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문학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08. 2024
■
숫돌을 갈며
시인 백영호
예전에 아버지는
꼴베는 낫을
하루도 빼먹잖고
갈고 갈아 날을 세웠었지
나는 이 단단한 숫돌에
날마다 일찍 일어나
옹이 진 양심을 갈고
때 묻은 아량을 갈고
먼지 낀 배려를 갈아 헹군다
밤새워 갈고 갈아
반짝반짝 날 선 날로
새해 첫발을 내딛는다
길 없는 길 위에서
내 정좌한 양심은
아량과 배려에
주린 생명들 찾아 나선다
모퉁이 돌아 내려온
새해 갑진년甲辰年 바람아
값진 년 양심에 길마중 하렴.
ㅡ
어느새
시인 백영호 손에 이끌려
고향 길에 오른다.
시인의
"숫돌을 갈며"는
일상적인 도구인 숫돌을 사용하여
정신적, 도덕적 자기 계발의 과정을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세 개의 주요 부분으로
나누어져
각각의 의미와 상징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첫 부분에서 시인은
아버지의 일상적인 행위,
즉, 낫을 갈던 모습을 회상한다.
이는
단순한 농기구 관리를 넘어서
세대 간 전수되는 지혜와
근면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아버지의 날마다 반복되는
낫 갈기는
꾸준함과 인내를 상징하며,
이는
시인 자신의 정신적 수양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시인이
자신의 내면을 갈고닦는 과정을
묘사한다.
숫돌에 비유된 이 과정은
'옹이 진 양심',
'때 묻은 아량',
'먼지 낀 배려'와 같은
내면의 결함을 정화하는
상징적 행위로 표현된다.
이는 도덕적, 윤리적 자기 성찰의 과정을
의미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개선하려는 시인의 의지를
나타낸다.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이러한 내면의 성찰을 통해
얻은 새로운 통찰과 결심으로
새해 첫발을 내딛는다고 한다.
이는
길이 없는 길,
즉 불확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향한
용기 있는 발걸음을 상징한다.
'반짝반짝 날 선 날로'라는 표현은
이제
완전히 날카로워진 양심과
도덕성을 의미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주린 생명들'을 찾아 나서겠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주린 생명들'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칭할 수 있으며,
시인의 배려와 아량이
그들에게 향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반복, 대조, 상징 등이 사용되어 강한
시각적, 감성적 인상을 주며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시인은
구체적인 일상의 이미지를 통해
추상적인 도덕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는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필요한 곳에 선을 보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이 시를 통해
백영호 시인은
독자들에게 자기 계발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우리 모두가
가진 내면의 결함을 성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시인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제공한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