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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Feb 06. 2024

10살연하 외국인과 잘살기_8화

8화 열심히 하지 않아 자랑스러운 나


남의 나라에서 살다 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남들과 비교를 많이 하게 된다.

문득 평생 일만 한 아버지가 생각났다.

정년까지 온갖 수모와 퇴직회유에 끝까지 버티던 아버지. 이젠 안 되겠다며 퇴사권고 후 퇴직금을 모아 택시운전을 하셨다.

장사수완이 없던 아버지는 당신의 모토인 오직 열심히로 일을 하셨다. 자기 사업이니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던 그는 하루 14시간 이상 일을 강행했다. 아버지는 생각보다 오래 일하지 못하고 병을 얻으며 그의 커리어는 끝이 났다. 평생 일하며 가족을 위해 희생한 위대한 아버지상 같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언제나 열심히 하던 일하는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가족구성원을 무시했다. 괜한 일로 트집 잡고 자신의 기분과 스케줄을 최우선으로 하는 이기적이고 치졸한 인간이었다. 이 고집은 지병으로 사시나무처럼 말라서 가족의 도움이 필요할 때도 바뀌지 않았다.


아주 어릴 땐 아버지가 참 자랑스러웠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버지의 직업이 나를 대변해 주는 시대였으니 아버지가 대기업에 다닌다고 하면 모두 나를 부러워했다. 성장할수록 자기 중식적이고 타협보다는 일방적인 그의 방식에 부당함을 느꼈고 한술 더 떠 그 비위를 모두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엄마는 더 이해 가지 않았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에 무리해서 일을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한 보상을 위해 열심히 지킨 가족을 감정쓰레기통으로 써도 된단 말인가?


학교에서 나눠준 진로결정 확인서를 내놓았다. 돈이 안될 것 같은 일은 하지 말고 집 가까운 곳에 취업이나 하라고 했다. 조용히 돈 벌다가 좋은 신랑 만나면 도와준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어린 나는 그를 참 많이 원망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보는 사람마다 부러워하는 그 직업을 ,그 일을,아버지는 진짜 좋아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그가 원해서 그 일을 했을까? 그의 가족을 평생 책임지고 여유롭게는 만들어주었지만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먹고살아야지 백번 맞는 말이다. 근데 마냥 먹고산다고 노력하지 않고 사는 것도 아니다. 그것도 그에 따른 부단한 노력과 살아남기 위해 많은 사람들과 경쟁해야 한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방향이던 먹고살기 위한 방향이던 우리는 늙고 병들어가며 시간은 간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낯 꿈으로만 치부하고 뒤로 미뤄둔다면 종국에는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


시간은 빛처럼 빠르고 미디어에서는 저마다 이룬 성과를 앞세워 도전해 보라고 열심히 하지 않은 나를 탓하고 몰아세운다.


신경 쓰지 말자.

열심히 하지 않은 나를 자랑스러워하라.

먹고살기 힘들어서, 아파서, 오랫동안 준비했던 일을 포기해서, 누군가를 돌보다가,

우리는 어떠한 변명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존재 자체로 이미 잘하고 있다.

 

존재의 이유

한 엄마가 나이 많고 취업 못해서 집에서 게임만 하는 아들이 불만이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인자한 스님이 말했다. 내일당장 죽었으면 싶냐고 물었다. 엄마는 기겁을 하며 자신의 아들이 곧 죽냐고 스님에게 되물었다. 스님은 웃으며 살아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라고 했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해서 평생 자랑거리였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좋은 학교 다니다가 좋은 회사 들어갔는데 이유 없이 퇴사하고 몇 년째 게임만 하고 있다고 했다. 엄마 입장에선 잘난 아들이 변한 것이지만 아들입장에서는 할 만큼 했으니 어릴 때 본인이하고 싶었던 게임을 질리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조건 없이 존재만으로도

인정받아도 된다.  

그러면 안 될까?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남기 위해 획일된 기준에 맞춰서 평가가 이루지고 그만큼 경쟁자들도 많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노력은 필연적이고 이는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만큼의 에너지와 시간을 쏟아야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자랑스러운

나 칭찬해 줘라!

자랑스러운 나를 앞세워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나만의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거창한 목표가 생기니 베스트셀러 중 마음에 드는 자기 계발서를 사모으기 시작한다.

치킨에 맥주 마시는 것보다 낫지 싶어서 건전한 소비하는 나에 취해 몇 권 사다 읽다 보면 깨닫게 된다. 이 책들은 내 길을 찾는 것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마다 사정이 있고 돌파구가 있지만 나와 같은 상황에 똑같이 행동해도 다른 결과를 안겨준다.


그렇다면 자기 계발서는 읽지 말아야 할까?

그 책들이 독자만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이 헤쳐나간 길목에 글쓴이 자신을 위해 써 내려간 책일 수 있다.  확신이 안 설 때, 조금은 망설여질 때 글로 미리 써서 다짐을 해놓은 것일 수도 있다. 그들도 나처럼 고민과 불안 속에서 살면서 자신을 길을 찾아 나간 것이다.


남들이 한 것을 내가 못할 이유가 있을까?

열심히 하지 않아 자랑스러운 나는 남들과의 비교를 걷어내고 내가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들로 만 인생을 가득 채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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