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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Feb 16. 2024

10살연하 외국인과 잘살기_9화

9화 이민은 결혼이다.


결혼 전엔 상대방에 대한 조건이 많다.

키는 평균보다 커야 하고 먹고살아야 하니 직업도 있어야 한다. 돈을 잘 벌면 좋으니 다닌 학교를 본다. 같이 살아야 할 때 제일 중요한 인간성을 봐야 한다. 물론 외모가 내 맘에 들어야 데이트를 시작할 수 있다. 이 와중에 남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결혼해 보니 완벽해서 결혼한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고 내가 만나서 좋으면 그만이다.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서 같이 사는 것 아닐까?


이민도 비슷한 점이 많다.

남들 보기 좋고 수영장이 딸린 저렴한 2층집, 예의 바른 이웃, 저렴한 식료품, 풍성한 일자리, 임신해도 일할 수 있는 사회 등등

얼마나 듣기 좋고 달콤한 말인가. 아메리칸드림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거기다 한국인 커뮤니티도 제법 힘이 있다. 근데 유럽은 1960년대 독일로 광부와 간호사등 기술이민으로 100여 명 보낸 것 이외에 생소하다. 당시엔 손꼽히게 잘 사는 나라였으니 분명히 메리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도 돈만 있으면 중상층 뚫고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회이다. 1인기업, 유튜브, 스타트업, 투잡 어린 나이에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부자들도 참 많다.


유럽사회는 마치 우리의 미래와도 같다.

어설프게 부자들 세금 걷으려다가 나라를 떠난 부자들에게 찍소리 못하고 국가가 일반 월급쟁이들 돈을 40% 가져간다. 애를 낳는다는 조건에 조금 돌려주고 교육은 무료이다. 교육이 무료인 건 좋은데 학교를 오래 다니고 취업이 안된다. 공부할 때는 유럽인데  취업할 때 되면 우리나라 시골 촌동네처럼 아는 사람들끼리 소통해서 넣어준다. 이 사이에 들려면 학연, 혈연, 취미 총동원해서 눈치게임해야 하는데 핏줄하나 없는 남의 나라니 이 나라말부터 배우고 해야 한다.


유럽아이들은 생각이 다르다? 미디어에서 씌우는 프레임이 아닌가 싶다. 강남아이들이 일반아이들 신경 쓸 틈이 없듯이 이곳의 돈 많은 부유층 학생들은 명문대를 준비하고 자기들끼리 잘 산다. 그들이 연락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비슷한 상황의 부유층이다. 고로 우리가 이민 가서 같이 어울리는 부류는 같은 이민자이거나 난민들이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이민자가 많아지는 세계를 살아갈 때 큰 영양분이 되어줄 수 도 있다. 반대로 성장과정에서 정체성의 혼란과 따돌림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무엇보다 전 세대에서 이루지못한 계층이동은 불가능에 가깝다. 입국 전일자리가 없으면 생활이 안되고 외벌이해도 다른 배우자는 다른 나라언어를 배우기 전엔 파트타임도 힘들다. 배우기 쉬운 외국어 중 하나인 영어도 힘든데 엄마, 아빠도 못하는 현지어하면서 아이들과 섞여서 적응하는 것이 아이가 못 버틸 수도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민자에 대한 특별한 교육없이 융합된 사회이다. 청소년범죄도 심심찮으며 그들에 대한 처벌은 한국정도이거나 그보다 약하다. 특정지역은 너무 위험해져 현지인이 떠나기도 한다. 내아이의 안전은 철저히 부모몫이지만 제 코가 석자다.


외국 나가면 왜 그렇게 아이들 악기나 수학공부를 시킬까 싶었는데 살아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된다. 한국은 헬이지만 외국은 와일드한 자연 그 자체이다. 일반적인 가정의 아이들은 정말 특출 난 뭐 하나 없으면 외국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기 때문 아닐까?


만족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제3세계국의 이민자들은 대다수 만족하는 편이다. 처음부터 자신들의 언어가 없거나 있어도 영어로 공부를 해온 탓에 현지어 배우는 것에 익숙히 해나간다. 수년 정도 무료 언어를 배우고 건축업, 식료품, 배달등으로일자리를 잡는다. 간호사나 마사지, 미용, 네일 기술을 배우고 자기 사업을 하기도 한다. 일하는 시간도 적고 페이도 적지만 그들은 만족한다. 솔직히 자기 나라에서 이만큼 벌면서 안전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들의 목표는 영주권으로 버텨서 뿌리내려 잘 산다. 그중 아이들을 많이 낳는 가족은 더 만족한다. 임신이나 큰 병에 한해서는 거의 무료의료이므로 큰돈이 나갈 일이 없어 좋다고 한다. 기다리기만 하면 아파트도 준다고 하여 신청했다고 기뻐한다. 얼마 전 스웨덴 현지인이 정말 좋은 조건에 아파트를 받았다. 그의 나이는 60세이고 신청한 지 20년 만이라고 한다. 워낙 입지가 좋은 집이라 오래 걸렸다고 한다. 대기기간은 3년에서 10년이다. 시간이 많은 사람에겐 유리한 조건이다.


그에 반해 영미권 친구들은 날씨 때문에 너무 힘들어한다. 일 년의 반이상이 오후 4시만 되면 해가 져서 어두워지고 인프라는 부족하고 밤에 가족이 없다면 정말 쓸쓸하다.

우리나라보다 스몰토크에 익숙하고 서로 스위트하게 빈말을 던지는 다정한 성격의 친구들은 차가운 사람들 때문에 풀이 죽어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스웨덴사람들이 한국사람들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다들 화난 표정이나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보지만 질문을 하면 참 정성껏 잘 가르쳐주고 제 갈길 간다. 스웨덴사람들도 거의 무표정인데 질문을 하면 가르쳐주려고 노력을 한다.  우리나라사람처럼 영어를 못한다고 하면서 영어로 물어보면 영어로 대답해 준다. 영어권나라 친구들은 너무 낮은 페이와 높은 집세로 돈을 모으기 힘들고 일자리도 많이 없어서 긴 휴가에도 놀러 갈 수 없다고 불평하지만 아이들 학비걱정이 없는 것에 안도를 하는 편이다. 그 외의 이민자들은 중장년층의 미국, 러시아사람들도 많이 오는데 무료의료시스템의 허황된 소문은 나라마다 전달된 것 같다. 확실히 직업이 있는 부모들은 아무 때나 휴가 내고 집에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할 때 의료진을 만날 수는 없다. 어렵게 만나도 언제나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한다. ‘물을 많이 마시고 진통제를 사 먹어’라고 말이다. 좋은 소식은 정규직이 된다면 해고란 없다. 하지만 현재 대기업에서 계약직도 잘 안 뽑고 있는 직원도 제3개국의 유능하고 값싼 인력으로 교체하며 막 졸업한 공짜 학생인턴만 채용하는 현실이다.


완벽하고 행복할 것만 같은 이민은 정말 쉽지 않다. 나의 결혼생활만큼이나 말이다.

남들은 ‘ 유럽에 사니깐 멋있다고 ‘ 말하지만 나는 이민자이다. 우리나라 나이 든 어른들이 은근히 이민자를 무시하듯 나도 그런 무시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생각지 않았던 사실인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던 신부배달은 스웨덴에서도 존재한다. 백발의 구부정한 백인남자를 어린아시안여자가 부축하며 같이 걸어가는 것을 몇 번 보았다.유럽에서 설마 싶었지만 이곳도 돈 좀 있으면 어린 아시아인여자를 아무렇지 않게 사 온다. 내가 남편과 같이 길을 걷지 않으면 나를 그런 눈을 볼 때가 가끔 있다. 오해이지만 이민자로 산다면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내가 원하지 않는 부분으로 오해받고 참으며 그들과 섞여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이 이민자의 삶의 일부이다.


결혼은 이민과 같다.

상대에게 막연한 기대를 하다 혼자 마음이 상하며 비난하기보단 문제가 된 부분을 터놓고 이야기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기대에 부풀어 즐거웠던 이민 첫 번째 연도처럼 신이 난다. 마냥 바라지 말고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해 나에게 맞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제는 확신한다. 이곳이 한국보다 나를 열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유럽으로 이민 오고 싶은 분들은 아래글을 참고하길 바란다. 시간과 자금이 충분한 분,무조건 유럽에 살아야 하는 분은 안 읽으셔도 좋습니다.


워라밸을 원한다면 유럽을 선택!

첫 번째 조건은 현지어를 배우고 오면 좋다.

현지에서 진행하는 무료수업은 영어로 진행되며 여유가 있다면 돈 주고 배우고 오길 바란다.  취업기간을 앞당겨준다.


배우자가 현지사람이에요

우리는 연애할 때가 최상의 상태이다. 결혼해서 산다면 연애할때의 25% 정도의 기대를 하고 살면 편하다. 현지인 배우자를 믿고손 놓고 있으면 애 낳고 몸조리하기도 전에이혼당한다. 사귈 때 다정함은 그때뿐이다.결혼하자고 불러놓고 은행계좌나 금전적으로 하나도 안도와주는 현지인도 많다. 기술이민 갈 만큼 의 기술이나 직업을 찾고 결혼을 진행하길 바란다.


해외취업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처럼 이곳의 아이들도 대학원까지 나오고 취업시장에 뛰어든다. 현지인과 붙어서 이길 수 있는 스킬이나 직업을 만들고 넘어오길 바란다. 언어만 배워서 단순직을 하려면 전 세계 난민과 이민자와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일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싶다.

언어를 마스터한 경우, 배우자가 현지인인 경우 학박사공부를 할 수 있다. 무료인 전공도 있지만 좋은 직업은 역시 돈이 든다.

학교비자는 잘 나오지만 일자리비자는 연달아 나오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는 유학생이 많다 계획 후 진행하기 바란다.


아이를 낳고 다시 공부하고 싶다.

인력이 비싸고 아무나 믿고 아이를 맡기거나 외벌이 하는 배우자에게 부탁할 수 없으니 혼자서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무료 조리원은 없으며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의사는 만날 수 없음을 인지하길 바란다. 심각한 상황은 당장 죽을 질병만이 해당된다. 몇 년 전엔 영어로 말해도 간호사를 만날 수 있었지만 2024년 들어서 모바일앱에서 영어를 전면삭제하는 분위기이다. 현지어 없이는 어떠한 국가서비스도 기대할 수 없다. 다리가 삐끗하거나 피부가 조금 찢어진 것으로는 의사를 만날 수 없다. 일하지 않은 사람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며 현지어를 하지 않으면 어떠한 조치도 해주지 않고 진통제만 권유할 것이다. 현지에서 일을 찾은 다음 임신하길 바란다.


어릴 때 못다 한 공부를
나이 들어하고 싶다.

제3세계국중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이민자들은 공부와 아이들의 영주권을 위해 이민 온다. 스스로 일을 하지 않아도 사업체가 있어 어느 정도 임금이 들어오는 상황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외국에서 학위를 받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원한다면 배울 권리를 만끽하기 바란다.


바로 일하면서 돈 벌고
이민 오고 싶다.

처음엔 조금 힘들수록 있다. 핸드폰으로 버스를 타고 본인인증을 하는데 은행계좌가 필요하다. 긴 기다림 끝에 은행에 방문해서도 직업, 사는 곳, 돈의 출처를 무슨 북한처럼 취조한다. 내 돈을 다른 나라로 보낼 의향이 있냐, 돈을 받는 곳의 출처는 어디인지 물어서 적잖게 당황했다. 한 거 없이 매달 세금도 떼가면서 말이다. 가난한 나라도 아니면서 왜 이럴까 싶었는데 자금 이동에 예민한 나라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없고 이민자들은 생각보다 긴 시간 무보수 인턴을 전전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팁문화나 스탑벅스가 없으니 그 외의 일자리를 철저히 알아보고 오길 바란다. 물론 이 나라 말을 해야 취업이 된다!! 한국이민온 베트남, 필리핀 사람들처럼 한국말을 해야 공장 가서 일을 할 수 있듯이 현지어를 해야 어디서라도 일할 수 있다.


한국보다 안전한 곳에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

한국보다 안전한 나라는 드물다.

전 세계적으로 목적 없이 안 돌아다니는 것이 정석이다. 현지에선 이민자 2세, 3세들이 갱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이것은 현지에서 체감할 수 있으며 정부에서도 단속을 하기 위해 이민자법 등을 폐쇄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들도 사람이다. 살인, 폭행, 따돌림, 계급차별이 팽배하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살 1위,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무료이지만 친절하지 않은 현지어를 해도 의료진을 만나기 쉽지 않고 마냥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기도 한다. 안전보다는 유럽의 겨울을 견딜 수 있는지 체험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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