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나나스플릿 Sep 20. 2023

INTJ로 살아가는 것

나는 INTJ다.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정식 검사를 여러 차례 해봐도 크게 변함이 없다. 과학자형, 따뜻한 로봇형 등 재미있는 닉네임이 많다. 자격증을 딴 것은 꽤 오래 전임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에 대한 분석을 심도 있게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융의 심리학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성격을 분석하는 하나의 툴일 뿐이라는 생각이 컸다. 맞는 부분도 있겠지만 16개로 사람의 성향을 다 구분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니까.


가끔 INTJ 성향에 대한 유튜브를 보기도 한다. 빵 터졌던 것은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려 한다는 것. 오죽했으면 나는 이 책을 샀는가. 최근에 이 책을 구매한 나는 정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버 무섭다..


그렇다. 나는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형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혼자 있는 것이 더 편했다. 간섭받는 것, 관심받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도 사실 마찬가지다. 동료들과도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있어서는 어울리지만, 그게 아니라면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이상한 심리가 있다.


이것은 연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온전히 관심을 쏟을 대상이 아니라면 연애를 시작하기 쉽지 않았다. 굳이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그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내 시간도 중요하다. 사랑은 감정의 교류와 어우러짐, 그 안에서의 변화를 겪으면서 완성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런 것에 익숙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에도 한번 시작한 연애에는 진심을 다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할 정도로 정성을 다한다. 그리고 나중에 상처받기도 한다. 나는 그렇게 사랑을 되돌려 받지 못했으니까.


나는 엑스와의 헤어짐을 제외하고는 크게 울어본 적이 없다. 슬프지 않은 것은 아닌데 눈물을 쏟을 만큼 감정이 동요하지는 않는다. 나도 잘 모르겠다 왜 그런지. 감정보다는 논리적 사리판단이 진짜 많이 앞서는 것 같다. 이제야 왜 사람들이 인티제를 로봇이라고 말하는지 알 것도 같다. 이제야 조금씩 이해를... ㅋㅋㅋ


내 남동생은 다르다. 겉으로는 퉁퉁거려도 엄청나게 살갑다. 이게 내 동생이었어할 정도로 살가웠다. 누가 가르쳐준 것이 아닌데 그렇게 우리는 성격을 형성하며 자라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 성격이 맘에 들지 않거나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런 거지. 뭐 어쩌겠나. 하지만 다양한 성격을 공부하고 계속 스터디하면서 상대를 이해하는 성숙된 인간으로 거듭나는 것 같아 좋다.


인생은 나 이외의 것을 그 자체로 이해하면서 스스로 반추하며 늙어가는 것 같다. 이제야 철이 드는 것일까. 더 나이가 들면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겠지. 궁금하다 그때가 되면 무엇을 또 알게 될지.

작가의 이전글 달리면 달려진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