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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Mar 28. 2024

2024년 3월 24일 식도락 음식 일기

얼음 땡!! 봄꽃놀이

봄을 맞이하고

처음으로 나선 등산길이다.

집 뒷산이지만 마음을 따로 잡지 않으면

나서기가  힘들다

.

돌아보면  딱히 한 것도 없는데 하루종일 종종거리다 보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리고

나의 건강에 대한 투자는 밀리고 밀려서

또 숙제로 남게 된다.


말로는 이 나이에 건강이 최고라고 하면서도

운동 하루 하지 않는다고 해서 눈에 띄게

나빠지는 부분이 아직은 없다 보니

소원해지는 것 같다.


등산길에 마주한 참꽃!!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예쁘다.

특히 지금 계절에는 화려한 색감의 꽃이 없다 보니

단연 돋보인다.

그래서 참꽃인가?


봄놀이 중에 

최고의 가성비 놀이로 꼽히는

얼음 땡 봄꽃놀이를 해 보려고 한다.


이맘때 얼려 놓으면

치장이 필요한 음식에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고

왠지 삶의 여유를 누리는 느낌이 있어 행복해진다.


따 온 꽃은

정리를 한 후에

수압이 낮은 

흐르는 물에 살짝 갖다 대어

샤워시키듯 씻어 준다.

얼음기에 물을 반쯤 채우고

정리한 꽃잎을 예쁘게 담고

그 위에 물을 채워서 냉동실에 둔다.

얼린 후의 모습이다.

자수정의 모습을 띠고 있다.

또 다른 봄꽃인

개나리도 같은 방법으로 얼려 준다.

개나리꽃 얼음 땡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왕자가 떠 오른다. 

한여름

시원한 음료를 즐길 때

각 얼음 대용으로 사용하면

괜히 안주인의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바지런한 모습으로 비쳐기도 하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가족들의 쳐진 텐션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갖다 써야 하는데

푸른 물김치 위에 띄워 놓은 얼음 땡 봄꽃은

한 번은 미소 짓게 하는 아이템으로 충분하다.


보기에도 좋고 피부에도 좋은 개나리꽃 얼음 땡을 만들어

음료수 위에 띄우고 얼음이 녹으면서 

꽃잎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올여름

조금의 더위는 가시지 않을까 싶다.

얼려진 꽃 얼음은 보관 용기에 따로 담아

냉동실에 두고 사용하면 된다.

요즘 꺼내서 먹는

황금배추 백김치에

몇 개 올려놓으면 

왠지 풍류가 느껴진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야만 맛을 느끼는 게 아니라

눈으로도 충분히  맛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참꽃(진달래)에 대하여

초등학교 시절

봄이 되면 

엄마는 옆집 할머니와 함께 산으로 참꽃을 따러 가셨다.

옆집 할머니는 손녀를 키우고 계셨는데

나와는 동급생에 절친이었다. 

자연스레 엄마, 나, 할머니, 친구가 함께 

참꽃을 따러 

마을에서 제법 먼, 참꽃이 많은 산으로 갔다. 

엄마와 할머니가 꽃을 따고 계시면 

친구와 나는 참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꽃을 따기도 하고, 따서 먹기도 하였다. 

꽃을 따서 먹다 보면 입가에 보랏빛 물감이 드는데

서로가 마주 보며 깔깔거렸다. 


점심때가 되면 준비해 간 도시락을 

너른 바위 위에 펼쳐놓고 먹었다. 

친구와 나는 따고 난 참꽃의 대를 잘라서

젓가락 대용으로 사용했는데 

젓가락 끝에는 꽃잎을 한 두 개쯤 남겨 두는

미적 감각을 발휘했고, 서로 예쁘게 만들려고 경쟁했다.

 

무슨 반찬으로 점심을 먹었는지 기억은 없지만 

지금도 눈을 감으면 

연분홍 꽃과 어울리는 검은색의 바위, 그리고 바람 냄새,

엄마의 바지런한 손놀림, 그리고 엄마의 머리에 쓴 수건이 떠오른다. 


따 온 참꽃은 깨끗이 정리해서

항아리에 참꽃 한 켜, 노란 설탕 한 켜 올리고

다시 참꽃 한 켜, 노란 설탕을 올려서

두견주를 담갔다. 

어른이 되어 생각해 보니 술이 아니라 청에 가깝다.


이렇게 숙성된 두견주는

여름방학이 되면

아침마다 동네 한 곳에 모여 청소하고 체조하고

돌아오는 우리들에게 어머니는

소주잔에 한 잔씩 먹이셨다. 


발그레한 빛깔과 쌉쓰레한 맛, 달콤함, 

꽃향기가 나는 꽤 괜찮았던 맛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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