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Oxley Rd , Singapore
2016년 한여름에 이 집을 보러 싱가포르에 갔었다. 리콴유(1923-2015)가 죽을 때까지 75년 동안 살았던 집이다. 서거한 지 일 년 여 밖에 되지 않았던 시점이라, 경찰이나 사복형사들이 깔려있지 않은지 마음을 졸이면서 찾아갔는데, 다행히 감시나 검문은 없었다. 평화로워 보이는 대문 건너편 길바닥에 실컷 혼자 앉아있다 왔다.
등소평이 중국의 큰 궤도를 바꾸기 위해 사사했던, 동양의 큰 인물 리콴유. 주은래와 키신저의 친구였던 그는 막후에서 미중 수교를 지원했고, 등소평에게 개혁 개방 노선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그는 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로 등소평, 박정희, 요시다 총리를 꼽았지만, 그 역시 동양의 초기 발전 모델을 통 크게 구현해 낸 국제 정치의 큰 어른이었다. 보편적 인권과 민주주의를 놓고 김대중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던, 호불호 갈리는 인물이기도 했다.
죽고 나면 허물어버리라 했던 그 집. 허물자/말자를 놓고 아들 둘이서 싸우고 있는 모양이다. 아버지의 유언에 좇아 집 허문 자리 인근까지 합쳐 높은 빌딩을 세워 개발하기보다는, 기념관 조성이 나을 듯싶은데, 현실 정치에 몸 담은 두 아들들의 셈법은 따로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