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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션으로 읽는 미술 Dec 04. 2023

[패션으로 읽는 미술]12월에 볼 만한 전시

미술은 어렵지만, 패션은 쉽다

  정확하게 패션전시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의 관점으로 읽을 수 있고 바라볼 수 있는 전시들을 선정하여 소개한다. 여기서 패션의 관점은 패션(fashion)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상업성, 유행, 일시적, 섬유, 여성성, 시각적, 현대적, 대중적 등과 연관 지을 수 있는 시각을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글에서도 적었지만, 전시 소개를 함에 있어 혹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서두에 적어둔다.




  #1.

코헤이 나와 : Cosmic Sensibility


  첫 번째 추천전시는 한남동 페이스갤러리에서 열리는 <코헤이 나와 : cosmic sensibility>이다. 크리스털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이 작은 구슬들은 마치 보석 전시 같기도 하다. 2층 전시장에는 이런 보석과 같은 작품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 작품들은 코헤이 나와의 픽스셀(pixcell) 조각 시리즈이다.



  픽스셀은 디지털 영상에서 화상의 정밀도를 의미하는 픽셀(pixel)과 세포를 일컫는 셀(cell)의 합성어이다. 이 시리즈는 작가가 탐구하는 디지털기술의 영향에 관해 이야기한다.      


  오늘날의 우리는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은 우리의 감각이 실재인지 가상인지 모호하고 불확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처럼 작가가 선택한 작품의 사물들은 본연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투명 크리스털 구슬로 표면이 뒤덮이면서 시각적으로 왜곡되고, 변형되어 본질을 잃어버리게 된다. 유리의 성질로 인해 구슬로 뒤덮인 사물들은 보는 시점에 따라 형태가 끊임없이 왜곡된다.  

      

  

  또한 이번 전시의 핵심은 전시장 3층에 전시되어 있는 거대 설치작업 spark이다. 전시 공간을 가득 메운 이 작품은 착시효과처럼 움직임이 느껴지고 또 서로 엉켜 보이기도 한다. 설치작업 구조상 작품을 그저 한 자리에서 감상하기보다 관람객이 스스로 움직이며 작품을 관람하게 되는데, 이런 관람자의 움직임과 시선에 의해 작품은 실재와 또 다른 형태를 보여주는 점이 너무나도 재미있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세포의 에너지가 발산하는 현재의 균열을 고찰한다고 한다.

  

  과학과 디지털기술은 우리의 시각 인지과정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아주 쉬운 예로 스마트폰, SNS의 활성화와 함께 많은 것이 디지털-미디어화(digital-mediatization)가 되었다. 패션브랜드들 역시 디지털-미디어화를 중점에 두고 디자인을 하고, 컬렉션을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은 '사진에 잘 나올 법한 옷을 디자인한다'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전시는 이러한 과학, 기술 발전으로 인한 영향을 시각적이면서 개념적으로 풀어나가는 작가의 작품을 관람해 볼 수 있다.

    

기간 : 2023. 11. 22 - 2024. 01. 06

장소 : 페이스갤러리 / 서울(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67)

운영시간 : 화-토 10:00~18:00 (일, 월, 공휴일 휴관)     

관람료 : 무료     


#2.

크리스천 히다카 : 황금기

  

  두 번째 추천전시는 한남동 갤러리 바톤에서 열리는 <크리스천 히다카: 황금기>이다. 전시장에 들어서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마치 비밀의 공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몽환적인 그의 작품들이 벽화와 함께 어우러져 연극 속에 들어와 인물들을 관찰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작가의 출신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작가는 일본계 영국인이다.

  그의 이런 동서양의 혼종 된 문화권은 작품에 기반이 되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어떠한 작품을 관찰하자면 몬드리안의 작품이 연상되기도 하고, 또 큐비즘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리고 장르의 순수성을 지키려고 했던 모더니즘의 미술이 연상되기도 하고, 아프리카 미술이 생각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 모든 것들이 혼합되어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는 듯 느껴지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시대와 지역을 알 수 없는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의복과 인상착의는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그리고 그림 안에서 나타나는 평면성과 입체성은 전시장 벽에도 확장이 되어 이어져 마치 트릭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시장은 그야말로 묘하다.

      

  작가는 벽까지 이어지는 자신의 작품들과 함께 관람객들이 자신이 창조한 생경한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길 바라는 듯하다.



  다양성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키워드로 다가오는 요즘.

많은 기업이나 브랜드들은 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오랜 시간 서구철학에서 배제되어 온 비주류로서의 다문화와 같은 혼종성이 이제는 순수하게 우리와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시기이다. 몽환적인 연극처럼 꾸며진 전시를 통해 다양한 문화를 우리 곁에 두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기간 : 2023. 11. 23 - 2023. 12. 23

장소 : 갤러리 바톤 / 서울(서울 용산구 독서당로 116)

운영시간 : 화-토 10:00~18:00 (일, 월, 공휴일 휴관)     

관람료 : 무료     


#3.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 지금이 더 낫다


  세 번째 추천전시는 DDP에서 열리는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지금이 더 낫다>이다. 스테판 사그마이스터는 오스트리아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이다. 그는 1999년 자신의 몸에 칼로 글씨를 새기는 작업을 선보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외에도 사그마이스터는 바나나 혹은 동전을 이용해 파격적인 작업을 하는 등 범주에 국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그의 작품은 문자 그대로의 의미뿐 아니라 본래의 용도를 변화함으로써 참신하고 기발한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범죄율, 온실가스 배출률, 죽음, 기대수명 등 글로벌 이슈와 관련된 데이터를 조사해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작품 시리즈를 제작했다. 가령 그의 조사에 따르면, 1915년 번개에 맞아 사망한 사람이 50명이었다면, 100년 후인 2015년에는 여러 기술 발전으로 인해 단 1명의 사람만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는 데이터를 통해 얻은 수치를 기반으로 인류는 점점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야기하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점은 전시 팸플릿에 그가 조사한 데이터에 관한 자료가 있어 작품을 관람하며 수치를 함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가 치솟고,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는 등으로 미래가 안 보일 것 같은 요즘.

인간의 발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수치와 함께 작품으로 관람하면서 세상의 밝은 면을 조금 엿보면 좋겠다.       


기간 : 2023. 11. 17 - 2024. 03. 03

장소 : DDP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울(서울 중구 을지로 7가 2-1)

운영시간 : 화-일 10:00~20:00(월, 설날 당일 휴관)      

관람료 : 무료          


#4.

오브젝트, 오브젝트, 오브젝션


  패션으로 읽는 미술에서 추천하는 네 번째 전시는 파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열리는 <object, object, objection>이다. 전시는 하나의 사물이나 대상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작업을 확장 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미술사에서 말하는 소위 이 오브제(objet)는 전통적인 순수미술이 새로운 미술로 옮겨가는 시점에 주요한 역할을 하였던 개념이자 매체이다.

      


  대표적으로 레디 메이드(ready-made)라 불리는 뒤샹의 <샘>.


  기성품을 그대로 전시해 놓은 이 작품은 일상을 예술로 적극 끌어들이며 미술에 대한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제도적인 미술의 의미를 조롱하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예술 작품은 물질적인 형태보다 작가의 생각 또는 선택에 의해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런 일상의 오브제는 점차 작가의 내러티브를 통해 다양한 시각으로 발전되었다. 즉 하나의 오브제가 그 오브제를 사용하는 주체인 예술가를 통해 의미를 전달하는 ‘조형언어’로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섬유나 옷, 신체 같은 일상적인 소재가 예술의 영역에 들어와 점차 확대되기 시작하였다.

      


  이 전시는 각각의 작가들이 선택한 하나의 오브제를 통해 그들의 다양한 생각을 보여준다. 가령 김시현은 보자기를 통해 소중한 기억과 포용을, 배민영은 도자기를 통해 욕망과 소비사회 그리고 일상을 재구성한다.

     


  일상적인 오브제를 끊임없이 연구하며 작업으로 확장시키는 이 작가들을 통해 오브제가 기존의 기능을 넘어 창의적인 조형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일상에서의 창의적 발견을 통한 예술의 역할과 의미를 고민해 보면 좋겠다.



  더 나아가 패션이 예술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었던 배경도 함께 이해해 보길 바란다.

                 

기간 : 2023. 11. 22 - 2023. 12. 31

장소 :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 파주(경기도 파주시 문발동 499-3)

운영시간 : 수-일 10:00~18:00(월, 화 휴관)     

관람료 : 8,000원       


#5.

호상근 표류기 2023 : 새, 카트, 기후


  마지막 추천전시는 <호상근 표류기 2023: 새, 카트, 기후>이다.      

  이번 전시제목 호상근 표류기는 그가 독일이라는 타국에 거주하며 이방인으로서 경험한 것들을 ‘표류’로 표현하며 지은 것이다. 즉 이방인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표류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는 낯선 땅에서의 자신의 삶을 작품 속 주요 소재인 새와 카트 그리고 기후에 비유했다.

      


  비둘기는 본래 자신이 살던 자연환경에서 벗어나 낯선 도심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리고 카트는 우리에게 익숙한 물건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위치해 있음으로써 낯설게 느껴진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지구의 기후변화 속에서 우리는 대응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간다. 결국 이 모든 것들이 작가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떠나 낯선 땅에서 적응하며 표류하는 자신과 닮았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이는 작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 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존재가치를 어디서든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 사람의 심리이니 말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주변 가까이에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온 것들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존재에 대한 가치를 느껴보면 좋겠다.

     

기간 : 2023. 11. 10 - 2023. 12. 23

장소 : 오에이오에이 / 서울(서울 강남구 삼성로 63길 32-11)

운영시간 : 수-토 11:00~18:00(일, 월, 화, 공휴일휴관)     

관람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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