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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le Cactus Apr 17. 2024

이혼전 사주 본 썰 풉니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상담

해외생활을 오래 하면 비자로 인해 지낼 수 있는 기간에 자연스럽게 노출됩니다. 매년 갱신하는 한국과 달리 경우에 따라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비자를 받을 수 있답니다. 언어와 건강상의 문제로 이민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고 역이민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멋지게 성공하신 분을 보면 너무 부럽고 안 되는 자신을 탓하는 편이라 많이 힘들었습니다.  문제는 배우자는 완벽히 자리를 잡았고 이곳의 생활에 만족하며 역이민 할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한국에 가도 뾰족한 수는 없습니다. 서로를 위해 잠시 떨어져 있길 선택하려니 불안하더라고요. 기댈 가족이 있지만 답답한 마음에 사주나 명리학 유튜브 정주행을 합니다. 마음에 드는 분 콘텐츠를 보다 전화예약을 해버립니다. 참고로 한 번도 제 돈으로 점 본 적 없어요. 불안감에 잡아먹힌 저는 참 약했네요. 거두절미하고 바로 거금을 입금하고 두근대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작합니다. ‘ 남자가 지저분하네 여자가 아휴’ ‘네? 이혼을 해야 할까요!?’ ‘이혼을 하실 거니 여자문제는 언급 안 할게요’ ‘앞으로 제 일자리는…’ ’ 혼자서일을 하네 집에서.. 투잡으로도 보이고 일반회사는 못 들어가’  뭐 나이가 나이인 만큼 희망적인 얘기는 나에게 좋은 남자가 들어온다는 말… 희망적인가? 현침살이 있어서 날카로운 것을 부리는 직업,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직업이 좋다고 해주셨다. 마침 브런치에 소설연재를 시작하고 날카로운 것에 대명사인 가위, 가위질을 잘해서 온 가족의 머리를 내가 관리하긴 한다. 신점은 아니지만 정말 잘 맞춰주시네요. 올해는 역이민의 해가 아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표를 사서 들어가려는데 때가 아니라니… 대신 엄청난 대운이 나의 인생이 바뀐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우울했던 마음이 설레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디테일한 것은 알 수 없었지만 변화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던 내가 단순히 예민해서 그런 건 아니라서 다행이다. 오랜만에 들뜨는 마음에 기뻤다. 희망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남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기쁠 수가! 해외에 나와 살다 보면 개별성을 중요시하는 사회가 너무 벅찹니다. 당연하죠  한 번도 교육받거나 생각도 해본 적 없는 타인의 취향에 실체가 없는 유리인간이 되거든요. 초반의 조바심괴 달리 살아가다 보면 하나, 둘 진짜 나로 채워나갑니다. 다 같이 통일하던 취향, 패션, 메뉴는 사라지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 책, 생각, 경험으로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언감생심 남의 나라에 살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지만 힘든 것은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문제네요. 마음을 먹은 만큼 보이고 이루어지니 다시 한번 크게 숨을 쉽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일하자. 잘 안 해도 돼. 과연 내가 한국인이라 어려울까? 외국인이라고 정착이 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들도 불안한 마음 안고 전 세계에 퍼져 잘살고 있답니다. 불안감에 망가진 경험은 충분한 것 같으니 스몰토크할만한 경험을 쌓아볼까요? 저의 역이민은 잠시보류입니다. 많은분들과 소통하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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