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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Jan 11. 2024

장기기증

2020. 07. 07.

 오랜 고민 끝에 너무나 즉흥적으로,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뇌사자 장기기증등록을 했다.

혹시라도 내가 나의 정해진 운명이 짧게 다하여 갑자기 세상을 떠나게 되면 누군가 꼭 필요한 사람에게 내 남은 것들을 줄 수 있게.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고 이미 정신은 떠나고 육신만 살아남아 썩어 문드러질 육신이라 그러면 뭐 하나 싶어 내린 결정이다. 카드를 받고 운동하다 민찬이에게 엄마가 갑자기 뇌사상태에 빠지게 되면 너무 슬퍼말고 기꺼이 기증하거라 하고 말하는데 괜스레 울컥 눈물이 핑 돌더라. 민찬아비에게도 미련 없이 나를 나누어 주라고 말했다.


 내가 건강히 생을 마감하고 늙는다면 오늘의 이 부탁이 아무 쓸모가 없어지겠지만. 그럼 새로운 생명을 못 살리고 갈지언정 살아가는 그날까지 누군가를 위해 더 건강하고 더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결정했다. 어떤 결정을 하든 내 인생은 끝까지 내가 선택하는 삶이다.


 누군가를 위해 살아가는 삶이면 이 세상 마지막을 마무리하기에 너무 좋은 날 아닐까 싶다.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남편에게 한쪽 신장을 이식해 주고 나서 맘 편히 보통의 삶을 산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살아가는데 문제가 없고 아픈 곳 없고 아직은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어서 가족 간 이식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적극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나라고 마냥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혹시라도 나 역시 아픈 곳이 이로 인해 생긴다면 어쩌면 이식한 것에 대한 후회와 원망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미리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런 순간이 와도 후회하거나 미련을 가지지 않겠노라고. 


 이제 아이들을 다 키웠고 내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나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그래서 내가 조금이라도 빨리 세상을 떠나게 된다 하더라도 미련 없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삶을 나눠주고 떠나려고 한다.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일일  수도 있지만 엄마를 이해하는 아이들이니 먼 훗날에도 동의하지 않을까? 


건강하게 살아야겠다. 나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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