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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Jan 11. 2024

탈출

 2021. 04. 07

 주말인데 종일 비가 온다. 스트레스에 답답함이 쌓여 아이들과 남편을 두고 혼자 친정에 왔다. 홀가분하게 혼자 있고 싶어서. 


 3월이 되고, 정신없이 바쁜 새 학기가 지나고 재미와 즐거움보다 여유와 행복보다 시간에 쫓겨가는 나날이었다. 아이들도 점점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무엇보다 예의 없이 버릇없이


 첫째는 아니야, 못해, 싫어 병에 걸려서 매일을 자기 맘대로 하려고만 하고.

 둘째는 착하고 성실함이 무기였는데 아무것도 안 하려고만 하고 시작하기도 전에 짜증 부리고.

 막내는 지 성질에 안 맞으면 화만 내고.


 투닥거리는 아이들에 비하면 심한 것도 아닐 수도 있지만. 항상 이끄는 대로 하던 아이들이 그러지 않아 내가 실망한 걸 수도 있지만. 내 뜻에 따라오지 않아 내가 그게 화가 나는 걸지도 모르지만. 아침에도 게으름 피우고 시간 끌고 그걸 수없이 되풀이하다 보니 나도 스트레스가 쌓인 듯.


 코로나로 인해 느슨해진 일상이 다시 등교를 하려다 보니 아이들 테옆도 늘어지고 그걸 다시 당기려니 힘이 들고. 내 아이들에게 한없이 너그러웠던 내가 현실에 쫓겨 이렇게 추하게 변해가는 게 나 스스로도 용납하기가 싫어서. 도피했다. 아이들 답장에도 답하기 싫고 오늘은 집에도 들어가기 싫어 친정에 눌러앉았다. 불안하고 걱정되는 게 정상인 거 같은데 후련하다. 나도 지쳤나 보다.


 그동안 쉼표 없이 쫓아온 이 시간들이 나도 힘들고 지쳐서.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남편의 뒷바라지, 아이들에 대한 걱정, 보살핌. 모든 게 나도 힘들고 지쳐서 벗어나고 싶었나 보다. 걱정도 죄책감도 들지 않는 나를 발견하면서 다 던져버릴까 싶은 생각도 든다.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 맞다고 생각했던걸 다 내려놓으면 내 맘이 좀 편할까? 내 인생을 찾을까?





 내가 다시 엄마가 된다면


 잘하려고 하면 힘들단다. 엄마가 되어서 모든 것을 다 잘하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친단다. 아이들이 고집을 부리고 평소와 다르다면 이제 클 때가 되어 자기 꼬라지를 부리는구나 이해하고, 남편이 귀찮게 느껴진다면 나가서 좀 놀다가 오라고 내보내고. 밥하고 아이들 돌보는 일에서 손을 좀 떼고 너 자신을 위로하고 돌아볼 시간을 가지려무나. 


 아이들 다 내버려 두고 친정에 가서 쉬고 오기 잘했다. 진작 좀 가지. 화산처럼 터뜨려놓고 집을 떠나면 나중에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더냐. 다음부턴 폭발하기 직전에 살짝 손을 놓아버리고 나가라. 힘들고 지치면 쉬어가도 되고, 아이들은 이제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지고 꾸려갈 나이가 되었단다.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엇나가지만 않게 키우면 되지. 


 엄마도 사람이다. 네 인생이 있으니 너도 좀 돌보며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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