 부정과 긍정이라는 두 개의 상징적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책에서는 중화를 중시하고, 그 주변인 오랑캐를 타자화하는 화이론 차별 담론에 의해 문신이 미개하고 어리석은 것이라고 규정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에 문신이 형벌로 존재하기도 했고, 부모님이 주신 몸을 흠집 내는 것에 대해 불효라고 간주했기 때문에 패륜적인 행위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차별을 기반으로 하는 지배적인 담론으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된 문신, ‘나쁜’ 상징의 옷이라고 간주되는 문신 그리고 몸이 소비의 대상으로 변모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매체로 간주되는 문신.
문신을 단순히 개인의 취향 문제로 보기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얽혀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특정한 이미지가 혹시 지배적인 담론에 의해 타자화된 것은 아닌지, 문화적 맥락을 잃은 채 단순히 그것을 미로서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대해서 조금 더 다양하게 접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간 : 2024. 02. 20 - 2024. 03. 31
빈칸 압구정/서울 (서울 강남구 언주로 165길 13)
화-토 11:00~19:00(일. 월요일 휴무)
무료
지금까지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 추천하는 3월에 볼 만한 전시였습니다.
유튜브 영상으로 보실 분들은 링크 확인해 주세요 :)
https://youtu.be/ZPlzTW8ZkxE?si=ImKFegZPoZsQMlE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