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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Mar 10. 2024

2024년 3월 10일 식도락 음식 일기

꽃밭 같은 냉이덮밥

봄바람이

겨울의 찬기운을

세차게 밀어내고 있다.

그 소리가 너무 우렁차서

창문이 떨고 있다.


신발을 신고, 

눈에 띄는 그릇, 칼을 챙겨 들었다.

향한 곳은 냉이가 자라고 있는 강가 텃밭.

며칠새 보랏빛이 돌던 잎이

초록으로 변했다.


봄을 맞으러 나오자마자

바로.... 칼끝에 전사한다.

에구, 미안한 마음이다.

곁에서 자라고 있던

쪽파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계란껍데기를 말렸다가 분쇄기로

보드랍게 갈아서 뿌려 주었더니

통통하게 자라주었.

흙을 털어내고

다듬어서 깨끗이 씻었다.

끓는 물에 소금 한 스푼을 넣어

살짝만 삶아 주었다.

아~~ 냉이 냄새가

나의 뇌 깊숙이 들어와서

세로토닌을 분비하고 있다.


찬물에 두어 번 씻어

물기를 너무 꽉 제거하지 말고

소금. 쪽파 송송, 마늘 3톨, 깨소금,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해 준다.


봄나물에는 소금으로 간을 하면 

색깔도 선명하고

나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김은 기름을 바르지 않고

바싹하게 구워

큰 볼에 담아

소금, 통깨, 참기름을 넣고

부수듯이 무친 후 1.5cm 정도의

길이로 자른 쪽파를 넣어 한 번 더 조물조물.

양념장은

진간장.  대파 흰 부분(달래), 통깨,

 참기름을 넣고 만든다.


계란프라이는 노른자를 완전히 익히지 않아야

비볐을 때 밥이 코팅되면서

촉촉한 덮밥이 된다.

(한눈파는 사이에 완전히 익어 버렸음)

냉이 무침, 김 무침, 양념장을 넣고

사진에는 없지만(찍는 걸 놓침)

냉이 된장국 국물을

두어 스푼 넣어 비볐다.


아직도 자고 있는 딸내미를 

깨웠지만

좀 더 자겠다고 한다. 


기다리지 않고

바로 혼밥이다.






볕 좋은 잔디밭에서

돗자리 펴고 앉아

냉이 덮밥 한 스푼 크게 떠서

입에 넣고

하늘 한 번 쳐다보며

먹고 또 먹다 보면 세상만사 다 잊을 맛이다.


현장에서 바로바로 채취해서

먹는 이 맛은

시골에서 사는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한다.


나른한 봄날에 꼭 추천하고 싶은

냉이 덮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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