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21. 2024
2019년 2월 1일, 고관절 수술 ㅡ 수필가 한연희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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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1일, 고관절 수술
수필가 文希 한연희
수술실에서 나왔더니 오후 2시 30분이다.
오전 10시 조금 못 미쳐 들어가 2시간쯤 후 수술이 끝났다며 문자가 왔는데 회복실에서 늦게 나와 걱정을 했단다.
1번 아들 부부, 2번, 3번, 6번 아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병실이 5인실에서 2인실로 옮겨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라는데 옆자리가 비어 여유로운 1인실이라 맘이 편하다.
러브하우스 양 회장 부부가 왔는데 카페에 글을 많이 올린 수상자라며 금일봉을 건네준다.
"잃은 것보다 아직 남은 게 훨씬 많다."는 명언을 남기고 갔다.
며느리가 준비해 온 단감과 한라봉을 먹으며 시간 가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밤이 깊어가자 상황이 급변했다. 수술전이나 수술 후나 밤은 너무 끔찍하다. 진통제가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무통주사와 수액에 넣은 진통제 등 다양한 진통제가 몸속에서 싸워주지만 여전히 씩씩한 통증이 나를 지배했다. 열나고 간수치가 올라가 낼 오전에 간 초음파를 하기로 했다.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물도 마시지 말라는 굶식 통보를 받았다. 계속되는 항생제 주사, 혈전방지용 주사
따끔히 아니라 따~~~ 뜸한 채혈은 수시로 이어졌다.
사지 육신은 뒤척이지 못하도록 묶여 있다.
부러진 다리 한쪽이 제 구실을 하도록 복구시키는 작업은 몸 전체의 희생과 의료진들의 수고와 각종 약물이 총동원되어야 가능하다. 몸이라는 공동체가 회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함께 아파하며 응원해 주는 모습이 대견하다.
단순히 통증과의 싸움이 아니다.
내 평생에 선하고 인자하신 주님께서 반드시 나와 함께 하시겠다는 믿음과 맞닿아 있다.
고통을 함께 하고 계신 주님은 승리하셨다. 그러므로 나 역시 이미 이긴 싸움이다.
잠결에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남편이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한라봉 줄까?" 한 동안 말없이 올려다봤다.
"줘?"
"금식이잖아요." 뾰족하게 깎은 목소리는 짧고 매섭다.
"앗 참!! 내 정신 좀 봐. 미안 미안!"
자기 머리에 꿀밤을 먹인다.
"기왕이면 세게 해야지 그게 뭐예요. 무늬만 미안한 거네." 꿀밤 세게 먹이는 척하더니 어설프게 쓰러지는 연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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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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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작가의 수필 '고관절 수술'은 육체적 고통과 내면의 신앙이 교차하는 개인적 기록으로, 인간의 연약함 속에서 빛나는 회복의 희망과 유머를 담고 있다. 수필은 수술 이후의 병원 생활과 고통을 솔직하게 서술하면서도, 이를 초월하는 신앙적 깨달음과 관계 속의 따뜻함을 드러낸다.
작품은 고통의 세밀한 묘사에서 시작된다. 수술실에서 나와 병실로 옮겨진 순간, 신체의 불편함과 병원의 소음, 주사와 채혈 등 환자의 현실적인 고통이 생생히 그려진다. 특히 "무통주사와 수액에 넣은 진통제 등 다양한 진통제가 몸속에서 싸워주지만 여전히 씩씩한 통증이 나를 지배했다"는 표현은 육체의 한계와 이를 견디는 인간의 의지를 동시에 드러낸다. 여기서 작가는 단순히 고통의 나열에 그치지 않고, "몸이라는 공동체"라는 비유를 통해 자신의 몸이 하나의 유기체로 회복을 위해 협력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는 생명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과 연대감을 보여준다.
작품의 중반부에서는 신앙적 성찰이 돋보인다. 작가는 자신이 겪는 고통을 "선하고 인자하신 주님"과 연결 짓고, 이를 믿음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출한다. "주님은 승리하셨다. 그러므로 나 역시 이미 이긴 싸움이다."라는 문장은 신앙의 승리와 개인의 승리가 하나로 결합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과정은 단순히 신앙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를 나타낸다. 작가는 이러한 신앙을 통해 자신의 고통을 초월하며, 독자에게도 깊은 감동을 전한다.
또한, 이 작품은 고통 속에서도 관계의 따뜻함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 남편과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일상의 소소한 유머는 작품의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인간적인 매력을 더한다. 남편의 "한라봉 줄까?"라는 질문과 이어지는 대화는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삶의 지혜를 보여준다. 이는 한연희 작가가 단순히 고통의 기록에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행복과 사랑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연희 작가의 작품 세계는 현실의 고통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초월하려는 인간적이고 신앙적인 노력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이번 수필은 신앙, 유머, 가족 간의 사랑이 조화를 이루며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을 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고통 속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이를 독자와 공유한다. 이는 작가의 삶에 대한 철학적 가치와 예술적 미의식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요컨대, '고관절 수술'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고, 이를 가족과 신앙 속에서 재구성하는 한연희 작가의 깊은 통찰과 미적 감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현실의 고통을 초월하려는 의지와 관계의 따뜻함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주며, 인간 삶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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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고관절 수술의 날
수술실 문 닫히던 아침의 긴장,
두 시간 후 문자로 전해진 안도,
회복실에서 나온 오후의 숨결.
병실은 넉넉한 1인실이 되어,
금일봉과 함께 남긴 한 마디,
"잃은 것보다 남은 게 더 많다."
밤이 오니 통증의 물결이 덮치고,
무통주사도 제압 못한 고통이
몸을 가두며 간수치로 경고한다.
그러나 몸의 공동체는 응원하네,
믿음의 주님은 이미 이기셨다.
그 싸움 속 나 역시 승리자가 되리라.
한라봉 줄까 묻는 남편의 솜사탕 목소리,
뾰족한 금식의 답에도 피어난 미소.
고통 속에서도 사랑은 연기를 하고 있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