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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멘탈 Jul 13. 2023

프롤로그

글을 써보라고요? 잠잠했던 내 마음에 돌이 던져졌다

나는 나서기 좋아하던 목소리가 매우 큰 톰보이였다. 하지만 사실 속은 소심하고 낭만이 가득한 문학소녀였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과목은 ‘국어’였다. 책은 언제나 좋았고, 공상에 빠지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싫지 않았다. 내 속에는 매일 글로 풀어내고 싶은 생각과 이야기가 가득했다. 어느 날 갑자기 한국에서 대학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래서 겁도 없이 유학을 선택했다. 그 길이 더 쉬울 거라 생각하며. 하지만 대단한 착각이었다. 내가 선택한 유학이란 길은 예상보다 훨씬 험했고 그 덕에 난 인생을 어렵게 배웠다. 나는 담담하고 씩씩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려 최선을 다했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마주한 것은 그야말로 전쟁이었고 나는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아등바등 살다 보니 마음에 멍이 들고 상처가 나도 나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돌아보면 대체 어떻게 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힘든 유학생활이었다.  


나의 새언니는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사람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글쓰기 수업을 다니더니 요즘에는 글을 정기적으로 쓰고 있다. 어느 날 새언니가 대뜸 나에게 글쓰기에 도전해 보라고 한다. 사실은 나도 이미 도전해 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의 마음은 상할 대로 상해서 나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내가 왜 그리 아픈지 말로는 잘 설명할 수가 없었기에 글을 써서 내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아픈 걸 글로 쓰는 건 쉽지 않았다. 역시 나는 글 쓸 인물은 못될 건 가 싶었고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한 게 내심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어 그냥 없었던 일 마냥 덮어 버렸다. 글쓰기는 내 머릿속에 한동안 맴돌았지만 또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아닌 척 덮어두고 있었다. 마지막 글쓰기 도전실패 후 나는 내 팔자에 없을 줄 알았던 석사 공부를 시작했고, 좋은 직장으로 이직했고, 영화에나 있는 줄 알았던 팬데믹을 겪어내며, 내 두 번째 장막을 찾는 등의 중요한 일들을 해냈다. 그러니 바쁘게 사느라 글 쓸 정신이 없었다는 핑계도 완전 엉터리는 아니다.


갑작스레 도전의 불을 지피는 새언니의 말에 고민스러웠다. 잠잠했던 내 마음에 돌이 하나 날아들어 일렁이기 시작했다. 걱정인형답게 걱정이 먼저 앞선다. 누가 내 글을 보겠는가. 나의 이야기는 마냥 밝지도, 유쾌하지도, 행복하지도, 희망차지도 않다. 혹여나 내 글을 엄마, 아빠가 읽게 되면 속상해할지도 모른다. 실패에 대한 부담감도 무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혹의 나이가 되기 전에 그래, 나도 다시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내 마음속 구석에 자리 잡은 흉터와 멍들을 덮어두고 마냥 모른 척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나에게도 글쓰기라는 의식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치유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기지 않았을까? 열다섯에 호기롭게 유학길에 올랐던 내 안에 잠재한 그 무모한 용기를 끌어내 일단은 또 한 번 겁 없이 덤벼보려 한다.


그 누군가에게는 유학이란 길은 엄청난 기회의 통로가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겪어보지 못한 상실감과 패배감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내 이야기는 유학길을 부추기거나 반대하는 글이 아니다. 내 이야기는 그저 22년 동안 내가 겪은 경험들을 글로 옮겨 담은 일종의 생존일지이자 성장일기다. 나의 작은 자서전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니 부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유학에 대한 결심이 흔들리거나 바뀌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다만 내가 글을 쓰면서 찾고자 하는 마음의 치유와 위로의 힘이 전달된다면 참 좋겠다.


마지막으로 내 도전정신에 불을 지피고 나의 영감에 숨을 불어넣는 열정적인 나의 새언니에게,

친절하지 않았던 호주에서 나에게 견디고 버틸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준 지니와 버나드에게,


그리고 나의 소중한 엄마,

잘 버티고 살아 준 고마운 나의 아빠,

나의 절대적인 정신적 지주 아버지,

나의 베프이자 든든한 동반자 리더송에게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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