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진짜 빌런은 킹스맨이었다

​[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김영사 ]


[ 팩트풀니스, 한스 로슬링, 김영사 ]


'킹스맨'이 사실 필요 없었다고?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이 한 문장을 힘주어 읽을 때마다 철컥철컥하는 걸쇠 소리가 들린다면, 당신도 나와 같이 영화 [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를 재미나게 봤다는 증거일 것이다. 

 [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는 지구에 사람이 너무 많아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며 인류의 대량 학살을 꾀하는 악당 '발렌타인'을, 정부 비밀 조직 '킹스맨'이 물리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과연 발렌타인은 그런 일을 꾀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스 로슬링'의 [ 팩트풀니스 ]는 '아니!'라고 말한다. 발렌타인은 바퀴벌레 같은 인류가 끝없이 늘어나면 결국 지구는 포화 상태에 빠져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발렌타인이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는 결코 무한대로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는 한스 로슬링이 제시한 '세상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저해하는 인간의 10가지 본능' 중 '직선 본능'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저자는 의사이자 보건학자, 통계학자이기도 한데, 그의 말에 따르면 인류는 2100년에 110억을 정점으로 오히려 감소 추세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즉 발렌타인은 괜히 헛수고를 하다 우리의 멋진 '에그시'(킹스맨의 주인공)에게 처단당한 것이다. 그가 [ 팩트풀니스 ]를 읽었다면 그런 비극을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 팩트풀니스 ]는 부제로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를 적어놓았다. '팩트풀니스'란 단어는 저자가 만들어낸 것으로 '사실 충실성'으로 번역되는데, 이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편견을 걷고 사실만을 바라보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우리는 세상을 너무나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마치 내일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여기곤 하지만 세상은 우리 생각보다 썩 나쁘지 않은 곳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한 수많은 증거와 수치들을 책에서 제시한다. 멸종 위기 동물의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여성의 교육 기간은 남성과 1년도 차이 나지 않는다. 빈곤 국가는 전 세계의 9%밖에 되지 않으며, 80%의 아이들이 예방 접종을 받고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으며 살고 있다. 즉 유니세프, 세이브 더 칠드런에서 보여주는 당장 숨이 넘어갈 것만 같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모습은 정말 극단적인, 소수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한스 로슬링은 그렇다고 그들을 무시하고 도와주지 말아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집중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역시 한 명의 인도주의 의사 (실제로 그는 오지에서 의료 봉사를 수십 년간 했다)라는 것을 잊지 말자. 이처럼 [ 팩트풀니스 ]는 편견과 선입견에 갇히지 않은 상태에서 다 같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자고 외치고 있었다.

 이 책은 부록까지 거의 500페이지에 '통계'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고 소개되니, 나처럼 지레 겁먹고 책에 손을 뻗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전혀 하실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제일 먼저 한스 로슬링의 '유머 감각'이 책 전체에 어우러져 절대 숫자의 딱딱함을 느낄 수 없다. 


 또한 말한 대로 통계, 즉 '그래프'와 '사진 및 그림'들이 엄청난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정작 줄글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렇다면 빌 게이츠가 미국의 대학생들에게 자신의 사비로 직접 선물했다는 책, [ 팩트풀니스 ]를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분도 함께 읽어보시는 게 어떨까. 

 당신의 가슴속 벽이 허물어지는 느낌을 이 책이 안겨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작가의 이전글 지금 당신의 인생을 바꿔 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