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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수정 Oct 22. 2023

나의 첫 유럽 여행기 (Feat. 독일 교환학생)

제19편 - 이탈리아 로마 여행(1)

바티칸에서 다시 로마로 도착하자마자 콜로세움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지하철 출구를 잘못 찾았는지 역을 나오니 바로 도로가였다.


처음에 이쪽으로 나가서 걸어보려고 했는데, 걷다 보니 길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아서 다시 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떻게 가면 좋을지 알아보고 와중에, 갑자기 한 외국인 무리 분들이 '너희 길 잃었니?'라고 질문을 하시며 우리 쪽으로 다가오셨다.

길을 잃었다고 대답을 하자마자 본인들도 길을 잃었다며 같이 길을 찾아보자고 하셨다.

사실 같이 길을 찾자고 하셨지만, 우리는 그들이 이끄는 길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했다.


본인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인데, 원래 차를 타고 이쪽으로 자주 놀러 온다고 하셨다.

그런데 이날은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하필 출구를 잘못 찾는 바람에 우리처럼 길을 잃었다고 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같은 공통점을 안고 길을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한국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라, 우리를 보고 한국인인 걸 바로 알아차려서 말을 거셨다고 한다.

아직 한국에 가보진 않았지만, 언젠간 한국에 가보고 싶다고 하시며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하셨다.

(이런 상황이 올 때면 한국의 위상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할 수 있어서 한편으론 무척 뿌듯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을까, 길을 걷는 도중에 너무 예쁜 공원을 발견해서 우리는 여기를 잠시 들리기로 했다.

이분들은 다른 곳을 가야 한다고 하셔서 감사인사를 전한 뒤, 여행을 잘 즐기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이후 나와 언니는 본격적으로 공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곳은 '보르게세'라는 공원이었는데, 호수에서 오리배를 탈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관광지였다.

또한 호수에 위치한 에스쿨라피오 신전 앞에서 많이들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공원에 도착해서 조금 둘러보던 중, 언니는 아침부터 오래 걸었던 탓에 잠시 쉬겠다고 했다.

나는 공원을 조금 더 둘러보기로 하고, 혼자 사진을 찍으며 구경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내 앞을 지나가시는 분께서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기왕 온 거 사진이라도 남기면 좋을 것 같아서 휴대폰을 전해 드렸더니 아주 예쁜 사진을 남겨주셔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간단한 스몰톡도 하게 되었는데, 이분이 로마 사람이라서 이곳 역사에 대해 엄청 많이 알고 계셨다.

그래서 보르게세라는 공원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많은 설명을 해주셨다.

덕분에 그 정보를 알고 공원을 구경하니 공원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짧은 듯, 길었던 스몰톡을 끝내고 한 바퀴 돌며 여유롭게 구경을 했다.

그렇게 나는 언니와 다시 만나서 어디 갈지 얘기를 했다.

이미 우리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린 이상 기존에 세웠던 계획 대신, 보르게세 공원과 가까웠던 '로마 스페인 광장'으로 가기로 했다.


열심히 스페인 광장을 가기 위해 구글 지도를 따라 걷고 있는데, 정말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로마의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였는데, 때마침 지기 시작한 노을 덕분에 더 예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사람도 많이 없었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풍경을 즐기다 보니, 문득 한 깨달음을 얻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곳도 로마에서 꼭 가야 하는 장소 중 하나였다.)


만약 오늘 아침에 길을 잃지 않았다면, 보르게세 공원을 오지 않았다면, 구글지도를 따라 걷지 않았다면, 이런 예쁜 풍경을 마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도 이렇게 행복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또한 이날처럼 예상할 수 없는 기쁨을 마주했을 때 얻는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한참 로마 전경을 구경한 뒤, 얼마 안 있다가 도착한 '스페인 광장'

로마의 휴일에서 봤던 곳을 이렇게 두 눈으로 보게 되니 정말 믿기지가 않았다.

그러나 확실히 유명 관광지인 만큼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기도 했다.

그래도 금방이라도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들고 등장할 것만 같은 광장을 열심히 둘러보며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오래 걸어서 그런가 갑자기 목이 말라서(?) 젤라또를 먹고 싶어졌다.

스페인 광장 바로 앞에 있는 젤라또 가게에 들어갔는데, 가격도 안 보고 주문을 했더니 10유로 넘게 줬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맛은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먹었다.)


그리고 마음 같아선 스페인 광장 계단에 앉아서 젤라또를 먹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젤라또를 먹는 것이 금지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근처 의자에 앉아서 먹었다.


그런데 여기서도 또 흥미로운 일이 있었다.

열심히 젤라또를 먹고 있는데, 한 어머니께서 '너의 한국인이니?'라는 말을 하시며 우리에게 말을 거셨다.


그래서 맞다고 대답하니, 딸이 K-POP을 너무 좋아해서 딸과 인사를 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다.

뒤를 돌아보니 아주 부끄러운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소녀가 있었고, 우리는 바로 그 친구와 대화를 나눴다.

주로 K-POP관련 얘기를 하다가, 나중에는 인스타그램까지 공유하고 헤어졌다.

(이날 두 번이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서 정말 신기했던 하루였다.)

그렇게 젤라또까지 다 먹은 뒤, 일리커피를 사러 근처 매장에 갔다.

그리고 매장에 들른 겸, 아이스 카페 라떼를 주문했는데 저 작은 컵에 얼음 하나를 넣어주셔서 진짜 귀여웠다.

(너무 작은 얼음 한 개라 사진에 보이지도 않는다.)

차가운 맛이 전혀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래도 풍미가 있는 맛있는 라떼를 마셔서 좋았다!

커피를 마시며 돌아본 로마 시내

본격적으로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로마의 모습은 참 예쁘다.

어떠한 그림도, 사진도 햇빛에 비친 건물들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담아내지 못할 것 같았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트레비 분수였다.


이곳은 정말로 아름다운 곳이지만,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아서 제대로 구경할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구경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옆에 계시던 분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셨다.

거절하기도 그렇고, 기념사진은 남기면 좋으니 흔쾌히 핸드폰을 넘겨드렸다.

그런데 예상하지도 못했는데, 너무 예쁜 사진을 찍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역시 사람은 기대하지 않아야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있는 법.)

그리고 내가 로마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콜로세움을 가는 길에 '로마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쳤다.

이곳에서도 간단히 기념사진을 남기고, 바로 콜로세움을 보러 출발했다.

결혼 사진을 찍고 있는 커플 (중간 사진)

콜로세움을 가는 길에 또 볼 수 있는 것들

길을 걷기만 해도 유적지를 볼 수 있는데, 이런 걸 보면 정말 로마는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인 것 같다.

굳이 찾지 않아도 거리 속에서 이렇게 역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부럽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콜로세움!

이때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파리에서 에펠탑을 봤을 때보다 더 행복했다.)

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콜로세움은 정말 인생을 살면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건축물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릴 때부터 콜로세움 영상과 사진을 많이 접해서 그런가)

심지어 예쁜 노을과 함께 콜로세움을 봤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기뻤던 것 같다.

그렇게 콜로세움 사진을 찍기 위해 맞은편 언덕으로 올라갔다.

이곳에서는 콜로세움과 눈높이가 맞기 때문에 수평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좋은 장소다.

올라 갈 때 조심해서 올라 갈 것!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콜로세움과 인생샷을 남길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쪽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역시 어딜 가나 사진에 진심인 사람은 많은 것 같다.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콜로세움 쪽으로 내려와서 자리를 잡고 해가 완전히 질 때까지 구경을 했다.


인생에서 꼭 보고 싶었던 건축물을 보니까 문득 엄마 생각이 났다.

이렇게 좋은 걸 나만 보고 있는 게 너무 아쉽고, 미안해서.


그래서 바로 영상통화를 걸어 엄마와 한참 통화를 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이 제대로 담기지 않는 화면으로 콜로세움을 보여주니 더 아쉬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꽃다운 나이 20대에 유럽을 즐기고 있는데, 우리 부모님은 그러지 못하신 것도 너무 안타까웠다.

부모님이 없었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경험이니, 나중에는 부모님을 챙겨서 꼭 유럽 여행을 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너무 늦지 않게 꼭 다시 오고 싶다.

그렇게 통화를 끝낸 후, 다음 목적지인 '산탄젤로성 국립 박물관'으로 향했다.

여기 오는 길에 저녁을 살 겸 마트에 들렀는데, 샌드위치가 없어서 요거트를 샀다.

요거트를 사고 스푼을 받으려고 했는데, 다 떨어졌다고 해서 요거트만 들고 나왔다.

결국 뚜껑을 접어서 먹었는데, 뚜껑 특유의 쇠맛(?)이 느껴져서 온전히 요거트 맛을 즐길 순 없었지만, 그래도 이 분위기에 요거트를 먹으니 행복하긴 했다.

언니와 이곳에 앉아 요거트를 먹으며 얘기를 나누는데, 우리 옆에 앉아 있는 한 친구가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다.

우리가 얘기하는 말이 너무 귀엽게 들려서 물어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얘기해 주며, 한국어도 몇 개 알려줬다.

그렇게 잠깐 대화를 나누고, 구경을 마친 뒤 우리의 마지막 목적지 '판테온 신전'으로 향했다.

판테온 신전 가기 전에 빠질 수 없는 젤라또

나는 아이스크림을 너무 좋아해서 맛있어 보이는 젤라또 가게가 있으면 계속 사 먹었던 것 같다.

판테온 신전에 도착했는데, 운영 시간이 아니라서 외관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다음날에 꼭 판테온 신전을 오기로 했는데, 이미 외관부터 너무 웅장해서 다음날에 볼 판테온 신전 내부가 무척 궁금해졌다.

그렇게 기대를 품고 판테온 신전을 떠났다.

낮에 트레비 분수를 왔을 때는 몰랐는데, 판테온 신전 바로 뒤에 트레비 분수가 있었다.

그래서 숙소 가는 길에 우연히 또 트레비 분수의 밤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제 정말 숙소로 돌아가는 길.

안전하게 숙소에 도착해서 다음날 갈 곳을 정해놓은 뒤,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날 로마에서의 경험은 나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날이었다.

나는 원래 극 J라서 계획이 틀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날 세운 계획을 달성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만나지 않을 만큼 계획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날 로마 여행을 하면서 '꼭 계획대로 살지 않아도 행복을 느낄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로마에 도착하자마자 길을 잃은 것부터 시작해서 계획에도 없던 아름다운 공원, 전망대 등을 구경할 수 있고, 또 이렇게 구경한 덕분에 노을이 지는 시간에 맞춰 아름다운 콜로세움도 볼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없었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인생의 큰 깨달음.


역시 여행을 통해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는데, 나 또한 인생에 있어서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도 나는 이날 경험 덕분에 마음이 한층 여유로워지는 생활을 하고 있다.


혹시라도 여행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꼭 도전해 보라는 말을 전하며 오늘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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