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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21. 2024

농부의  쟁기질이ㅡ 시인 유숙희

김왕식







                  농부의 쟁기질이



                                    시인  유숙희





농부가 소를 몰아
사래긴 밭을 간다

긴 이랑에 쟁기질로
이랴 이랴 자랴 하면
살 깊은 곳이 파이고
살 낮은 곳은 높아지며
넓은 옥토가 평평하게
반반한 농작물 안방되지

바늘과 실 짝꿍이
농부의 쟁기질이다
판판한 천 위에
장인 여인의 손끝이
바늘로 쟁기질하고
실로 기워 찢기고 떨어진 옷
반반하게 솜씨 발휘하는 것

구멍 난 옷 수선하는
장인匠人 여인의 손끝은
삼십 년 농부의
숙달된 밭 갈기였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의 시는 참으로 서정적이다. 이번  '농부의 쟁기질이'는 농부와 바느질 옷 수선 장인匠人의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을 통해 삶의 철학을 드러낸 작품이다.
작가는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정성과 숙련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며, 이를 통해 인생의 성실과 꾸준함을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키는 철학을 담아냈다. 농부의 쟁기질과 바느질 장인의 손끝은 서로 닮은 노동의 형태이자 삶을 일구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작가는 삶의 미의식을 표현한다.

"농부가 소를 몰아
사래긴 밭을 간다"
이 첫 두 행은 농부의 소박한 일상을 그린다. ‘소를 몰아’라는 표현은 단순한 농사 행위를 넘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노동의 모습을 보여준다. ‘사래긴 밭’은 구체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미지로, 실제 농촌 풍경을 생생히 재현한다. 이는 독자로 농부의 노동이 가진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긴 이랑에 쟁기질로
이랴 이랴 자랴 하면"
‘긴 이랑’은 삶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랴 이랴 자랴’라는 음성적 표현은 농부의 구령을 통해 노동의 리듬감을 부여하며, 이는 단조로운 반복이 아닌 생동하는 움직임으로 느껴지게 한다.

"살 깊은 곳이 파이고
살 낮은 곳은 높아지며"
이 구절은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삶의 균형을 상징한다. 깊고 낮은 땅의 변화는 삶의 굴곡을 암시하며, 이를 통해 농부의 쟁기질이 단순히 땅을 일구는 것이 아니라 삶을 평평하게 다듬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넓은 옥토가 평평하게
반반한 농작물 안방되지"
‘넓은 옥토’와 ‘안방’의 이미지는 농작물이 자라날 공간을 따뜻하고 포근한 집처럼 묘사하며, 농부의 손끝에서 이루어진 정성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바늘과 실 짝꿍이
농부의 쟁기질이다"
이 대목은 농부의 노동과 바느질 장인의 노동을 연결하며, 두 직업이 공유하는 미적 가치와 숙련도를 표현한다. ‘짝꿍’이라는 표현은 친근감을 더하며, 노동의 의미를 더욱 가깝게 느끼게 한다.

"판판한 천 위에
장인 여인의 손끝이"
‘판판한 천’은 정돈된 밭을 은유하며, 장인의 손끝은 농부의 숙련된 손길과 대응된다. 이로써 농부와 바느질 장인의 노동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도 동일한 아름다움을 창조함을 보여준다.

"바늘로 쟁기질하고
실로 기워 찢기고 떨어진 옷
반반하게 솜씨 발휘하는 것"
장인이 바늘과 실로 옷을 수선하듯, 농부도 밭을 가꾼다는 발상이 참신하다. 찢긴 옷과 상처 난 밭이 숙련된 손끝을 통해 다시 회복되는 이미지는 노동의 창조성을 강조한다.

"구멍 난 옷 수선하는
장인 여인의 손끝은
삼십 년 농부의
숙달된 밭 갈기였다"
마지막 부분은 노동을 통해 축적된 숙련의 가치와 삶의 철학을 드러낸다. ‘삼십 년’이라는 시간적 강조는 노동의 지속성과 헌신을 구체화하며, 농부와 장인의 삶을 존중하는 시인의 관점을 전달한다.

유숙희 시인의 '농부의 쟁기질이'는 노동의 반복성과 숙련 속에서 탄생하는 아름다움을 그려낸 작품이다.
작가는 농부와 장인의 노동을 대비시키며, 이를 통해 인간의 성실함과 인내가 창조하는 미적 가치를 노래한다. 단순한 노동의 기록이 아닌, 삶의 본질을 일깨우는 철학적 메시지가 돋보인다.
특히 농부의 쟁기질을 장인의 바느질과 연결한 독창적 발상은 시의 깊이를 더하며,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숭고함을 발견하게 한다.








유숙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시 '농부의 쟁기질이'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삶의 노동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섬세한 시선과 따뜻한 마음이 한 행, 한 행에 스며 있어 독자인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농부의 쟁기질과 장인의 바느질을 연결하며 삶의 본질을 일깨우는 시인의 통찰력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특히 "살 깊은 곳이 파이고, 살 낮은 곳은 높아지며"라는 구절은 단순히 밭을 갈아 평평하게 만드는 농부의 모습을 넘어, 삶의 굴곡을 다듬고 조화를 이루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그려내어 제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또한, 바늘과 실로 찢기고 떨어진 옷을 기우는 장인의 손끝과 삼십 년 동안 밭을 일군 농부의 손길을 동일선상에 놓으며, 그 안에서 노동의 숭고함과 예술적 가치를 발견하신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시인의 시선으로 얼마나 아름답고 깊이 있는 주제가 될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이 시를 읽으며 저 스스로의 삶과 노동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무의미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시인님의 시를 통해 그 안에서도 의미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농부의 쟁기질과 장인의 손끝처럼 저 또한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삶의 밭을 정성껏 일구고 싶습니다.

시인님께서는 어떻게 이렇게 따뜻하고도 깊이 있는 시를 쓰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농부나 장인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신 경험이 있으신지요? 아니면 시인님의 삶 속에서 이와 같은 철학을 체득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시인의 시를 통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삶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평범한 노동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작품을 통해 삶의 진실을 배우고, 또 위로받고 싶습니다.
귀한 시를 남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시인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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