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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윤희 Jun 10. 2024

교포 교사가 버려야 할 것

일곱. 배우자(부부교사 한정)

  한 뮤지컬 배우가 심사석에 앉아 다음 노래를 부를 지원자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한참을 울던 배우는 무대에 오른 가수에게 존중의 의미를 담아 엑스를 먼저 누르고 심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무대에 오른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의 남편, 뮤지컬 앙상블 가수였습니다. 심사위원자리에 앉은 아내는 무대 위에 서 있는 남편을 보고 한참을 눈물을 흘렸습니다. 남편도 눈물을 훔치며 준비한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왔습니다. 


 부부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장점이 많을까요? 단점이 많을까요? 저는 남편과 부부교사 생활을 하면서 좋은 점이 더 많았습니다. 좋은 자료는 공유해서 쓸 수 있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서로가 잘 아는 일이기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좋은 수업 아이디어도 나눌 수 있고 학급의 문제를 공유하며 해결책을 같이 찾아나가기도 하니까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부교사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큰 힘이 됩니다. 물론 비밀이 없다는 점에서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크게 세상을 나쁘게 살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게 힘이 되는 직업군입니다. 이런 부부교사도 서로가 갈 길이 달라지면 조금은 상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제가 아이 셋을 낳고 5년을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남편은 정말 바빴습니다. 그때가 승진을 위해 실적을 쌓아야 하는 젊고도 투지 넘치는 시절이었거든요. 연구대회에 나가기 위해 모임을 하거나 보고서를 쓰거나 가끔은 단체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운동도 하러 가야 했습니다. 주말에도 평가나 대회가 있으면 집에 없는 날도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오롯이 혼자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예쁜 내 아기가 방긋 웃어주는 그 기쁨 때문이었습니다. 승진이라는 벽지 학교 전입이라는 큰 관문을 넘기 위해 남편은 몇 년을 노력해 점수를 쌓느라 바빴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힘들고 버겁기는 했지만 둘 중 하나는 승진하는 게 아이들 미래에도 도움이 되겠다 싶어 저는 육아의 길에 들어선 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가끔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각자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저는 학급을 이끄는 담임교사의 눈으로 문제를 바라본다면 남편은 문제를 해결하는 업무담당자의 눈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조금은 다를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가 되면 아, 이 사람은 나랑 가는 길이 다르구나 느낄 때가 있지요. 그럴 땐 더 이상 동료교사로서 배우자가 아닌 가족으로써 배우자로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모르게 무대 위에 있던 앙상블 가수처럼 스스로 좀 작아지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함께 사는 사람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는 것은 참으로 못난 일이기도 하지만 가족 간의 관계를 헤치는 것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때마다 제 마음을 조금은 단단하게 여며야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지요. 


내가 있는 자리에서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교포교사가 되었을 때도 잊지 말아야 할 말입니다. 승진에 미련을 버린 것이 내 일을 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가는 길이 다르 다른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선생님으로 남아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내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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