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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Feb 03. 2024

10살연하 외국인과 잘살기_7화

7화 다른 나라에서 취업하기 _A

우리나라의 고용센터는 나름 체계적이다.

하지만 외국인인 남편에겐 잔인했다. 외국인들에겐 나름 골드티켓이라 불리는 배우자비자는 그를 한국에 머물 수 있기는 했지만 일자리를 내주지는 않았다. 액면은 백인이라도 그의 태생은 남미라, 그 흔한 영어선생님도 할 수 없었다. 한국말을 못 하는 남편을 고용센터나 어느 기관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당시엔 당연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생각하면 참 잔인하다. 언어를 배운다고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않으니 마냥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자리가 없다면 지방의 공장이라도 혼자 내려가겠다는 울상하는 남편이 안쓰러웠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내가 일을 할 테니  꼭 원하는 자리에 취업하라는 말뿐이었다. 나이 들고 생각하니 처음 일을 시작한 곳에서 월급이 나오니

정말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비슷한 직장, 비슷한 포지션으로 몇 년씩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문제는 내가 일하고 싶은 다른 분야가 생긴다고 그때 돼서 내 맘대로 커리어 전환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나 다른 나라에서 말도 잘 안 통하는데 몸까지 쓰는 일은 얼마나 힘들까 무엇보다 그가 원하지 않는 일로 생계를 책임지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시작은 좀 부족했지만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내 나라이니 도움을 조금 받아 시간을 벌었다. 남편을 도닥이며 내가 먼저 취업난의 파도에 몸을 던졌다. 취업한 곳에서는 내 사정을 이해한다면서 웬일로 나를 위로했다. 노예계약이나 다름없는 청년연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준다며 최저연봉과 더해 계산하면 내 연봉이 높다는 개소리를 했었다. 잔인한 인간들… 그쯤에 남편은 한국어 공부 없이 외국계회사에 취업되었다.

남편의 이야기는 아름답게 마무리되지만 나의 이야기는 어둡고 칙칙하게 다시 시작된다. 미디어의 환상콩깍지가 씌어서 유럽에 왔는데 현지어를 배우라고 강요했다.

배우자를 따라 이 나라에 입국한 상대배우자를 위한 모임에 나가니 더 가관이었다.

취업하고 싶으면 언어를 빨리 배우라고 강연마다 강요하는데 내속은 뒤집어졌다.


입국 후 병원의 부재, 부실한 음식과 사람 말려 죽이는 어두운 날씨에 더불어 비협조적인 남편의 태도에서 당시 내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내가 지금 너네 언어 배우고 앉아있게 생겼니? 한국에서도 안 하던 욕이 나오니 말 다했다.


한번 숨을 몰아쉬며 나의 아름다운 새 시작을 위해 고용센터의 구직신청을 했다. 간단하게 홈페이지로 신청할 수 있고 전화 인터뷰를 한다. 필요하다면 한국인통역사도 있다. 도움이 될 거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천천히 말하라고 윽박지른다. 내가 말한 의미를 혼자 혼동하여 혼잣말을 반복한다. 슈퍼 ‘을’이 된 내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이민자에게 언어를 배우는 것 중요하다.

백번 이해하며 그 나라에 오래 살려면 현지어 배우는 게 좋다. 하지만 강요는 좀 안 했으면 좋겠다. 나는 한 번도 남편에게 한국어를 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하고 싶으면 할 것이고 억지로 강요한다고 될 일인가? 언어는 나라의 문화를 읽고 받아들이는 과정중하나인데 지나가는 행인 왜 내 남편의 한국어 쓰기를 강요를 못해서 안달인지 정말 짜증이 났다.  그런 강요를 유럽 와서 받으니 나도 은근히 뿔이 난다. 강요 좀 하지 마라



대학을 다니며 외국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참 멋있다. 연고 없는 나라에 아이 키우면서 현지에 잘 흡수되는 분들 참 멋있다. 현지인과 결혼 후 언어 배우고 착착 취업되시는 분들 참 멋있다. 혈연단신 전문직으로 해외취직하신 분들 참 멋있다. 모두가 멋있고 응원한다.


하지만 제일 멋있는 사람은 나다.

나같이 에너지양이 낮은 사람이 외국에서 살아보겠다고 몇 년째 버티고 있으니 말이다. 취업하기는 별똥별따기만큼 힘들다. 그래도 버틴 내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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