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바람의 사원

시인 박순











                              바람의 사원





                                                      시인  박순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
구부러진 길을 갈 때 몸은 휘어졌고
발자국이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꽃과 풀과 새의 피가 흘렀다
바람이 옆구리를 휘젓고 가면
돌멩이 속 갈라지는 소리를 듣지 못했고
바람의 늑골 속에서 뒹구는 날이 많았다
바람이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고 채찍질을 하면
바람보다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었다
질주본능으로 스스로 박차를 가했던 시간들
옆구리의 통증은 잊은 지 오래
일어나지 못하고 버려졌던
검은 몸뚱이를 감싼 싸늘한 달빛
그날 이후
내 몸을 바람의 사원이라 불렀다











박순 시인의 시
"바람의 사원"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내면의 갈등과 성찰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는
자연의 힘과 인간의 존재 방식 사이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면서,
동시에
개인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시의 첫 부분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나는 몰랐다"로

시작하여,
인생의 불확실성과 방향성의 부재를

시사한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겪는 현실의 불투명성과
삶의 목적에 대한 불확실한 탐색을

반영한다.

"구부러진 길을 갈 때 몸은 휘어졌고"라는

표현은
인생 경로의 비유적 묘사로,
길이 구부러지듯
인생 역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됨을 나타낸다.
중간 부분에서
시인은
자연과의 강렬한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투쟁을 묘사한다.

 "발자국이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꽃과 풀과 새의 피가 흘렀다"는
구절은
인간의 존재가 자연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한다.
이는
인간의 삶과 행위가
주변 환경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성찰을 유도한다.

"바람의 늑골 속에서 뒹구는 날이 많았다"라는 구절은
자연의 힘에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여기서
'바람의 늑골'은
자연이 갖는 거대하고
불가항력적인 성격을 드러내며,
인간은 그 속에서
무력하게 휩쓸리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미지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가 얼마나
복잡하고 역동적인지를 보여주며,

인간이 자연의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마지막 부분에서
"내 몸을 바람의 사원이라 불렀다"라는

표현은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여기서
'바람의 사원'이라는 메타포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어떻게 영적, 정신적인 피난처를
찾을 수 있는지를 제시한다.

이는
자연이 단순한 물리적 존재를
넘어서
인간에게 근본적인 안식과
위안을 제공할 수 있는 영적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요컨대,
"바람의 사원"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층적으로 탐구하면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들—자아 탐색,

삶의 목적, 자연과의 조화—에 대해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이 시는
풍부한 상징과 메타포를 통해
독자에게 강력한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감정적 공명을 불러일으키는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과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하게 하며,

이는 결국
자아실현과 성찰로 이어진다.

박순 시인은
언어의 리듬과 구조를 통해
읽는 이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자극한다.
특히
반복되는 "바람"이라는 단어 사용은
시 전체에 걸쳐
일관된 주제와 모티프를 유지하면서,

바람이 가지는 여러 의미—변화, 힘, 자유—를 효과적으로 탐구한다.
이는 자연이 단순히
물리적 환경을 넘어서
인간 감정과 정신 상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시에서의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들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예를 들어,
 "발자국이 짓밟고 지나간 자리에는

꽃과 풀과 새의 피가 흘렀다"라는 구절은
폭력과 파괴의 결과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인간 행위의 결과에 대한 윤리적,

도덕적 반성을 유도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때로는 조화롭고
때로는 파괴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의 삶과
자연의 불가분의 관계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개인의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바람의 사원"은
박순 시인의 뛰어난 언어적 감각과

깊은 철학적 사색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복잡한 관계를 세심하게

탐구하는 시다.


이 시는

독자에게 자연과의 관계를 재고하고,
자신의 삶과 정체성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귀중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작품이다.


청람  김왕식

작가의 이전글 순백이 순백을 만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