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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저 Jul 17. 2023

나는 왜 역사를 사랑하는가

어렸을 적 나의 꿈은 역사학자였다. 아주 어렸을 적 즐겨보던 만화도 ‘XX에서 살아남기’였는데, 이때 XX는 장소가 아닌 시간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남극에서 살아남기, 정글에서 살아남기를 읽으며 생존지식을 습득할 때, 나는 조선에서 살아남기, 이집트 문명에서 살아남기를 읽으며 과거여행을 하곤 했다. 이때부터였을까, 나는 전 세계를 탐험하며 역사 속에 한때 살아 숨 쉬었던 그들을 다시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지금도 역사를 사랑한다. 다른 또래들은 너튜브를 통해 쇼츠, 릴스를 볼 때 나는 교양시사 프로그램을 본다. 특히 세계사, 한국사와 같은 역사교양 프로그램은 단 한 회도 빼놓지 않는다. 설민석의, 썬킴의 채널을 구독하며 출근시간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또래는 본 적이 없다. 나는 어쩌다 역사를 좋아하게 됐을까. 원래 좋아하면서 그 이유를 알면 존경이고, 좋아하면서 그 이유를 모르면 사랑이라고 했다. 나는 어쩌다 역사를 사랑하게 되었을까?


나는 어렸을 때도, 그리고 지금도 책을 즐겨 읽는다. 글을 읽거나, 글을 쓰고 있다. 어렸을 적에는 밥을 먹을 때에도 늘 책을 달고 살았는데,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던 모든 책에는 기름자국이, 반찬 흘린 자국들이 넘쳐났다. 빠져드는 책 장르는 그때마다 달랐다. 어렸을 적에는 만화책을, 학생 때는 자기 계발서를, 대학생이 된 후에는 고전소설과 과학 분야의 교양책들을 읽었다. 그러나 그 모든 세월을 관통한 것은 바로 문학, 소설책이었다. 나는 언제나 소설책을 끼고 살았고, 동시에 여러 권을 읽은 경우도 더러 있었다. 나의 책장은 늘 자리가 부족했고, 그럼에도 새로운 책들을 계속 사들였다.


독서와 역사의 공통분모가 있을까, 역사도 결국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아닌가. 역사 속 인물들과 사건들은 결국 내가 좋아하는 소설 속 이야깃거리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오히려 마법과 판타지 보다 더 현실적이고 더 충격적이지 않은가. 늘 새로운 이야기를 갈구하고 찾는 나에게 역사는 그야말로 보물창고가 아닐까. 역사를 그 자체로 즐기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대해 꿈꾸고 궁금해하는 것은 결국 당연한 것이 아닐까. 결국 내가 역사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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