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마음일기
매 비행마다 바뀌는 새로운 직장 동료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트레이닝 졸업 후 40여 년을 비행하고 계신 인스트럭터 한 분께서 우리에게 마지막이라며 하신 말씀이 있다.
"Congratulation to all of you. Flying is not easy. Definitely not easy. Just remember this one. Be humble. Always be humble. If you have good attitude, nothing to go wrong with you. This mindset is the reason how I could work in here almost 40 years."
(모두 축하한다. 비행은 쉽지 않다. 진짜로 쉽지 않아. 그냥 이거 하나만 기억했으면 한다. 겸손해라. 항상 겸손해라. 네가 좋은 태도를 갖고 있다면, 그 무엇도 잘못될 것이 없단다. 이것이 내가 40여 년을 이곳에서 비행을 할 수 있게 만든 이유란다.)
평소에는 어이없는 아재개그로 트레이닝에 졸아있는 우리의 긴장을 잠시나마 녹여주시고, 특유의 포근함으로 우리를 감싸주신 인스트럭터였다. 그런 그는 인스트럭터이기 전, 나와 동기들에게 있어 비행 인생의 대선배였다. 시간이 흘러 그의 조언은 점점 더 내 가슴에 더욱 크게 와닿는 중이다. 또한 그의 조언을 매 비행마다 항상 되새김질하면서 지켜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로
타인의 지적과 관심에 대해 항상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감사하게 바라보는 겸손한 태도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정말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참 다양하구나를 느낀다. 어떤 사람은 나의 A에 대해 고쳤으면 좋겠다며 지적한다. 다른 어떤 사람은 오히려 나의 A에 대해선 괜찮다며 관대하게 바라본다. 오히려 나의 B에 대해서 지적한다. 또 다른 이는 나의 A, B 모두 괜찮다며 상관없다고, 나의 모든 것들을 좋게 바라봐준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은? 그냥 내 A, B, C, D가 지적투성이다. 그냥 내가 맘에 안 드는 것이다.
간혹 이유 없는 scording (지적, 꾸짖음)을 Feedback (조언)으로 포장해서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선배들과 선임들을 많이 겪어왔다. 사실 그럴 때 참 어이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러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려 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최대한 내 맘 속 깊숙이 한편에 묻어두려고 한다. 그리고 최대한 조언을 되새김질하며 그들에게 말한다.
"Thank you for your feedback. I really appreciate. Thank you. I will be mindful about that."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꼭 염두하겠습니다.)
겸손한 태도. 비록 내 맘에 안 들지만 그들 나름대로 나를 위해 시간을 내고 고민하고 용기를 내서 말한 것이니 고맙다고 말한다. 그들의 조언에 굳이 반박하면서 얼굴을 붉히는 일을 성격상 만들고 싶지도 않다. 싸우고 싶지도 않다. 최대한 좋게 바라보려고 한다. 성격이 나쁘고 나에게 못되게 구는 선배들도 최대한 좋게 바라보려 한다. 그래, 저 사람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고, 연인일 테니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일에서만 예민할 거라 생각하자. 내가 모르는 장점이 저 사람에도 있을 거니깐. 그리고 일에 있어서는 선배니까 존경하고 배울 건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감사하게도 나의 이런 겸손하고 예의 바른 태도를 좋게 지금까지 좋게 봐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내가 한 실수에 대해 감싸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고, 저는 정말 좋은 사람이구나라며 맘에 든다며 다음 비행에서도 또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크루들 뿐만 아니라 승객들도 그랬다. 열심히 살아오면서 되돌아보니 결국 그가 나와 동기들에게 건넨 조언은 40여 년을 비행한 선배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인생을 먼저 살아온 인생 선배로서의 조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언제나 매 순간을 감사함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겸손한 태도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그 마음가짐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올 비행이든 역경이든 행복이든 겪어나갈 나를 응원하며 그의 조언을 잊지 말자고 다시 한번 더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